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천교구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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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성탄 메시지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구세주 탄생의 기쁨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주님 탄생의 빛이 온 누리에 비추기를 기원합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
이는 주님의 탄생으로 우리가 하느님의 영광을 바라보게 되고, 구원의 빛을 바라본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요한 사도는 ‘모든 삶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요한 1,9)라고 주님 탄생의 기쁨을 표현합니다. 사실 성탄은 하느님 사랑의 신비입니다. 인간을 사랑하신 나머지 하느님은 당신 아들을 인간에게 내어주셨습니다. 성모님을 통하여 사람으로 오신 것입니다. 이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랑의 신비를 어떻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신 그 사랑 앞에 그저 감사를 드릴 뿐이며, 그 사랑의 은총을 빛으로 받아 그 빛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사랑의 신비를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점차 사랑의 신비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연한 상업주의는 이 사랑의 의미를 재화 벌이의 도구로 사용하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숭고한 하느님의 사랑을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이야기쯤으로 교묘히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그래서 성탄을 맞이하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 사랑의 고귀함을 생각하지 않고,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성탄만을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점차 변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하게 됩니다.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계산된 사고방식으로 인간의 사랑만을 말하려고 합니다. 조건 없이 내어주고, 희생하는 사랑은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그런 사랑의 가능성마저도 저버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점 우리는 우리 생각에 갇혀 각자 마음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점차 홀로 외로운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속에 스며들고 있는 관계성 단절의 모습들 그리고 고독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에서 예수님을 잉태한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애타게 주님이 태어날 곳을 찾습니다. 이들 두고 성경은, ‘여관에는 그들이 머물 곳이 없었다.’(루카 2,7)고 우리에게 전합니다. 하느님이 들어가시기를 바라지만, 이렇게 닫혀있는 곳은 세상에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베들레헴의 여관은 시대를 넘어 모든 장소에 모든 시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여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어떻게 보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한번 해 보았으면 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베들레헴의 여관의 문들 두드리듯, 우리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아기들이 태어날 자리가 없다며, 아기들이 태어나도 책임지기 힘들다며, 아기들에게 문을 닫아버립니다. 생명을 거부하는 이 시대가 굳게 닫혀진 베들레헴의 여관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또한 모두가 자신의 생각 안에 갇혀 하느님을 맞아드리지 않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거부합니다.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드리지 않았다.”(요한 1,11)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20)
굳게 닫힌 여관과 다르게 마구간은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었습니다. 마구간의 구유에서 예수님께서 탄생하였습니다. 구유는 무엇으로 꽉 찬 곳이 아니라, 비천하고 보잘것없는 곳이었습니다. 이 비천하고 가난한 마구간과 구유는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자신을 비움으로 모든 이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남에게 먹을 것을 담아 주는 곳이 바로 마구간과 구유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우리에게 당신을 내어주고,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으로, 고집으로, 아집으로 꽉 찬 우리 마음을 비우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서로에게 서로를 내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서로 받아드리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느끼는 성탄의 신비는 바로 이렇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나를 가난하게(Anawim) 해야 성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의 것을 비우고 하느님을 향한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 예수님이 오십니다. 그리고 그 안에 고독과 외로움의 어둠이 아닌, 생명의 빛을 느끼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습니다.’(요한 1,14)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비움으로 더욱 채워지고, 내어줌으로 더욱 풍요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사랑의 신비이고, 이것이 성탄의 또 다른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런 어려움을 우리 모두가 이겨왔기에, 다가올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러기에 이번 성탄을 맞이하며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닫아야만 했던 서로의 문이 열리기를 희망해 봅니다. 마음으로 멀어졌던 서로의 관계를 다시금 회복하고, 서로를 보듬고, 서로의 생각을 나눔으로써 더 풍요로운 공동체와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것이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성탄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 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