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문헌
2020-09-23 13:34
2020-09-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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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0년 세계 관광의 날 담화(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2020년 세계 관광의 날 담화

(2020년 9월 27일)

 

여행과 농촌 개발

 

올해 제41차 세계 관광의 날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이동과 여행이 급격히 감소하여 역사상 최저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국제선의 운항 중단, 공항과 국경의 폐쇄, 국내 여행도 포함하여 엄격한 여행 제한, 이러한 조처들이 관광 산업과 연계된 많은 분야에 유례없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해외 관광객 수의 감소는 현재 8억 5천만 명에서 2020년 말에는 12억 명으로 그 폭이 더 커져, 전 세계적으로 약 1조 2천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는 결국 전체 관광 분야에서 1억 개가량의 일자리 손실로 이어지고 말 것입니다. 국제 연합 세계 관광 기구(UNWTO)의 쥬라브 폴로리카슈빌리(Zurab Pololikashvili) 사무총장에 따르면, “관광은 전 세계적 봉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입니다. …… 특히 개발 도상국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에서 수백만 명의 생계가 관광에 달려 있습니다. 세상이 다시 관광에 그 문호를 개방할 때, 일자리를 살리고 생계 수단을 보호하며 관광 분야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재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1)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이어서도 안 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잃어버려서도 안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약 50명의 신자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미사를 거행하시며 다음과 같이 단언하셨습니다. “이 위기보다 더 나쁜 것은 이 위기의 시간을 허비해 버리는 비극입니다. ……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자 커다란 노력을 기울이는 이 시점에, 모든 것을 어둡게 바라보고 그 어느 것도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하리라 되뇌기만 하는 비관주의는 참으로 해롭습니다!”2)

‘여행과 농촌 개발’, 국제 연합 세계 관광 기구가 코로나19 긴급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 2020년 세계 관광의 날을 위하여 선별한 이 주제는 마치 섭리처럼, 관광 분야를 되살릴 수 있는 길들 가운데 하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길은 관광 분야에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작은 마을이나 동네, 거리나 장소처럼 도심을 벗어난 여행지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곳은 매력적이고 오염되지 않았기에 발견하거나 재발견할 만한 숨은 장소들입니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관광 경로에서 멀리 떨어진 이러한 장소들 안에 농촌의 정취가 살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 경제적 정의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환경과 문화를 온전히 존중하는, 지속 가능한 여행, 책임 여행을 촉진해야 합니다. 이러한 여행은 여행객을 맞이하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성, 그리고 그 지역의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여행을 발전시키는 데에 주인공이 될 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인정합니다.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여행이란, 관광 산업과 지역 공동체와 여행객의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북돋우는 여행입니다.3)

이러한 유형의 여행은 농촌 경제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농촌 경제는 농업에 의존하고, 흔히 소외 지역에서 식량 산업에 종사하며 얻은 저소득으로 살아가는 소규모 가족농을 특징으로 합니다. 따라서 여행과 농업은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는 두 가지 기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사람들에 의하여 사람들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또한 소농민은 인내하며 열심히 땅을 일굼으로써 피조물의 첫 지킴이가 됩니다. 여행객은 의식 있고 검소한 방식으로 여행한다면 생태계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손님입니다. 따라서 농촌 지역들로 향하는 여행은 구체적으로, 소규모 농가가 자연법칙과 조화를 이루며 일구어내는 현지 생산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소로의 여행은 역사의 풍미를 전하고, 우리 마음이 형제애와 연대의 폭넓은 지평을 향하여 열리게 할 수 있습니다.

농촌의 전원 속에서 땅의 선물을 바라보고 함께 나눌 줄 아는 여행은, 새로운 생활양식을 배우는 구체적인 길이 되기도 합니다.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땅을 경작하는 사람들의 지혜는,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세계가 일상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을 조화시키는 데에 분명히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여행과 농촌 개발의 결합은, 새로운 문화를 습득하고 피조물 보호와 창조 보전의 가치들을 받아들이는 좋은 방식입니다. 피조물을 돌보고 보호하는 가치들은 오늘날 도덕적 의무일 뿐만 아니라 공동 행동의 시급성을 일깨워 줍니다.

