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대교구 부활 메시지
주교 이미지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에서 부활하셨습니다. 주님 부활의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 곳곳에, 특히 북한 형제자매들에게도 가득히 내리기를 기도합니다.

성경은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크게 변화하였다고 전합니다. 제자들은 이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두려움과 나약함 때문에 스승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던 베드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그분을 구세주로 선포했습니다(사도 4,13 참조). 예수님의 죽음으로 큰 슬픔에 잠겨있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주님을 뵙고 기쁨에 가득 차서 제자들에게 달려가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마르 16,10 참조). 주님 부활에 의심이 많았던 토마스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비로소 믿음을 회복하였습니다(요한 20,28 참조). 이렇게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제자들은 두려움과 슬픔, 의심을 극복하고 활기차고 용감한 믿음의 사람들로 변화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제자들의 새로운 삶, ‘부활’로 이어진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늘날 우리도 제자들처럼 변화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고 하신 대로 우리 곁에 계십니다. 예수님은 성체성사와 다른 성사들 안에, 성경 말씀 안에, 기도하고 찬양하는 신자들 안에 현존하십니다(전례헌장 7항). 또한 주님께서는 “가장 작은 이들”안에도 함께 계십니다. 굶주린 이들, 목마른 이들, 집 없는 이들, 헐벗은 이들,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마태 25,31-46 참조).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교회 공동체가 부활을 증거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신자들은 교회 밖으로 나아가서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계신 주님을 섬기며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심각한 인명 피해와 정신적 고통,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해져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으로 고통받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더욱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불의와 불공정, 부정과 이기심은 국민들 사이에 불신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 특히 다수의 젊은이들은 미래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깊은 절망과 좌절의 늪에 빠져버렸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절감하면서 과오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지녀야 합니다. 이들이 주님 부활의 은총으로 국민만을 섬기는 봉사자로서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지도자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까지도 포용해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아울러 지도자들이 개인의 욕심을 넘어서 공동선에 헌신하기를, 그중에도 가난과 절망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며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가난한 사람들은 거룩한 교회의 재산”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 사실을 잊으면 결코 주님의 부활을 증거할 수 없으며, 세상에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합니다. 우리의 믿음은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더 크게 자라고 성숙되는 것입니다. 지난 춘계 한국 주교회의에서 가난한 국가들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한국 교회가 ‘백신 나눔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여러 차례 “가난한 국가들이 코로나 19 백신 접종의 혜택에서 배제되어선 안 된다”고 우려하신 바 있습니다. 우리 교구도 이번 부활절에 가난한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백신 나눔 운동에 신자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시복 청원 중에 있는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모범을 따라 오직 주님께만 희망을 두고 부지런히 사랑을 실천합시다. 무엇보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형제자매들,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이, 병든 이, 불의와 불공정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온 교회가 그들의 아픔을 나누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국가와 사회,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과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기도와 사랑의 실천을 한다면 바로 주님 부활의 증거가 될 것이며 우리 사회에 참다운 희망을 줄 것입니다.

주님 부활의 은총과 평화가 온 세상에,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형제자매들에게도 널리 퍼져나가도록 우리 신앙인들의 어머니,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