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인천교구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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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8)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거룩하고 살아있는 말씀인 성서를 통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힘과 은총이 여러분 안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첫 번째 성서의 해’를 지내며, 확신에 찬 신앙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일 성서를 읽고, 말씀을 묵상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때로 우리의 바쁜 일상은 우리의 시선을 성서에서 멀어지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마음을 돌려 성서를 펼치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려 했던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그러한 여러분의 의지와 노력이 이제 알찬 결실로 맺어지기 위해 저는 올해, ‘두 번째 성서의 해’를 지내고자 합니다.



1. 인격적 만남


예로니모 성인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서를 모르면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성 예로니모, 이사야서 주해) 성서를 가까이하지 않으면 주님의 말씀을 알 수 없고, 우리의 신앙도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사목 전체를 감도感導하는 ‘성서 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베네딕토 16세, 「주님의 말씀」 73항 참조). 성서 사목은 단지 성서와 관련된 단체들을 증대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일상적 활동들 안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것’(73항 참조)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모든 신앙인이 자신의 삶 안에서 성서를 통해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을 이룰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합니다.


신앙생활 안에서 성서를 읽고, 묵상하며, 삶 안에서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성서를 읽어야 하겠습니까?


계시 헌장 25항에는 그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성서를 읽을 때에는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가 따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도할 때에는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읽을 때에는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서를 읽는 이유는, 학식의 증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친밀함을 더하고, 기도하기 위해서입니다. 기도가 동반되지 않는 성서 읽기는 자칫 인간적 만족감만을 남기거나, 인간적 해석으로 하느님 말씀을 곡해하는 오류를 낳게 합니다. “하느님의 것들을 이해하려면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오리게네스, 그레고리오에게 보낸 서한)라고 하신 오리게네스 교부의 말씀을 주의 깊게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2. 기도


교회는 신앙인들에게 기도를 통해서만 ‘하느님 말씀의 보고가 열리고, 그렇게 해서 살아있는 하느님 말씀이신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을 거듭 확인해 주었습니다(주님의 말씀 87항 참조). 기도와 함께, 기도하는 마음 안에서 성서를 읽으며, 그 내용이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를 깊이 묵상하여야 합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서를 읽고, 자신이 묵상한 성서 본문의 내용으로 기도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점차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즉 주님의 말씀을 읽고, 들으면서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게 되고, 주님 말씀에 대한 응답으로 주님께 말씀을 드리는 기도를 바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가 성서를 읽는 순간이 하느님을 향한 거룩한 시간으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면서, 성서를 통해 우리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곧 주님의 말씀을 들은 이들은 자신 안에 육화된 주님의 뜻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점차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식별하여 결심에 다다르게 됩니다.


사도 바오로는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2)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서는 우리의 일상 안에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비록 인간적인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이 초대에 응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성서를 읽고 기도할 때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점차 “그리스도의 마음”(1코린 2,16)이 형성되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두 번째 성서의 해를 보내면서, 주님의 말씀에 깊이 잠겨 주님의 말씀에 맛 들이고, 그 말씀이 주는 참 기쁨 속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여러분 모두가 다음의 세 가지를 실천하며 새로운 한 해를 보냈으면 합니다.


첫 번째,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도록 합시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경을 읽는 방법으로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독서와 묵상, 기도, 그리고 하느님과의 일치는 거룩한 독서의 근본 요소입니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승 귀고 2세는 “성서를 읽으면서 성령을 청하십시오.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주실 것입니다. 독서 안에서 찾으십시오. 묵상과 함께 얻을 것입니다. 기도 안에서 두드리십시오. 관상으로 들어갈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이러한 여정 속에서 성서를 읽는다면, 성서를 읽는 매 순간이 기도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야고보 사도는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야고 1,22)라고 우리를 깨우쳐 줍니다. 우리 역시, 읽고 들었던 주님의 말씀에 머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변화’, ‘자신의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말씀의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22-23)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세 번째, 말씀을 선포하는 선교사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하느님께서 말씀의 육화를 통해 이 세상에 당신의 외아드님을 보내주셨듯이, 성서를 읽고 기도하는 우리 안에 바로 그 주님께서 함께하십니다. 왜냐하면 말씀이 곧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살아계신 주님을, 주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도 4,20)라는 사도들의 증언처럼, 성서를 통해 듣고, 느끼고 체험한 나의 신앙을 이웃들에게 전하는 말씀의 선교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새로운 2020년 한 해, 교구의 모든 형제자매가 주님의 말씀 안에서, 주님의 말씀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말씀 안에서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