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2014-11-10 00:00
2020-07-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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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14년 제30회 성서 주간 담화

제30회 성서 주간(2014.11.23~29.) 담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주님 안에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2014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때 우리는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하여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잃어버린 소중한 생명들을 마음 아파하면서, 구원의 빛을 더욱 갈망하고 있습니다. 마침 ‘제6회 아시아 청년 대회’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메시지는 진정 우리 민족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지금도 ‘복음의 기쁨’이 되어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124위 순교자를 복자(福者)로 시복하시며 한국 땅에 뿌려진 첫 말씀의 씨앗이 순교로 꽃을 피워 지금의 한국 교회로 열매 맺게 되었음을 높이 치하(致賀)하시고, 우리가 선조들의 신앙의 유산을 이어받아 이 시대에 복음의 증인이 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8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던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강론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는 매우 자주 우리의 신앙이 세상에 의해 도전받음을 체험합니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우리의 신앙을 양보해 타협하고, 복음의 근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최우선으로 모시고, 그다음에 이 세상의 다른 온갖 것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영원한 나라와 관련해서 보아야 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순교자들은 우리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해 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 시대의 세상은 이기(利己)와 탐욕(貪慾), 인명 경시(人命輕視)와 물신(物神) 사상이 만연한 가운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富)의 축적과 출세 지향의 삶으로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함부로 대하며 죄와 상처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구원을 받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그리스도께 깊이 뿌리박은 신앙이며,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일하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시려고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힘은 복음에 있습니다. 복음 안에 인류의 기쁨과 행복, 사랑과 평화, 빛과 생명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세상을 죽음으로부터 생명으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복음이야말로 생명의 양식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사람들인 신앙인들에게 신앙을 위한 중요한 양식은 곧 성경입니다. 우리는 이 양식을 날마다 먹어서 영적 생명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도 신앙을 위해 생명을 바친 순교자들의 거룩한 순교 정신을 본받아 성경 말씀에서 빛을 받고 힘을 받아 자신을 거룩하게 지키고 세속의 물결을 거슬러 진리를 증언하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복음의 증인이 되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한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신앙의 실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강생하신 하느님 아드님에 대한 참신앙은, 자기 증여, 공동체 소속감, 봉사, 그리고 다른 이들과 직접 만나 이루는 화해와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강생을 통하여 온유한 사랑의 혁명으로 우리를 부르셨습니다”(「복음의 기쁨」, 88항).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받은 후손답게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믿고 세상에 나가 복음을 전하십시오.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음을 증언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십자가 죽음으로 세상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에 대한 확신과 구원의 진리를 위해 생명을 바친 순교자들의 신앙에 동참하여 세속화의 온갖 도전에 맞서서 싸우십시오.

우리가 성경을 통하여 구세주 그리스도께 희망을 둘 때, 우리도 주변을 둘러보고 위로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하여 사랑의 계명을 익힐 때, 우리도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누기 위해 선교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 주님의 십자가에 담긴 무한한 구원의 능력을 믿고 한 알의 밀알로 신앙의 신비를 산다면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 교회가 진정 세상을 위한 빛과 희망이 될 것입니다.

2014년 11월 23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손 삼 석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