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의정부교구 부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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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

예수님께서 무덤 문을 열고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제자들에게 완전한 절망을 주었던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은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절대적인 어둠으로 여겨졌던 죽음이었지만, 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극복되었습니다.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던 절망의 어둠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주님께서 밝은 빛이 되시어 새 생명을 우리에게 선물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빛 앞에서 어둠이 존재할 수 없듯이 예수님의 부활로 죽음은 그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생명을 되찾아 준 사건입니다. 온갖 죄로 빛을 잃어가던 우리의 생명은 온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들은 그분 부활의 힘으로 죄와 죽음, 좌절과 절망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 속에서

오늘날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을 생각해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 세계의 28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전염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어 그 수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폭우와 폭설, 장마와 가뭄,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가 강력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거나 생활 터전을 잃었습니다. 
시선을 멀리 돌릴 필요 없이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이상 기후로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재해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많아졌고, 사람들 간에 연결 고리가 약해졌습니다. 그 결과, 상실감과 소외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웃이 늘어났습니다. 직접적인 죽음은 아니더라도 수많은 생명이 위협 받는 어둠의 분위기가 널리 감돌고 있습니다.  

희생을 동반하는 애덕 실천

죽음의 그늘이 드리운 현실이기에, 오늘 예수님께서 부활을 통해 선사해주신 희망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생명을 선물해주셨는지 다시 한번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교회는 엊그제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비통한 심정으로 기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자의 길을 가셨습니다. 주님께서 고통을 받아안으신 이유는 죄로 얼룩진 우리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엾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심연에서 끓어오르는 연민의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애끓는 마음을 기억하며 그분을 닮아 이웃을 향한 연민을 지녀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팬데믹의 상황에서 파괴되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로 형제애를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형제애를 실천한 모범으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말씀하셨습니다(「모든 형제들」 “제2장 길 위의 이방인” 참조).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죽어가는 이웃을 향한 짙은 연민을 가지고 자신의 계획을 변경하는 불편을 감내했습니다. 그가 보여준 행동은 단순히 ‘좋은 마음’을 넘어 자신의 것을 내놓는 구체적 희생이 동반된 것이었습니다. 
좋은 마음은 선행의 뿌리입니다. 그런데 좋은 마음이 그 자체로만 머물 때, 그것은 어떠한 결실도 맺지 못합니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좋은 마음은 우리 삶에서 육화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좋은 마음만 가지면 될 거라는 막연함으로 얼마나 많은 애덕의 기회를 놓쳐버렸습니까?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희생 없이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사랑을 실천하지 못했던 이유로 희생하려 하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피조물을 향한 노력

타인을 향한 애끓는 마음은 모든 피조물에까지 향해야 합니다. 최근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징후들을 체험하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까닭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가톨릭기후행동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높아졌지만, 구체적인 실천을 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실천이 부족한 이유는 타성화된 습관과 불편함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올해 사순시기를 시작할 즈음, 우리 교구 사회사목국에서는 「찬미받으소서, 행동」 책자를 발행하였습니다. 교황님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인으로서 노력해야 할 구체적인 방안들이 실려있기에 많은 교우들이 읽고 생활로 옮기면 좋겠습니다. 보편교회가 권장하는 7년의 여정이 잘 정리된 안내에 따라 삶의 습관을 바꿔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특별희년을 보내며 

올해는 한국 천주교회가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희년으로 보내고 있는 해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 교구의 주보이기도 하기에 이번 사순시기에는 온라인 특강을 통해 신부님의 행적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분의 영웅적인 용기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천국의 영광을 누리시는 성인께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전구해 주시기를 청하도록 합시다.
특히 희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신자들은 신부님께서 보여주셨던 모범을 따라 ‘나는 천주교 신자입니다.’라고 증거하며, 이 땅이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서로 돕고 사는 나라가 되는 데 앞장 서야 겠습니다.
끝으로 두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교황님의 지향에 따라 가난한 나라의 이웃들이 백신을 맞아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도록 <백신 나눔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질병이나 재해 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당하는 이들은 가난하고 약한 이들입니다(「찬미받으소서」 25항 참조). 실제로 백신 보급의 불평등은 새로운 국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들도 인류의 유산인 백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성을 나누는 일에 동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웃 나라인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이 하루 빨리 끝날 수 있기를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비는 바람은 평화의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아주실 것이며, 동시에 이땅의 평화를 갈구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구 형제자매님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다시 한번 기도드립니다. 주님의 놀라운 선물을 받은 우리 모두가 그분과 함께 함으로써 생명과 사랑을 널리 알리는 사도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1년 주님 부활 대축일
천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