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의정부교구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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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구세주를 찬미하며, 성탄의 기쁨을 형제자매들에게 전합니다.
금년 한 해 힘들고 어려운 중에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주님을 신뢰하고 살아오신 여러분께 예수님의 따뜻한 위로가 내리기를 빕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치고 불안하게 살아오신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각별한 은총이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2021년은 기대와 실의,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의 개발과 보급이라는 희망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최근에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그러나 답답하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용기 있게 위험을 무릅쓴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이 있었고, 비록 드러나지 않지만 방역지침을 철저히 따르며 서로를 배려한 대다수의 시민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인내를 요구하는 혼란의 시기지만, 예수님의 탄생은 분명 희망과 “큰 기쁨이 될 소식”(루카 2,10)입니다.

배려와 사랑을 나누는 연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름길

예수님의 탄생을 전하는 이야기에서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은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루카 2,8)이었습니다. 목자는 당시 가난하고 힘든 일을 하는 변방의 사람, 사회적 약자였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든 처지에 놓인 변방의 사람은 누구일까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백신접종이 잘 이뤄져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전체 접종률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선진국과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고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피해는 전 세계로 전파되어 나갑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찬미받으소서」 51항 참조)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으며, 형제애로 연대하여 서로 돕지 않으면 인류가 매우 치명적인 위험 속에서 살게 될 것임을 알려주었습니다. 변방의 사람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일, 그들과 백신을 나누는 일은 아기 예수님께 드리는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백신 나눔 운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집시다. 전염병에 확진되어 고통을 겪는 이들과 강화된 방역조치로 인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어 괴로움에 한숨 짓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오직 나만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다.’는 코로나19의 교훈을 기억하면서 이웃을 향한 마음을 더욱 활짝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젊은이를 위해 축복을 빌며 환대하는 공동체

특별히 이번 성탄절에는 힘든 시대를 살며 “주님, 구해 주십시오.”(마태 8,25)하고 외치는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축복을 빌어주자고 초대하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 정치 현장과 언론에서는 젊은이들의 어려운 현실을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말만 무성한 채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정으로 이들을 걱정하고 희망을 주는 대책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이들은 교회의 미래인데, 그들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닥친 암담한 현실과 희망 없는 미래가 신앙과 교회마저 멀어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로하고 축복을 빌어주는 마음으로 우리 교회공동체도 젊은이들이 교회에 나올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그들을 환대하도록 합시다.
지난 10월 15일, 우리 교구는 일산 지역에 청년센터 <에피파니아>를 마련하였습니다. 청년들을 찾아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에피파니아>에 많은 호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로 생긴 센터가 젊은이를 위한 활기찬 공간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노력을 성찰하게 됩니다. 청소년 사목이 저절로 이뤄지던 시절의 기억만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게을리했기에, 젊은이들이 교회에 무관심하고 떠나게 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나자렛 성가정은 아버지인 요셉과 어머니인 마리아로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들인 예수님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그곳은 성가정일 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린이, 청소년, 청년이 없는 본당은 균형 잡힌 공동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당연하게 여기거나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포기하면 안 되겠습니다. 젊은이들을 환대하며 그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본당 공동체로 거듭나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의정부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내일부터는 가정 성화 주간이 시작됩니다. 저도 여러분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기도하는 가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족이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한해를 마무리한다면, 새로운 2022년을 더욱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내년 6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에 맞는 가정 성화 주간이기에 그 은총은 더욱 특별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성탄의 기쁨과 축복이 모든 가정에 내리기를 기도드립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카 2,14)

2021년 주님 성탄 대축일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