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14-10-10 00:00
2020-07-0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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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폐소위] 제12회 세계사형폐지의 날 성명서

대한민국은 완전한 사형 폐지국이 되어야 한다

- 제12회 세계 사형 폐지의 날 -


2014년 10월 10일은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세계 사형 폐지의 날(World Day against the Death Penalty)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사형 집행이 중단된 지 17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국제 앰네스티를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를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또한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98개국이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법적으로 폐지하였으며, 현재 140개국이 법적으로 혹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이다. 또 지난 7월에는 코맥 J. 카니 미국 연방 법원 판사가 캘리포니아의 사형 제도가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 사형 제도는 “독단적이고 잔인하고 비정상적 처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천주교인뿐 아니라 온 국민에게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던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3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5회 세계 사형 제도 폐지 총회 폐막식에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교황은 서한에서 “교황청은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보편적인 인식과 가톨릭 교회의 근본적인 가르침에 따라 사형 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다시 한 번 사형 제도 폐지를 강조했다.

17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어도 이 사회는 심하게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사형 제도가 범죄 억지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학자와 연구로 검증된 바 있다. 어떠한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혀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로서 범죄에 대한 검거율을 높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사형 제도가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국가는 그 어떤 순간에도 냉정해야 한다.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국민 앞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를 똑같은 방법으로 죽이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가는 왜 그가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사회가 미친 영향은 없었는지, 또 똑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철저하고 이성적으로 지켜보고 조사할 의무가 있다.

지난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18대 국회까지 매 국회에서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되었고, 18대 국회에서는 여당 의원이 대표 발의 한 법안을 포함하여 총 3건의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는 등 이미 국회 안에서는 사형 폐지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을 통과시켜 복수와 혐오의 악순환을 확실히 끊어 내야 한다. 누구도 “네 부모 혹은 자식이 범죄로 인해 그렇게 죽었어도 사형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말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 참혹한 질문을 가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사형 제도가 법적으로도 완전히 폐지되는 것은 단순히 없어져야 할 제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 그리고 치유를 이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이다.

제12회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전 세계 사형 폐지 흐름에 동참하여, 완전한 사형 폐지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용기 있는 결단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죽음에 죽음으로 답하는 것을 멈춰라!

2014년 10월 10일
제12회 세계 사형 폐지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