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대교구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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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요한 1,14)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수도자 여러분, 그리고 형제 사제 여러분, 주님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북한의 형제자매들, 온 세상에서 구원의 은총을 청하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 성탄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성탄은 하느님이 죄로 물든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인간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거룩한 탄생입니다. 요한복음은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요한 1,14)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시고자 인간 본성을 취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降生)은 그리스도교 최고의 신비이며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신 소통 방법입니다. 이 강생의 신비를 사도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5-8)

작년부터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곤궁에 처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코로나 팬데믹은 온 세상의 모든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종교도 그 예외가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 모든 상황을 보시고 시노드를 교회의 현안 과제로 주셨다고 생각됩니다. 교황님께서 전세계 모든 교구에 요청하신 시노드는 단순히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시노드의 시작은 하느님 백성인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공동의 여정 안에서, 지금이 시대에 울리는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친교 안에서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여, 서로 경청하고 함께 사랑의 나눔을 체험하면서 교회의 본질인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초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의 시노드는 예전과는 다르게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기도하면서 함께 모색하고 함께 경청하며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의 시노드’로 초대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소통하며 서로 경청하면서, 교회가 새롭게 변화해야 할 몫이 있다면 그 부분이 무엇인지를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 찾아 나아가야 하는 여정입니다.
초대교회에서 사도들과 원로들을 중심으로 제자들의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찾고 경청하며 함께 성령의 뜻에 귀 기울이며 식별의 결실에 도달하였습니다.(사도 6장) 이런 교회의 전통에 발맞춰 “하느님 백성이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의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시노달리타스’(시노드정신)는 교회의 매우 중요한 친교의 영성과 전통에 속하며, 이 여정에는 경청이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친교와 경청을 통해 우리들 안에서 살아서 역사하시며 활동하시는 성령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노드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번 시노드의 방향은 하느님 백성 구성원 각자가 하느님 앞에 신원의식(정체성)을 짚어보며, 성령의 인도 아래 서로 경청하고 존중함으로써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을 함께 찾아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초대교회의 신자들의 삶에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초대교회 신자들이 그러했듯,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은 말에 앞서 먼저 하느님을 찾고 만나야 합니다.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 그것이 기도입니다. 둘째, 하느님 앞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물질이라고 하는 세상적인 가치에 우선권을 두고 거기에 휘둘리고 있는 우리 자신을 하느님 앞에 바로 세워야 합니다. 참사랑이신 하느님 앞에 대면하면서, 참 행복이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 사랑 안에 있음을 새기고, 우리의 가치기준을 하느님 앞에 바로 세워야 합니다. 세 번째, 참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난 그리스도인들은 우리를 변화시킨 그 사랑을 이웃 안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사랑은 내 자신 안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가난한 이들은 교회의 보물이다.” 하셨듯이, 우리 이웃의 가난과 불편을 함께 나누고 고통을 분담하는 애덕 실천이 복음화의 중요한 한 모습입니다.

오늘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음을 기억합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성탄이 2000년 전 베들레헴에서의 사건으로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다시금 이뤄지는 사건이 되게 합니다. 나아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과 더불어, 우리 자신이 그분 안에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건이 됩니다. 그래서 이웃과 사회에 그리스도를 말과 행실로써 증거하며 참되게 주님 강생의 신비를 전해야 합니다.
먼저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우리가 하느님 백성의 정체성을 묵상하며, 시대의 요청 안에서 우리의 소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복음을 증언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여, 저희를 특별히 보호해주시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정신으로 살고 영원한 구원에 이르도록 전구해주소서.
주님 성탄의 은총과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가득하고 또한 온 세상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