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군종교구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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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종

“어떻게 하는 종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마태 24,45)

주님 안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구 신자, 군종사제 그리고 수녀 여러분, 저는 올해 사목표어를 “슬기로운 종”으로 정했습니다. 마태오복음 24장의 마지막 단락에서 예수 님은 큰 환난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하느님의 도성 예루살렘을 두고 한탄하시며, 큰 재난의 날들이 지나갈 때까지 그리스도인들이 깨어있어야 하고 제자들에게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 되라고 당부하십니다. 슬기로운 종은 주인의 집안 식솔들에게 제때에 양식을 내주며 잘 보살피는 종입니다.


I

지난 한 해 동안, 온 세계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고통을 받았고 인류는 아직 그 고통 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계속해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였고,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모임은 비대면 모임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은 밀집, 밀폐, 밀접한 장소에서의 모임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우리의 사목 현장인 병사들과 부대, 그리고 교구 본당 공동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일마다 반갑게 만나 형제적 사랑을 나누며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했던 성당은 오랜 기간 텅 비어버렸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은총과 기쁨으로 채워야 할 이 공간을 세속적 번잡함과 나쁜 것들이 채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 환경에 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본당 공동체를 슬기롭게 돌보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새로운 사목 방법을 발굴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아니더라도 우리 교구는 최근 몇 년간,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군 구조 개편의 변화 속에 있습니다. 많은 부대가 임무 해제, 통합, 창설의 과정 중에 있고 병사들의 복무기간 및 인원 감축으로 인해 군종신부님들이 돌보아야 할 병사 들의 수와 기간이 줄어들고 있으며, 적지 않은 본당과 공소들이 부대 해체, 이전, 병력 감소로 폐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다른 어느 교구보다 우리 군종교구는 급격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저와 군종신부들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II

주님의 백성을 보살피도록 우리 주님으로부터 거룩한 직무를 부여받은 성직자들은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맡겨진 사명을 잘 수행하는 슬기로운 종이 되어야 하고, 그 좋은 예를 바오로 사도에게 발견하고 우리는 힘을 얻습니다. 필리피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도는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 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2-13) 즉, 복음선포에서 주위환경이나 여건의 어려움을 핑계 삼아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습 니다. 코로나19 상황이든, 박해의 상황이든, 혹 전쟁의 상황에서도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 복음선포자, 슬기로운 종이 되는 것이 저와 군종신부들의 사명입니다.

슬기로운 복음선포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마태오복음 13장 마지막 단락의 주님 말씀은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지 영감을 줍니다. “그러 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마태 13,52) 예수님께서는 호숫가에서 복음의 씨앗이 어떻게 뿌려지고 열매를 맺는지, 그 과정에서 밀과 가라지가 함께 뒤섞이는 혼돈의 상황이 있음과 겨자씨와 누룩 같은 작은 시작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비유로 가르치면서 이 말씀으로 끝맺습니다. 그러므로 슬기로운 복음선포자인 우리 군종신부님들은 각자의 성서적, 신학적 지식과 사목활동의 경험에서 지혜롭게 옛것과 새것을 꺼내, 병사들과 교우들의 필요와 영적 목마름을 채우는 성실하고 충실한 종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옛것은 전통적인 가치이며 성체성사가 중심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상적인 미사가 오랜 기간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본당 사목구 교우들의 영적인 공허와 목마름이 클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시초부터 교우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사도 2,42)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것이 새롭게 변화되는 앞으로의 시대에도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모습은 옛것이지만 가장 근본인 성체성사가 확고하게 뿌리 내려야 하고, 아울러 변함없이 형제애 넘치는 친교를 갖고 꾸준히 그리고 쉼 없이 기도하는 삶도 뿌리내려야 하며, 본당 사목구의 모든 신심 단체와 활동의 재건은 이 뿌리에서 시작하여 가지가 뻗고 잎이 달리고 열매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새것은 새로운 사회환경 변화에 발맞추는 것이고 젊은 병사들에게 다가 가는 젊고 혁신적인 방법들입니다. 모든 것들이 새로워지는 시대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용기 있고 슬기로운 종의 모습이 아닙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마태 9,17)는 주님의 말씀처럼,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고 세밀하게 대처하는 것이 깨어 있는 복음선포자의 자세입니다. 우리가 속해있는 군이라는 사목환경의 변화는 급격하고 우리가 돌보아야 할 병사들은 젊고, 빠른 변화 속에 성장한 세대입니다. 복음선포자의 말과 행동, 가르침은 이들의 변화를 북돋우고 지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오히려 장애 물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복음선포의 방법에도 우리는 새로움을 추구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도 젊은 병사들이 성당을 찾는 수가 줄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한 미사와 성당 단체활동의 중지는 그것을 가속시켰습니다. 그렇다고 병사들이 예전처럼 다시 돌아오기를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선포는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바쁜 여정이었습니다. 우리 군종신부님 들의 사목 또한 주님을 닮아 병사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이미 몇몇 신부님들은 젊은 병사들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사목 방법들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계십니다.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된 시기에 휴대전화를 통한 방송 미사를 꾸준히 봉 헌하여 병사들에게 다가간 군종신부님들이 좋은 예가 됩니다. 인터넷, SNS, 각종 휴대 전자기기 등과 같은 현대 문명의 새로운 도구들은 복음선포의 목적에 부합하여 적절히 사용될 때, 큰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III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젊은 병사들에게 전하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교회와 교우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서 2021년 우리 교구와 각 본당 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사목적 방법들을 유념하길 부탁드립니다.

1.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이고, 초대교회의 특징이었던 성체성사와 말씀 전례와 형제애 넘치는 친교와 충실한 기도생활에 중심을 둡시다.
2. 지구사제모임을 강화하여 새로운 사목환경에 대한 토론과 경험을 공유합시다.
3. 본당 사목회와 제 신심단체들을 활성화하여 교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본당 사목에 활용합시다.
4. 병사들을 찾아가는 사목을 위해 위문, 방문, 교육 등을 더욱 활발히 합시다.
5. 새로운 복음선포 수단인 인터넷, SNS, 휴대 전자기기(Mobile) 등을 지혜롭게 적극 활용합시다.

2020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수일 F.하비에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