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21-07-20 11:25
2021-09-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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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 성직자성 장관 임명 감사 미사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 성직자성 장관 임명 감사 미사 강론

(2021.7.20.화. 오전 11시, 솔뫼 성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우리는 지금 존경하는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님의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 감사 미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온 마음을 다해 봉헌하는 이 미사에서, 오늘 제1독서인 집회서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만물의 하느님께 찬미를 드립시다. 그분께서는 어느 곳에서나 위대한 일을 하시고 우리의 나날을 모태에서부터 높여 주시며 우리를 당신의 자비로 대해 주십니다”(집회 50,22 참조). 바로 이 말씀처럼 오늘 기쁨 가득한 이 미사는 하느님께 뜨거운 찬미를 드리는 감사와 자비의 제전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이 자리에는 70년대 대신학교에 입학하여 수많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함께 사제 수업을 받았던 동기동창 사제들이 다소곳이 한마음으로 사랑하는 벗 유 라자로가 성청 장관 소임을 충직하게 수행하도록 열정적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과 동시에 두 번째 사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된 경사에 대해, 우리는 전국 교우님들의 깊은 순교 신심과 우리나라 복음화 사업이 크게 신장된 결과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큰 경사이며 경이로운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황청 장관 소임은 매우 어려운 자리임을 잘 알면서도 성모님과 한국 순교자들의 전구하심을 믿고 순종하신 유 라자로 대주교님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유 대주교님께서는 중고등학교 시절 김대건 신부님의 삶에 크게 감명받아 사제성소를 받으셨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국제연합(UN) 산하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국제기구’인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김대건 신부님이 선정되신 해에, 유 대주교님께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되어 보편 교회를 위해 봉사하게 되신 것은 주님의 놀라운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대주교님은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규칙적으로 기도하시며, 기도의 내용을 선행으로 옮기셨습니다. 성지 개발과 순례 문화 정착, 선교지에 자동차를 보내는 미바회, 한 끼 백원 나눔 운동, 백신 나눔 운동, 북한 형제 돕기 운동 등에 헌신적으로 봉사하셨습니다.

유 대주교님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특유의 온화하고 친화력 가득한 미소를 유지하는 분이며, 된장국이나 여러 찌개류를 끓이거나 담는 뚝배기 같은 분입니다. 뚝배기는 금속재 냄비와 달리 천천히 끓고 서서히 식는 특성이 있어,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요리에는 안성맞춤인 오지그릇입니다. 대주교님은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 만나는 이들에게 오랜 영성적 여운과 향기를 발하시는 분이니,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친교와 화합의 다리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실 것입니다. 앞으로 성직자성 장관 직무를 수행하시면서 그토록 존경하는 성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 순교자들의 특별한 전구를 굳게 믿고 두려움 없이 전진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복음 중 한 구절을 나누고 싶습니다.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계명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나의 방식과 고집을 과감히 버리고, 형제의 입장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데서 비롯합니다. 바로 이웃 형제 편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언어와 환경, 처지를 경청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나와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고, 고통의 감옥에 가두며, 사사건건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이웃 형제를 용서하고 받아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사랑의 계명 안에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묵상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신앙인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높은 이상을 향해 달려야만 하는 숙명적인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루카 6,36 참조). 목표와 이상을 높게 잡을수록 그 소득과 성취도는 배가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존하신 주 예수님께서는 나와 우리,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상에서 죄없이 잔혹하게 처형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신 것입니다. 이런 무한한 주님의 사랑 앞에 인간적인 변명과 하소연은 어디에도 통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다만 주님의 십자가 신비 앞에서 두 무릎을 꿇고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일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주님 앞에 설 수 있겠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이 부분을 분명하게 강조하십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그저 습관적이고 형식적으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라고 뜬구름 잡듯이 얼버무려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사랑 실천을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현재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앞으로 무엇을 할 것입니까?” 이런 질문들은 나태한 우리 정신과 행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 자신의 건강, 재물, 재능, 전문성 등을 가난하고 나약한 이웃과 사회에 조건 없이 돌려 드리는 실천적 영성의 지혜를 주 성모님께 청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주교단에게 깊은 형제애를 나누어 주셨고, 수많은 교우님들에게는 주님과 교회 사랑을 생동감 넘치게 가르쳐 주셨던 유 대주교님을 교황청으로 보내 드리게 되어 우리는 섭섭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위안을 삼습니다. 대주교님의 사목 표어인 “Lux Mundi”(세상의 빛)에 따라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주님의 사도로서, 성직자성 장관으로서 헌신해 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사제들의 신명나는 사목 활동을 위해,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우리나라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을 위해 주어진 소임에 행복하게 정진하실 것을 잘 알기에, 한국 교회와 사제들, 신자들은 기도와 함께 전적인 후원과 응원을 드릴 것입니다. 유 대주교님께서 늘 영육 간 건강하시기를 이 미사를 통하여 간절히 기도드립시다.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