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구대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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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쁨의 증인이 됩시다

죽음을 이기고 승리하신 주 예수님께서 모든 교우들의 가정에 부활의 기쁨과 평화를 가득히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기쁨은 이 세상이 주는 쾌락과 달리 가실 줄을 모릅니다. 부활의 기쁨을 체험한 사람은 마치 가진 것을 다 팔아 보물을 사는 상인(마태 13,46 참조)처럼 다른 모든 것에 앞서서 이 기쁨을 가장 소중하게 여깁니다. 또한 이 기쁨이 그의 영혼을 채우고 넘쳐흐르기 때문에 그것을 이웃과 나누고자 애쓰게 됩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진리를 복음(福音), 곧 기쁜 소식이라 부르며,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께서 가르치신 대로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에는 바로 이 기쁨이 두드러져야 하는 것입니다(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1항 참조).

하느님께서 우리를 죽을 만큼 사랑하신다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현장이 바로 미사 전례입니다. 부활절은 1년에 한 번이지만, '주님의 날'이라는 명칭이 드러내듯 모든 주일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작은 부활절입니다. 미사성제 가운데서 우리는 당신의 말씀을 들려주시고 또 당신 몸을 음식으로 내어주시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이처럼 미사 중에 예수님의 말씀과 몸을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죽고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십자가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진정한 기쁨의 원천임을 무엇보다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순교자들의 삶입니다. 이미 많은 교우들이 아시는 대로, 교황성하께서 아시아 청년대회를 참관하시고자 오는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우리나라를 사목방문하시고, 8월 16일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 위(位)에 올리십니다. 시복식은 물론이고 시성식조차도 바티칸 이외의 장소에서 거행되는 예가 극히 드문 만큼, 순교자들의 후손으로서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1984년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찾으시어 103위 순교자를 시성하신 것이 한국 천주교회에 있어 성장의 큰 디딤돌이 되었듯이,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도 우리 모두가 보다 성숙하고 견고한 신앙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교회가 외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매우 요긴하지만,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고 복음 안에서 참 기쁨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한층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입니다.

의무감에서 마지못해 계명을 지키는 것이 어기는 것보다 낫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새 계명을 주신 주님의 뜻은 "내 기쁨을 같이 나누어 너희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요한 15,11). 전례 안에서, 말씀과 기도 안에서, 또 사랑의 섬김 안에서 주님을 만나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나누어주시는 작은 십자가를 이웃을 위해 기꺼이 지는 것, 이 안에 부활의 기쁨, 복음의 기쁨이 있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언제나 새롭게 솟아나는 이 기쁨이 교우 여러분을 항상 지켜 주기를 기도하며, 이미 승리하여 천상 영광중에 계시는 신앙 선조들의 전구를 청합니다.

2014년 4월 20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