2021년 안동교구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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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믿나이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우리는 지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1. 지난 한 해, 전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대유행이라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아직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개인과 다양한 차원의 공동체에 지속해서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감염증의 세계적인 대유행 속에서 우리는 생태계 문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 자기중심적인 개인의식 구조와 같은 현대 사회의 민낯을 보기도 했습니다. 교회 역시 교회의 역할과 사목적 방법론 등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교우 여러분께서도 적극적으로 함께 하시도록 초대하고 싶습니다.

신앙의 재발견

2.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감염증의 대유행 상황 속에서 우리 신자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신앙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앙이란 무엇인가?’, ‘신앙인이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

3. ‘신앙이란 무엇인가?’ 우선 신앙은 이론이 아니라 삶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갈라 5,6) 신앙이란 하느님의 초대에 대한 인간의 인격적인 응답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온전히 자유롭게 전인적으로 응답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체험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리하여 신앙인의 삶이란 하느님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그분을 우리 삶의 첫 자리에 두며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그분과 하나 되어 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가지셨던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우리 신앙의 척도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대로 충실히 살려고 노력할 때, 예수님처럼 살고 그분을 닮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믿음은 더 커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앙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설명을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신앙은 그저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시듯이 그분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참여하는 것입니다.”(「신앙의 빛」 18항)

4. ‘신앙인이란 누구인가?’ 진정한 의미에서 신앙인이란 참 신앙을 살고 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 시대의 참 신앙인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신앙의 빛으로 시대의 징표를 읽으며 참 신앙을 재발견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자기 신앙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5.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21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20년 11월 29일(대림 제1주일)부터 2021년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지냅니다. 이번 희년의 주제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옥중 심문 때 받으셨던 질문인 동시에, 이 시대가 우리 신앙인 각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입니다. 이 질문은 ‘신앙인이란 누구인가?’라는 물음과 같은 질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성 김대건 신부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놀라운 신앙 고백입니다. “저는 믿나이다.”(사도신경,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와 같은 확고한 고백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 우리도 그렇게 자신 있게, 그리고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오늘의 신앙인으로 사는 길이 될 것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의 삶이 ‘신앙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우리의 물음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 이제 신자 개개인이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자기 신앙을 재발견하고 스스로 신앙생활의 주체가 되어 신앙인의 삶을 다시 사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제도적인 신앙생활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변화된 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주어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신앙을 살아갈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면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의 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사도 4,32)이 되었듯이 본당에서 신자들과 사목자가 마음과 뜻을 모아 함께 노력하고 그 방법을 찾는다면 더 좋은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공동체의 재발견

7. 코로나 사태는 감염증이라는 특성 때문에 때로는 이기적이고 편협된 사고로 타인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등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도 큰 위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는 꼭 공동체만이 아니라 구성원 개인의 삶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위협들은 반대로 공동체의 소중함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우리가 다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더구나 다른 사람과 대적해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UN 총회 연설, 2020.9.25.)

8. 큰 모임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작은 공동체들을 중심으로 교회 모임이 바뀌게 되고, 특히 가족 중심의 가정 공동체 모임이 강조되는데 이것이 오히려 교회의 본모습을 재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소공동체 운동을 펼쳐 왔지만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공동체 운동을 벌이면서 본당의 소공동체들에서 교회의 본모습을 재발견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교회 운동으로까지 발전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구역·반모임 공동체나 가정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그 역할을 잘 살려 나가는 작은 교회 운동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초대교회와 옛 교우촌의 삶의 모습 그리고 우리 교구 사명 선언문의 정신이 녹아있는 건강한 작은 교회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구체적인 작은 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 찾아 실천하도록 하면 공동체가 그만큼 더 역동성을 지닐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작은 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코로나 시대를 위한 하나의 작은 교회 운동으로 제안하고자 합니다.

9. 교회가 작은 교회 운동을 펼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것입니다. 어떠한 혼란 속에서도 교회가 가장 먼저 상처받은 사람, 아픈 사람, 고통받는 사람, 약한 사람, 궁핍한 사람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입니다.(루카 15,25-37; 「모든 형제들」 제2장 참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야전 병원으로서의 교회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지금 스스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관심을 가지고 가장 먼저 돌보고 함께할 사람들은 바로 코로나19로 상처받고 고통받으며 아파하는 사람들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피조물 보호와 생태적 회심

10.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지구 생태계가 한계점에 도달하여 울부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생태적 회개’는 현시대가 우리에게 절박하게 요청하는 시대적 징표이며, 피조물 안에서 울부짖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사랑의 행동입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태적 회개가 단지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모든 사목 분야에서 사랑의 복음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신앙 행위로 승화되기를 기원합니다.”(한국 천주교 주교단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 특별히 한국 교회는 내년부터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보편 교회와 한마음으로 7년간의 생태적 희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지속적으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희년의 축복을 빕니다! 

11.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특별히 코로나 상황 속에서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으며 우리도 신부님의 모범을 본받아 삶과 행동으로 자신 있게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시다. “희년을 지내는 동안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0) 하느님을 사랑하신 김대건 신부님의 영성을 우리 삶에 깊이 새깁시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증거하신 순교자들의 길을 우리도 따라갑시다. 물질적 풍요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세상의 유혹을 거슬러, 성 김대건 신부님처럼, 모든 것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불어넣어 주시는 사랑에 감응하며 감사와 자비의 삶을 살아갑시다. 우리 각자가 지고 있는 십자가와 세상이 주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을(요한 14,6 참조) 세상에 증거하도록 일상에서부터 용기를 내어 실천해 갑시다. 우리의 확고한 신앙 고백과 실천을 통하여 우리 이웃에게, 온 나라에, 온 세상에 희년의 기쁨이 넘쳐흐르도록 합시다.”(“희년 담화” 참조)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2020. 11. 29.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크리소스토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