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1985-12-01 00:00
2021-03-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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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는 우리의 일용할 양식

다음은 제1회 성서주간(1985년 11월 24~­30일)을 맞이하여 한국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담당 김남수 주교가 발표한 “성서는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다”란 주제의 메시지이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1. “성경은 전부가 하느님의 계시로 이루어진 책으로서 진리를 가르치고 잘못을 책망하고 허물을 고쳐주고, 올바르게 사는 훈련을 시키는 데 유익한 책입니다”(2디모 3,16). 그러므로 교회는 “성체와 함께 성서를 존중하고, 특별히 전례 거행 중에 하느님의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서 생명의 양식을 얻으며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계시 21). “모든 신자들이 성서를 가까이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성서와 친숙해져야 하겠기에”(계시 22) 한국 주교단은 성서주간을 설정하고, 금년에 처음으로 성서주간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2. 성서주간의 시기를 전례주년을 마감하며 다시 시작하는 그리스도왕 대축일 다음 주간으로 정한 것은 교회 안에서 1년 동안 선포된 구원의 말씀을 되새기고 감사드리며 새로이 시작되는 전례주년에도 변함없이 매일의 양식으로 성서를 받아들이자는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3. 성서는 성령의 감도로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기에 우리를 살리는 생명의 양식이며 신앙생활을 길러주는 힘이요 능력입니다. 우리는 지난날 성체성사를 비롯하여 성사 위주의 신앙생활을 해 왔습니다. 성사가 우리의 영신 생명을 길러준다는 사실은 보편화된 상식이지만 성서가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라는 사실은 잊어버렸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쇄신으로 성서의 위치가 부각되어 성서는 성체와 함께 우리의 일용할 양식임을 재확인하게 되었습니다.

4. 지난날 우리는 주일 미사 독서로서 성서를 듣는 것이 고작이었고 개인 집에서 성서를 읽 는다는 것이 아주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행히도 성서가 새로이 읽혀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성서를 준비하지 못한 가정이 하나도 없을 만큼은 보급이 잘 되었습니다. 이재 남은 문제는 준비된 그 성서를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계속 읽음으로써 거기서 영적 생명수를 퍼내는 일입니다. 이번 성서주간을 통하여 날마다 일정한 시간을 성서 봉독에 바치기로 결심하는 가정과 개인이 증가되기를 기원합니다. 매일의 식사가 육신 생명을 지탱시키듯이 매일의 성서 봉독이 영신 생명을 지탱시킬 것입니다.

좀더 깊이 성서를 연구하려는 신자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성서 모임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각종 성서 모임을 본당이나 교회기관에 도입하여 성서 읽기 운동의 주역을 담당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성서와 함께”나 “생활성서”와 같은 정기간행물을 비롯하여 성서 주해서도 성서 연구를 희망하는 신자들에게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성서는 지적 연구보다 실생활에 구현시키려는 목적으로 읽어야 할 책입니다. 성서에서 신자생활이 흘러나와야 합니다. 많이 아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친애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자매 여러분, 제1회 성서주간을 맞이하여, 성서가 우리 모두에게 일용할 양식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신자 대중으로 파고들도록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과 행사가 계획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리라”(마태 4,4)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성서주간이 한 주간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1년 또는 일생을 이어가는 꾸준한 운동이 되어 성서가 개인과 공동체 생활을 양육하고 성장시키는 일용할 양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1985년 11월 24일
한국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담당 주교 김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