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인천교구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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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2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이 탄생하였습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기쁨이 넘치는 이 거룩한 날을 우리 모두 함께 기뻐합시다. 또한, 구세주 탄생의 기쁨을 온 세상에 알리고,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며 이 거룩한 날을 보냅시다.
오늘, 이 기쁨은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예고된 구세주의 탄생이 이루어진 날의 기쁨입니다. 구세주의 탄생은 하느님은 더 이상 인간의 생각 안에서만 존재하는 분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우리와 같은 모습의 인간으로 오셨음에 대한 기쁨입니다(1요한 1,1 참조).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인간을 당신의 친교로 초대하셨습니다. 하지만 태초의 인간은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무르지 않고 하느님께 등을 돌리고, 하느님과의 끈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죄를 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다시금 인간에게 다가오시어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인간이 맺은 끈이 끊어질세라, 당신의 사랑을 완전히 드러내고자 구세주를 약속하셨으며 그분을 통해 이제 끊어지지 않을 사랑의 끈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 약속이 오늘 이루어졌습니다. 그것도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탄생하시어 사랑의 끈을 엮어 주셨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켜 구원하시고자 사람이 되셨다”라고 주님 성탄의 의미를 전합니다. 또한,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려고 사람이 되셨다”는 말로,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이루는 친교의 한가운데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과 친교를 맺고, 자녀 됨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시려고” 인간이 되신 하느님께서 인간과 함께 하시기 위해 강생하신 신비를 경축함이 주님 성탄 대축일의 의미인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457-460항 참조).

하느님과 인간과의 연결이자 구원의 도래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시고자 하시는 하느님 뜻의 실현이며 완성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강생으로 당신을 찾아 헤매는 인간을 홀로 내버려 두지 않고 우리 곁에서, 우리를 하느님과 연결해 주시는 임마누엘, 사랑의 끈이 되어주셨습니다. 더 이상 인간을 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하시고자 하느님께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탄생하셨다는 이 사실이 어찌 큰 기쁨이며 위로가 아닐 수 있겠습니까?

임마누엘의 탄생으로 하느님과의 끈을 맺고 있는 우리는, 세상과 함께 세상 안에서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심’을 기뻐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언제부터인가 ‘함께’라는 끈으로 서로를 연결하기보다는 다른 이들과 자신을 단절하고 분리시키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기술 개발의 가속화로 사회적 관계를 연결한다는 끈(SNS)이 발달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정작 서로의 얼굴을 가리운 가상의 세계에서 더 큰 고립감과 단절감을 느끼고 있는지 모릅니다. 현실의 세계에서도, 서로 함께 있어 주며 이해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생각을 앞세우며 분열하는 모습이 자주 드러납니다. 자신만의 생각이 옳음을 극단적으로 내세우고 강요하며,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등을 돌리고 장벽을 세워 분리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를 위하여 마음을 나누는 상생(相生)의 삶이 아니라, 마음속에 불만을 가득 품은 채 타인을 향한 불만족을 직설적이고 공격적으로 표현하며 상극(相剋)을 야기하는 모습들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드러나는 이러한 모습들은 하느님께 죄를 범하여 하느님과의 친교 관계를 상실하고, 서로를 향해 죄의 책임을 돌리며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담과 하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과 우리의 친밀한 사랑의 관계를 묵상하며 사랑과 친교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겠습니다.

또한 함께 살아가는 친교의 관계는 비단 인간과 인간 사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는 공동의 집’이라고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은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이 시점에서 환경과 인간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자연에게 인간의 편리를 강요하며 벌어지는 자연과 인간과의 친교의 상실은 ‘함께함’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와 함께하기를 바라시고, 우리도 그것을 깨닫기를 바라셨던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강생하셨습니다. 구세주의 탄생으로 우리는 구원을 보았습니다(루카 2,30 참조). 우리의 구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을 하느님께로 연결하는 사랑의 끈이시기에, 우리 또한 서로 함께해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셨던 그분의 사랑의 가르침대로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구원을 가져다주신 구세주 탄생의 기쁨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은 우리 와 함께 계시고자 사람이 되어 오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손을 잡고 이웃과 세상을 향해 우리 각자의 손을 내밀어 사랑의 온기를 전해줄 것을 새롭게 다짐하는 날입니다. 주님의 성탄 대축일은 단절과 고독으로 친교를 잃은 이들에게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의 탄생을 알리는 날입니다. 하느님과의 친교의 관계를 잃어버린 그곳에, 단절과 고독이 자리한 그곳에, 자연을 지배하며 자신만을 앞세우려는 그곳에, ‘임마누엘’, 주님 탄생의 기쁨을 전합시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그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 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