이처럼 ‘농촌 여행’은 타인과 그리고 자연과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자리가 됩니다. 개인의 모든 변화는 행동의 참다운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여정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정에 나서려면 목적지가 필요합니다. 농촌의 전원 지역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여행은 느긋하고 친절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에 발전에 부합하게 됩니다. 이는 농촌의 관행, 전원 지역의 고요한 삶의 흐름을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안에 온전히 간직되어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수많은 작은 볼거리에 감탄하며 지역 농산물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전통들, 지역들, 공동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다름을 소중히 여길 수 있습니다. 이제 농촌과 전원 지역을 걸으면서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 여행을 지향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할 때에, 우리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찬미받으소서」에서 일깨워 주신 대로, “신속화”(rapidación)의 광란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4)

바로 이 시대에, 여행은 ‘친밀함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탈근대 세상에는 친밀함, 곧 관계에서의 가까움, 따라서 마음의 가까움이 매우 필요합니다. 어떤 경우든 사람들과 재화의 이동을 포함하는 관광은 이제 그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심미적 경제 활동에서 민족들 사이에 형제애 정신을 길러 주는 여가 활동으로 변모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이동이 불안정한 이 시대에, 여행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관광 분야와 농업 분야 종사자들의 소득을 뒷받침해 줄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가장 취약한 공동체들을 돌보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여행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할 때에, 관광 경제는 비록 매우 축소된 순환 범위라 해도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고, 사람들의 교류와 재화와 화폐의 순환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밀함의 구체적인 표징이 될 것입니다. 지역의 자원과 활동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속 가능한 책임 여행은, 코로나19로 급격히 증대된 빈곤에 맞서 싸우는 데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장려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광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개인들과 사회의 삶에 끼친 코로나19의 타격에 맞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모든 분에게 우리가 가까이에서 응원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정부 지도자들과 국가 경제 정책 책임자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정의의 원칙을 따르고 환경과 문화를 온전히 존중하며 실행되는 책임 여행을 장려하고 촉진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국가 지도자들은 소외 지역들에 시선을 돌려, 이 지역들에 구체적인 개발 기회들을 제공하고, 그 지역들이 받은 특별한 선물들을 증진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지역 공동체들을 참여시키고, 땅을 일구는 이들의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생태 운동 단체들과 환경 보호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이에게 말씀드립니다. 건전하고 올바른 통합 생태론을 향한 마음의 회심을 위하여 고유한 활동으로 이바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통합 생태론 안에서, 인간의 가치는 소외 지역들에 정착한 농촌 공동체들의 생활 조건을 보호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제 계획은 경제 순환의 가장 약한 주체와 가난한 이들의 보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농촌 지역의 농업 노동자는 가족농업의 회복과 증진을 위한 주요 경제적 재정적 지원과 계획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또한 주교들과 관광 사목 책임자들이 각자 자기 지역에서 여행 활동을 돕는 일에 구체적으로 앞장서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합니다. 신자들과 본당들은 오늘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 종사자들의 요구와 필요에 너그럽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응답하고, 다 함께 친밀한 관계망을 개발하여 소득 손실의 지원에 도움을 주기를 바랍니다. 환경을 존중하는 동시에 지역 관광 종사자들의 생계 기회를 창출하면서, 농촌 지역들을 관광에 활용하는 새로운 길들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련의 시기에 특히 농촌 지역에서 관광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연대와 지원을 보여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우리 모두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여정에 함께 나서기를 바랍니다.

 

바티칸에서
2020년 8월 6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장관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

1) https://www.unwto.org/news/covid-19-world-tourism-remains-at-a-standstill-as-100-of-countries-impose-restrictions-on-travel

2) 프란치스코,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 2020.5.31.

3) ‘이탈리아 책임 여행 협회’(Associazione Italiana del Turismo Responsabile) 회의에서 채택한 정의, 2005.10.9.

4) 프란치스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í), 2015.5.2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5(제1판), 18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