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청주교구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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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사제를 본받는 교구 공동체의 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지난 한 해 동안 교구에 풍성한 은혜를 내려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교구가 시노드 이후 지난 12년간 추진해온 중장기계획 실현에 함께 해주신 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사제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교구가 지난 40여 년 동안 시복을 추진해온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신앙을 묵상하며 그분을 본받는 한 해를 살고자 합니다. 

길 위의 사제 최양업 토마스
2. 우리는 최양업 신부님을 ‘땀의 증거자’요, ‘길 위의 사제’라고 부릅니다. 그분의 온 생애가 선교의 열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전국의 교우촌을 찾아 구만리 길을 걸으며 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사를 주셨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그리스도의 양 무리에 들어오는”(도앙골, 1850년 10월 1일자 서한) 새 입교자들은 언제나 최양업 신부님의 큰 기쁨이었습니다. 1855년 배론에서 쓰신 최 신부님 서한에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새로운 형제들을 우리에게 보태 주시어 하느님 아버지의 밭에 풍년이 들었습니다. 저 혼자서 어른에게 세례성사를 집전한 숫자만 해도 자그마치 240명이나 되었습니다.”  
전승과 기록에 따르면, 최양업 신부님은 얼굴이 항상 그을리고, 갓끈 맨 자리는 완연히 하얗게 표가 났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진 지방들은 다 제가 순방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제가 다니는 거리는 7천리가 넘습니다. 저의 관할 구역이 넓어서 무려 다섯 도에 걸쳐 있고, 또 공소가 100개가 넘습니다”(안곡, 1859년 10월 12일자 서한). 
‘코로나19’가 몰고 온 커다란 난관에 직면한 우리는 최양업 신부님의 모범을 따라, 사람을 만나러 길을 나서는 선교의 길을 걸어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선교교령, 2항). 특히 본당 공동체는 그 지역에 사는 교회의 현존으로서, 길을 가다가 목마른 이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지성소이며, 지속적인 선교 활동의 중심지가 되어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28항 참조).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구는 본당과 함께 길 위의 사제 최양업 신부님을 본받아 본당이 참된 안식처가 되고,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사목을 모색하고 전개할 것입니다. 

희망의 사제 최양업 토마스 
3. 최양업 신부님은 박해와 절망의 세상 한 가운데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신 참 사제이셨습니다. 1847년 중국 상해에서 쓰신 최양업 신부님 서한에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직도 낙담하지 않으며, 여전히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고, 하느님의 전능하시고 지극히 선하신 섭리에 온전히 의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온 세상에 큰 두려움과 대혼란을 가져왔습니다. 기존의 삶이 무너지고, 삶의 근본이 흔들리는 경험 속에서 많은 이들이 낙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어 직접적인 접촉을 제한하는 ‘비대면’의 사회를 촉발시켰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람이 얼마나 연약한지, 또 얼마나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분명하게 알게 해줬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일반알현, 2020년 8월 12일 참조). 비대면의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두기는 교회가 세상에서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수행하는 데에 큰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한 만남과 진실한 통교의 희망을 결코 단념할 수 없습니다. 
교구 공동체는 자비하신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고난의 시간을 헤쳐 나가고자 합니다. 성경은 고난 가운데서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욥기 14,7; 시편 9,19; 119,116; 호세 12,7; 로마 4,18; 5,4; 12,12; 히브 10,23 참조). 교구는 본당과 함께,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안과 절망을 직시하며 절망의 어두운 시대에 희망을 심었던 최양업 신부님을 본받아 희망을 주는 사목을 모색하고 전개할 것입니다.  

사랑과 섬김의 사제 최양업 토마스 
4. 최양업 신부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저는 교우촌을 두루 순방하는 중에 지독한 가난에 찌든 사람들의 비참하고 궁핍한 처지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저들을 도와줄 능력이 도무지 없는 저의 초라한 꼴을 보고 한없이 가슴이 미어집니다.” 최양업 신부님께서 1850년 도앙골에서 쓰신 편지에 기록된 말씀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주 예수님의 마음으로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가엾게 여기시고(마르 6,34 참조) 그들을 위한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분은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대우하지 않으셨습니다(동골, 1854년 11월 4일; 불무골, 1857년 9월 15일 서한 참조). 또한 한자를 모르는 사람을 위하여 한글 기도서와 교리서를 편찬하셨고, 그들을 위하여 한글 천주가사를 만들어 보급하셨습니다. 스스로 모든 것을 비우시고 가난하게 되신 예수님처럼(필리 2,6-8 참조), 주님의 비천한 종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복음의 기쁨’을 나누며 사셨습니다. 
‘코로나19’의 대 충격으로 우리 이웃에는 남모르게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는 삶이 죽음보다 더 두려운 분들도 있습니다. 교구는 본당과 함께, 교우들의 비참한 처지를 보시고 한없이 가슴이 미어지고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셨던 최양업 신부님을 본받아, 연민의 정을 지니고 사랑과 섬김의 사목을 모색하고 전개할 것입니다.    

매괴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며
5. 끝으로, 교구 공동체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을 본받는 교구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도움이신 매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니다. 아울러 2021년 최양업 사제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에 최 신부님이 시복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의 열렬한 기도를 청합니다.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구 공동체, 그리고 지역사회에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이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20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