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춘천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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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을 향한 우리의 마음은 행복합니다.

“저녁때가 되어 비둘기가 그에게 돌아왔는데, 싱싱한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창세 8,11)

싱싱한 올리브 잎을 물고 되돌아온 비둘기처럼, 긴 겨울을 뒤로하고 생명의 환희가 넘치는 찬란한 봄의 언저리에서 우리 신앙의 진수眞髓인 ‘부활’을 맞이합니다.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이겨 내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이 이 순간 우리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기를 기도하며, 춘천교구의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그것은 매우 큰 돌이었다.”(마르 16,4)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앞에 수많은 큰 돌들이 산재해 있지만, 오롯이 주님께로 향하는 선한 마음이 전제된다면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마르 16,7)라는 성경 말씀처럼, 그 많은 돌은 치워지고 부활하신 그분을 만나 뵙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부활은, 수난과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께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를 새롭게 부르시는 초대입니다. 언제나 인간의 죄를 용서하시고 새로운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로 인해 우리는 부활의 새 삶으로 초대받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우리는 평안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갑작스러운 삶의 급정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사회의 모든 근간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는 병들어 신음하며 수많은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우리 삶의 방향을 쉽게 바꾸지 못한 채, 그동안 무책임하게 걸었던 길을 뼈아프게 바라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함께 모여 부활의 ‘알렐루야’를 노래할 수 없는 이 안타까움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력함을 깨닫게 해준 무서운 경고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조화로운 삶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상기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극복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극복이 편리했지만 안이했던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서도 안 됨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이 전염병으로 말미암은 위기 상황은 우리에게 그동안 우리가 추구한 가치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철저한 방향 전환을 요구하며 즉각적으로 회심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테레사 효과(Teresa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녀 마더 테레사 수녀의 삶에서 기인한 이 단어는, 실제적인 봉사를 하지 않더라도 선한 일을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착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더 나아가 선한 생각들이 우리의 건강에도 도움을 주어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력이 향상된다고 하는데, 이처럼 봉사하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를 가리켜 “테레사 효과”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부활의 기쁨과 함께 지난 사순 시기 동안 행했던 ‘약속의 실천’으로 ‘테레사 효과’가 한껏 증대되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부터 코로나 극복에 대한 염원 안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물리적인 면역과 함께, 선한 정신의 면역 향상을 위해 ‘선과 봉사’의 백신을 맞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 더 나아가 복음 정신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소박한 삶을 위해 영혼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또 하나의 백신, 즉 하느님의 말씀을 접종하는 것은 어떨지요? 이는 공동선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최근 회칙인 ‘모든 형제들’의 가르침에도 부합하며, 이웃을 위해 선한 행위를 망설이지 않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구의 교우들 모두는 지난 사순 시기 동안 어려운 이웃들과의 ‘백신 나눔’을 위해 사순 저금통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사랑의 결실은 돈이 없어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세상의 이름 모를 형제들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이 나눔은 일회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쌓아두기만 하지 않고 나누어야 함을 주님의 부활을 통해 상기하고 실천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그분은 힘이 되어 주실 것이기에 선을 향한 우리의 정진을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희망의 표징이 절실한 이 시대에, 대홍수 끝에 싱싱한 올리브 잎과 함께 노아의 방주로 되돌아온 비둘기처럼, 빛의 일꾼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쓸려나간 땅에 내려와 제단을 쌓고 하느님께 정결한 제물을 바친 노아처럼, 선의 근원이신 주님께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를 봉헌하기 위해 깊은 데로 나아가 희망의 그물을 내립시다. 

아울러 이 시간 또 다른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형제들인 미얀마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원하는 평화와 민주화가 이룩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합시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주님 부활의 은총 안에서 우리의 삶이 선을 향해 나아가도록 기도하며, 손을 높이 들어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2021년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며

여러분의 목자, 춘천주교 김주영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