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1983-12-01 00:00
1,272

평신도 주일 담화문

다음은 지난 11월 13일 제16회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 담당 정진석 주교가 발표한 담화문 전문이다. (주교회의 회보 제14호 13면 수록)

1.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의 은총을 사람들에게 전할 뿐만 아니라,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현세 질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곧 교회의 사명은 첫째 복음의 선포와, 둘째 현세 질서의 성화, 이 두 가지입니다.

2. 첫째, 그리스도를 믿고, 그의 은총을 받음으로써 이루어지는 인간 구원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알리고, 그리스도의 은총을 전해 줌으로써 수행됩니다. 이것은 주로 복음의 전파와 성사 집행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이 분야는 주로 성직자 등이 담당하고, 평신도들은 협조자의 임무를 담당할 분야입니다.

3. 둘째, 현세 질서를 바로잡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하는 교회의 사명은, 창조의 목적과 현세 사물 사용에 관한 원리를 밝혀 주고, 현세 사물의 질서를 그리스도 안에서 쇄신하도록, 윤리적 내지 영적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수행됩니다.

4. 현세 질서를 구성하는 가정, 사회 · 직업 · 문화 · 경제 · 예술 · 정치 등 인간 생활과 행동의 모든 분야는, 인간이 그의 최후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수단일 뿐 아니라, 각각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고유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읍니다. 그러므로 현실 사회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의 정신에 입각한 가치 기준에 의거하여 평가되게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고, 이것이 곧 현세 질서의 그리스도 교화입니다.

5. 현세 질서를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쇄신하는 일은 평신도들의 고유한 사명입니다. 평신도들은 시민으로서 다론 시민들과 함께 살면서, 현세 질서 안에서 복음의 빛과 교회의 정신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교적 사랑으로써 구체적으로 직접 행동할 처지에 있읍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 공동체의 정신, 풍습 · 법률 · 조직 등을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충만케 하는 사회 분야의 사도직은, 성직자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평신도들의 독점적 임무입니다. 이처럼 평신도 사도직 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들의 사회 성화 운동입니다.

6. 이러한 평신도 사도직은 개인적으로 수행될 수도 있고 뜻을 같이하는 평신도들이 단체를 조직하여 사도직을 수행할 수도 있읍니다. 개인적 사도직은 참된 그리스도교 신자 생활에서 우러나온, 단체적 사도직 활동의 근원이며 필수 조건입니다.
개인적 사도직은 어떤 조건이나 어떤 환경에서든지 언제나 가능하고 유익하며 적절한 것입니다.

7.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교회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하나의 몸을 이룬 결합체입니다. 그러기에 교회 안에서나 교회 밖의 여러 환경에서 사도직의 공동 활동이 요구됩니다. 죽 조직적 사도직이 중요한 것입니다.

8. 우리 한국 교회는 이 점을 일찍부터 인식하여,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를 조직하여 운영하여 왔읍니다. 이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는 설립 이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각 교구별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뿐 아니라, 직능별 평신도 단체들이 조직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의 밑거름이 되어 왔읍니다.

9. 한편,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는 일반 신자들에게 평신도 사도직이 아직 생소하였던 시대에 설립된 까닭에, 그 후에 이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의 뒷받침에 의하여 설립된 기타의 직능별 단체들과 거의 동격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는 여러 평신도 단체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당연히 모든 평신도 사도직 단체 등의 전국 총연합회이어야 합니다.

10. 이제 한국 교회는 교회 설립 200주년을 맞이하여, 아울러 103위의 성인까지도 모시는 당당한 성숙한 교회로 성장하게 되었으니만큼, 여러 면에서 어른 교회다운 면모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첫째, 민족 복음화 활동에 가일층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교우가 적어도 인구의 20% 이상이 되도록 진력할 것입니다.

둘째, 온 겨레의 윤리 도덕을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재건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민족의 염원인 정의 구현과 복지 사회 건설 즉 하느님의 나라 건설에 매진할 것입니다.

셋째,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 교회를 받는 교회로부터 주는 교회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현재 도시 본당들은 재정적으로 자립 운영을 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든지. 세계적인 대교구의 규모에 도달하였다고 보여지는 서울 대교구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교구가 교구 차원에서는 재정적으로 자립을 못하고 있읍니다. 예를 들면, 교회의 핵심 사업인 신학교 운영은 아직도 외원에 대폭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 우리 한국 교회는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으니, 성직자 · 수도자 · 평신도를 망라한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이 크게 분발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