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인천교구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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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구세주 탄생의 기쁨과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고을에서 예수님이 탄생하셨습니다. 그것도 화려한 집이 아닌 초라한 외양간 구유에서 탄생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 작은 고을에서 펴져 나가는 빛은 장차 인류를 구원할 빛임을 알려줍니다. 주님이 오셨습니다. 구세주가 탄생하셨습니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도 않고, 들어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천사들이 힘차게 구세주 탄생을 외칩니다. 천사들의 외침을 들은 이는 깨어있는 목자들이었습니다.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0)


천사들의 외침에 목자들은 서둘러 예수님을 만나러 갑니다. 목자들은 구유에 누운 예수님을 만나 뵙고 기쁨에 넘칩니다. 그리고 천사들이 외친,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체험합니다. 인간을 사랑하시어 인간에게 구세주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그리고 구세주를 맞이한 인류가 평화를 가지고 오신 분을 이제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에 그 기쁨을 선포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들은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을 찬양하며 기쁨에 넘칩니다.

 

하지만 천사들의 외침에도 모두가 주님을 알아 뵌 것은 아닙니다. 깨어있는 목자들만이 그리고 구세주를 깊이 기다려왔던 이들만이 구세주의 탄생을 알게 되고 경배하게 됩니다(마태 2,1-12 참조). 목자들은 천사들의 말에 서둘러 주님께 갔다고 합니다.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보자.”(루카 2,15)며 설레는 마음으로 구세주를 찾아 나선 목자들의 그 발걸음을 묵상해 봅니다.


목자들의 발걸음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깨어 구세주를 만나러 가고 있습니까?’ ‘우리도 목자들처럼 서둘러 주님을 경배하러 가고 있습니까?’ 목자들이 주님께 힘차게 나아갔듯이, 우리도 주님께 힘차게 나아갑시다. 주님의 탄생을 맞이하는 오늘, 아기 예수님은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교회는 여러분들과 함께 주님께 나아가기 위해 오늘 여러분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 나아가기 위해 목자들의 마음을 배워야 합니다. 그들은 깨어있었다고 합니다. 성서는 우리에게 늘 말했습니다. ‘깨어 준비하여라.’  이 말은 늘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그 말씀의 실현을 위해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깨어있는 목자들의 모습은 주님의 말씀을 들을 준비를 하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는 준비를 의미합니다. 목자들이 깨어있었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주님이 오실 그날과 그 시간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자들은 천사의 말에 모든 것을 순명하고, 아기 예수님께 나아갔습니다. 


주님께 나아가는 모습과 반대의 인물인 헤로데를 생각해 봅시다. 헤로데 역시 주님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먼 곳에서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들에게 거짓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동방박사가 다른 길로 돌아갔다고 하자, 그는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 아기들을 모두 죽여 버립니다(마태 2.16-18). 그는 자신의 생각과 권위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없애버립니다. 이렇듯 인간의 오만과 욕심으로 가득한 곳에 주님께서 머무실 자리는 없습니다. 우리도 우리 안에 가득 찬 내 주관적 생각들, 선입견들, 교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마음에 들어오실 자리를 없애버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보낸 지난 1년의 시간을 돌이켜 봅시다. 서로가 생각이 다르다고, 뜻이 통하지 않는다고, 자신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고, 서로에게 벽을 세웠습니다. 서로에게 벽을 세우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습니까? 정의에 대한 부르짖음이 분열을 일으킨다면, 정의에 앞서 일치를 위한 포용이 더욱 선행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구세주 탄생의 기쁜 소식은 모든 이들에게 퍼졌습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벽, 선입견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 탄생이 주시는 은총이자, 평화의 선물입니다. 서둘러 주님을 보러 갔던 목자들처럼 우리 자신을 얽매고 있는 것들을 버리고 탄생하신 주님을 보러 갑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너그러움과 관용의 모습으로 다가섭시다. 바로 그 마음으로 구세주이신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갑시다. 


구세주 탄생을 다시금 축하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아기 예수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2019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