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제주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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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라!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이제 우리는 사순절을 마무리하며 예수님과 함께 죽음에서 부활로 나아갑시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상 고난으로 너무도 큰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십자가라는 잔인한 형벌도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이었고, 모든 희망을 걸고 존경하며 따르던 분이 무력하게 죽임을 당하고 숨을 거두시니, 이제 희망의 근거도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것 같아 더 큰 두려움이었습니다. 제자들을 위협하던 가장 큰 주체는 죽음이나 고통 자체보다도 이를 향한 두려움이었습니다. 제자들은 그 두려움이 너무 위협적이어서 예수님을 부인하고, 다 도망쳤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고 다락방에 숨어 있었습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자녀들로부터 버림받고, 이웃으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갈수록 양극화되는 사회에서 생존경쟁을 계속할 수단과 방법이 다 바닥나고 앞날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좋을지 모르는 막다른 골목에 이른 저소득층들이 내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삶 전체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가 진전되는 사회 환경 속에서 갈수록 증가하는 독거노인들은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어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인간관계가 단절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고 혼자서 어떻게 삶을 이어가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죽음을 선택합니다. 두려움은 사람을 한없이 약하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듭니다. 두려움은 악의 세력이 가장 즐겨 활용하는 수단입니다.


  두려움은 개인만이 아니라 집단도 위축되게 만듭니다. 사람은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으로 다른 이들에게 공격적이 되거나 폭력적이 됩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모든 세력은 자신들의 신원과 앞날에 큰 불안과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남에게 말과 행동으로 폭력을 행사합니다. 성전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와 유다인 원로들도 많은 군중이 예수님께 모여들자 자신들의 권위와 체제 유지에 큰 위협을 느끼고 예수님을 제거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총독 빌라도도 로마 안보에 위협을 느끼고 예수님께 아무런 죄가 없음을 알면서도 사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오늘날 북한은 공격적인 언사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이를 행동으로 증명하고자 끊임없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실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들의 신원과 앞날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십 배의 경제력을 갖춘 남한과 미군의 첨단 무기와 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들은 국민을 굶주리게 하면서도 무력을 동원한 긴장강화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우리 정부는 해마다 새로운 첨단 무기 구입을 합리화하고 엄청난 비율로 국방예산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서로가 상대의 가상 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재정을 생명을 죽이는 무기 도입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북에서는 국민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있고, 남에서도 삶에 지치고 좌절한 노인들이 줄줄이 삶을 포기하는데, 왜 서로가 비현실의 두려움 때문에 생명을 말살하는 일에 국비를 쏟아붓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두려움은 우리를 헛것의 포로가 되게 합니다. 주님은 우리가 두려움에서 해방되고 헛것에 매달리기보다 현실로 돌아가라고 하십니다. 예루살렘의 텅 빈 무덤에 매달리지 말고 하느님의 자녀들이 살아 있는 갈릴래아로 가라고 하십니다. 천사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리아에게 말하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찾는 줄을 나는 안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마태 28,5-6.10)


  주님은 예루살렘 성전에도, 무덤에도 계시지 않고 우리 형제들의 삶의 현장, 갈릴래아에 함께 살고 계시는 분입니다. 주님이 가시는 곳에 우리도 함께 나아갑시다!

2014. 4. 20.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강 우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