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21-03-17 12:07
2021-04-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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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 대주교 장례미사 고별사

이문희 대주교 장례미사 고별사

[2021년 3월 17일(수) 오전 10시 30분,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

이용훈 주교(주교회의 의장)

우리는 오늘 은총의 사순 시기에 한국 주교단의 큰 어른이시며, 대구대교구의 영적 아버지이신 이문희 대주교님을 주님께 보내 드리는 순간을 맞고 있습니다. 대주교님께서는 56년간의 사제생활을 하셨는데, 사제 수품 7년 후 아주 젊은 나이에 주교품에 오르셨습니다. 49년간의 주교 직무 중 14년간의 보좌주교, 21년간의 교구장 직무를 마치시고 2007년 현직에서 물러나셨습니다. 주님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시며, 이를 몸소 실천하셨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이루시고 그토록 애타게 만나고 싶어 하시던 주님 품 안에 드셨습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SICUT IN COELO ET IN TERRA). 대주교님은 이 말씀을 당신의 사목 표어로 삼으셨습니다. 바로 이 지상에 주님의 나라 건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시며 애덕과 나눔, 자선사업에 힘을 기울이셨습니다. 교구장 시절 1997년에는 교회 쇄신과 복음 실천 운동과 함께 교구 시노드를 열고 ‘함께 가자 생명의 길로’를 주제로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주님의 사랑을 전할 것인가를 촉구하셨습니다. 1993년 주교회의 의장 시절엔 천주교 성직자 납세를 추진해 ‘성직자도 국민의 납세의무를 지키자.’는 운동을 펼치셨습니다. 2000년 대희년에는 교구 신자의 교무금을 모두 면제하여 ‘빚의 탕감과 죄의 용서로 모든 사람을 해방’시키는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같은 해 사목 교서를 통해 교구 100주년 학생 가정 대회를 열고 ‘가정은 작은 교회’라는 표어 아래 “원칙과 양보를 바탕으로 한 자기 분수를 아는 마음을 가지자.”는 운동을 전개하셨고, 2011년에는 교구 설정 100주년 행사를 개최하시며 교구 100년사를 정리하셨습니다. 

대주교님께서는 일선 사목에서 물러나신 후 호스피스 교육을 받는 투혼을 발휘하시며 봉사의 길을 찾아 나서시는 모범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큰 수술을 하신 후에 혹독한 투병 중에도 어떤 내색도 하지 않으시며 만나는 이들에게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를 건네셨습니다. 병환이 위중함에도 늘 주님께 은혜롭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시며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셨습니다. 생전에 여러 권의 시집과 저서를 남기셨는데, 투병 중에 쓰신 저서『저녁노을에 햇빛이』에서는 우리 신앙인들이 어디에 우리 눈을 맞추고 살아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제시하셨습니다. ‘하느님 안에 온전히 머물기 위해 자기 자신의 아집과 편견을 버리고, 세상의 헛된 욕망과 명예욕을 과감히 버릴 때만이 비로소 주님께서 주시는 부활의 영광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와 고통 없는 삶은 허구적이고 공허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주님께 가는 길을 차단할 뿐임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한평생을 오로지 하느님과 교회, 사제와 신자를 위해 봉헌하시며, 주님을 따르는 길과 방법을 자상하게 보여 주신 대주교님, “저는 하느님 은총으로 한평생을 잘 살았습니다. 군위의 교구 성직자 묘역에 묻어 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기신 채 우리 곁을 떠나시는 대주교님께 우리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 천주교회와 대구대교구, 그리고 우리 모두는 대주교님께서 보여 주신 가없는 사랑과 가르침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기억할 것입니다.

공경하올 이문희 대주교님을 주님께 맡겨 드리는 우리의 마음은 못내 아쉽고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대주교님께서는 비로소 세상 고뇌와 육체적 아픔과 고통을 벗으시고, 주님께서 주시는 끝없는 행복과 기쁨이 펼쳐지는 천상 전례에 참여하시게 되었습니다. 공경하올 대주교님, 주님 안에서 영원한 행복 누리시기를 빕니다. 
   
   한국의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이여, 오소서. 
   주님의 천사들이여, 마주 오소서. 
   이 영혼을 받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앞에 바치소서. 
   아멘.

2021년 3월 17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