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천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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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 (마태 28,7)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주님 부활의 기쁨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여러분 모두가,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사도 4,19)라고 고백했던 사도들과 같이, 주님 부활의 증인으로서 부활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믿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러하였고, 예수님을 따르던 많은 이들도 그러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를 생각해봅시다. 그들은 안식일 다음날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했기에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에 향료를 바르며 예수님을 떠나보내고자 했습니다. 그때 그들의 마음은 절망과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러 내줄까요?”(마르 16,3)라는 그들의 말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걱정과 앞날에 대한 근심을 드러냅니다. 절망 앞에서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빈 무덤이었습니다. 빈 무덤은 희망이었습니다. 무덤에 들어가 그들은 주님의 부활을 체험하게 됩니다. 빈 무덤을 확인한 이들은 제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마태 28,8),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한 예수님을 직접 만나게 됩니다(마르 16,9).
부활을 체험한 이들은 변화합니다. 절망에서 기쁨과 희망으로, 비통함에서 새 생명으로 나아갑니다. 이전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며, 주님 말씀을 전파하는 사명을 받아 실행합니다(참조: 루카 24,13-35; 요한 20,19-23). 여기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체험한 이들이 어떻게 그것을 느끼고 변화되었는지 깊이 묵상해볼 수 있습니다. 주님이 주시는 커다란 은총은 우리로 하여금 부활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부활의 증인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한편, 성경은 우리에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부활을 믿지 못했던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바라본 그들이 자신들의 본업인 어부로 돌아가는 모습을 우리는 성경에서 만납니다(요한 21,1-14). 그들은 고기를 잡으러 나갔지만 밤새도록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때 부활한 주님이 나타나 배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라고 하신 말씀을 따랐던 제자들은 많은 수의 물고기를 잡게 되고, 그분께서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부활한 주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 성경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주님의 부활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오직 주님의 말씀에 순명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주님 말씀에 대한 깊은 믿음은 부활을 체험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님 말씀에 대한 깊은 믿음이 부활한 주님을 보게 하고, 만나게 하며, 우리를 변화의 길로 이끌어줍니다. 이 믿음은, 구체적으로, ‘자기중심적 사고’, ‘자기 생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 싹트게 됩니다. 자기 스스로가 만든 예수님의 모습이 아니고 자기 생각을 고집하는 신앙도 아닌, 진정으로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그 믿음의 출발점입니다. 그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게 하고, 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주님께 대한 깊은 믿음 안에서 우리는 불신과 의심, 절망과 고통에서 확신과 희망, 그리고 기쁨의 삶으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같이 빈 무덤에 들어가 새롭게 변화되어 나와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그 자리에 주님을 모시고 무덤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코로나-19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아직도 우리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단절의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하며 인간관계의 단절을 체험하고, 예전의 자연스러웠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고통을 경험하며, 이에 따르는 경제적 어려움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곧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는 시간이 흐르며 우리 마음속에서 점차 약해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뉴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절망스러운 소식들, 서로가 서로를 고발하는 모습들,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로 점차 절망과 불신, 분열이 조장될 때 더욱 그러하게 느껴집니다. 서로 배려하고 위하기보다는 장벽을 세우는 단절의 문화가,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더욱 팽배해져 가는 듯합니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앞세우며, 자신의 삶에 대한 자유만을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만의 생각으로 다른 이들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모습들이 만연해갑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이런 우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해줍니다. 우리를 그 희망의 삶으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세상에 전하도록 우리를 파견합니다. 이 어둡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 모두가 부활의 증인으로서 다른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서로의 형제가 되어야 하고 우애를 나누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형제애는 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유일한 힘이며, 자신이 지닌 벽을 허물게 하고, 서로의 고통과 절망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부활을 체험한 이들은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부활은 2천 년 전에만 체험될 수 있는 사건은 아닙니다. 우리도 나를 벗어나 주님 말씀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부활을 체험하여 기쁨과 희망을 선포합시다. 우리도 부활의 증인이 됩시다. ‘나’를 벗어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주님을 모신다는 기쁨과 희망으로 부활한 주님이 주신 사랑을 전합시다. 부활을 체험하고 희망을 선포했던 삶은 지난 60년간 우리 교구가 지역 사회 안에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사랑으로 전해져야 할 이때, 우리도 교구 역사 안에서 신앙의 선조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 사랑을 주위에 전하도록 합시다.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한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 교구장

정신철 요한세례자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