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정부교구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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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

온 세상의 기쁨인 성탄

형제자매 여러분, 어둡고 불안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 평화와 기쁨을 주시러 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기쁘게 맞이합시다. 구세주이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알리는 천사가 두려움으로 가득한 목자들에게 전한 말은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온 백성에게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였습니다. 성탄을 간절히 기다리는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이 바로 이 ‘두려워하지 마라’는 위로가 담긴 기쁜 소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거센 속도로 번져, 이제는 전 세계가 코로나로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금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었으며, 감염을 막기 위해 여러나라가 도시 안에서의 이동을 금지하거나 국경을 폐쇄하기도 하여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생겨났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면서 예전의 활기 넘치고 친밀했던 인간관계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 긴장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긴장을 해소해줄 여러 만남이 차단되거나 제한되어 버렸습니다. 또 집단감염을 우려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문화시설이나 학원, 유흥업소나 식당들이 정지되거나 제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기업이나 소규모 공장들을 비롯한 상점들도 문을 닫는 곳이 늘어, 직장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심각함으로 우리 신자들의 삶의 중심이 되었던 미사마저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하였습니다. 박해시대 때도 봉헌하였다는 미사였지만,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집단감염의 위협 앞에 세상 속에 사는 교회도 모범을 보여야 했습니다. 최근 집단 감염이 늘어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극소수 제한된 인원만이 미사에 참여할 수 있어, 부활 대축일에 이어 성탄 대축일의 기쁨도 거룩한 미사로 함께 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
느닷없이 찾아온 코로나19는 우리가 살아온 그동안의 일상과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빼앗아가 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가난과 절망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도 만나지 못하는 가운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그리고 중환자실 등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겪게 되는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맞게 된 코로나19는 그들의 삶을 심하게 압박하여, 그들에게 우울증만이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충동이 몇 배로 증가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청년들뿐 아니라 삶의 어려움을 겪는 모든 세대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누가 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어둠에 잠긴 세상에 빛이 되어 주며, 그 누가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길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 바로 성탄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두움으로 가득 차고 불안으로 가득한 세상에 빛과 참 행복을 주시기 위해서 당신의 아드님을 이 세상에 보내주셨습니다. 보잘것없는 고을 베들레헴, 초라한 말구유에 아기 모습으로 태어나신 그분이 세상을 구할 구세주이십니다.
이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러 갑시다. 목자들처럼 가난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구유에 누워계신 구세주께 경배드립시다. 그 분께서는 작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우리에게 평화와 행복을 주실 분이십니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코로나의 거센 위협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나가고, 또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걱정스러운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죽음의 위험과 죄와 슬픔, 내적 공허와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시는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줄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1).
예수님을 만나고 신앙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성체조배는 무엇보다 좋은 기도입니다. 감실 안에 모셔져 있는 성체 앞에 앉아 그리스도의 현존을 느끼며 하염없이 기도하는 성체조배는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화를 맛볼 수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기도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리라.”(마태 11,28)는 말씀을 듣는 듯한 성체조배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본당 사목자들이 권장해준다면 신자들에게 큰 위로와 기쁨이 될 것입니다.
둘째, 교회에 전해져 내려오는 여러 가지의 좋은 기도는 성당을 찾아가지 못하더라도 집에서도 얼마든지 바칠 수 있습니다. 평소 많이 해 보지 않았던 기도들은 새로운 기쁨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셋째, 최근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코로나의 어려운 시간 속에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독서로 위안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성경이라는 너무나 훌륭한 보물 같은 책이 있고, 영적인 성찰을 하게 해주는 영성 서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보내는 시간은 우리의 신심을 키워 줄 것입니다.
넷째, 우리 교구 평협에서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교회라는 지향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 있었는데, 미사 중단 후 경험하게 된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미사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다는 것’과 ‘가정에 대한 소중함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 사랑 실천에 관심이 커졌다’라는 점이라고 하였습니다.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을 실천하며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도록 합시다.

하느님의 축복으로 모두 함께 모여 성전에서 거룩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2020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