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1986-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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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아시아 사회주교연수회(BISA VII) 참석 보고서

제7차 아시아 사회주교연수회(BISA VII) 참석 보고서

1. 연수회 개요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사회위원회(OHD)가 주관한 제7차 아시아 사회주교연수회가 각국 주교단의 현장 생활체험을 토대로 하여 “아시아의 문화 종교 유산과 인간 발전”이란 주제로 1986년 1월 15일부터 23일까지 타일랜드의 후아힌에서 개최되었다.

이 연수회에는 아시아 12개국 주교회의를 대표하여 30명의 주교가 참석하였는데 나라별로는 파키스탄, 인도,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쉬, 타일랜드, 말레지아, 싱가폴, 브르네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대만, 홍콩 및 한국이었다. 또한 이 연수회에는 8개 비아시아 주교회의 대표가 참석하였는데 전세계 각 대륙을 망라하여 카나다, 미국, 브라질,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남아프리카, 독일에서 10명의 대표 주교가 참석하였다. 또한 교황청에서는 정의평화위원회, 국제 까리따스에서 대표가 참석하였으며 특별히 독일 미세레올 재단의 임원도 참석하였다. 주최측에서는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사회위원회 위원 주교 3명이 참석하였고 교육위원회 및 일치위원회의 참관자들, 아시아 주요 종교 전문가 및 신학자 4명, 타일랜드 인성회 임원들도 참관하여, 참가자는 모두 68명이었고 그 중 주교는 43명이었다. 한국에서는 윤공희 대주교, 나길모 주교가 대표로 참석하었으며 김승혜 수녀가 유교 문제 자문위원으로, 인성회의 최재선 사무국장이 통역 겸 보조로 참관하였다.

 

2. 연수회 일정

1월 15일에는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사회위원회 위원장 안토니오 소테르 대주교 주례로 개막 미사를 봉헌하였다. 이어서 BISA 12년의 역사와 주요 내용에 대한 라바옌 주교의 설명이 있었다.

1월 16일에는 주교들의 현장 생활체험 교환에 이어, 참가자들은 종교 문화권에 따라 3개 분반(이슬람교, 힌두교 및 불교, 유교 및 불교)을 구성하고, 사목 순환과정(Pastoral Cycle)에 맞추어 분반활동 계획을 성안하였다. 한국은 일본, 대만, 홍콩과 함께 필리핀의 일부 주교,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국제 까리따스가 공동으로 구성한 유교 불교 분반에 참석하였다.

1월 17일에는 분반별로 각국 주교단의 현장 생활체험 계획과 실행에 대한 보고와 함께 참가 주교들의 체험 나눔이 있었는데, 이는 사목 순환과정의 첫 단계인 현장 생활체험의 교환이었다. 오후에는 참가자 전체의 체험 교환이 있었다. 저녁에는 남아프리카의 인종 문제 현황에 대하여 남아프리카 나피에르 주교의 보고와 질의응답이 있었다.

1월 18일에는 분반별로 각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실태를 놓고 현실을 다각적인 면에서 분석하였는데 이는 사목 순환과정의 두 번째 단계인 사회 현실 분석이었다. 저녁에는 국제화해협의회에 대한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1월 19일에는 사회 분석 방법에 대한 아말로 신부의 특강을 청취하고,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하였다. 오후에는 불교 승려들과의 대화를 가졌다. 저녁에는 중공에서 32년 동안이나 감옥생활을 한 후 최근에 석방돼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광동 탕 대주교의 중공교회에 대한 보고와 질의응답이 있었다.

1월 20일에는 분반활동 보고에 이어 사목 순환과정의 다음 단계인 신학적 성찰을 위하여 아말로 신부의 특강을 들었다. 저녁에는 북아일랜드 사태에 관하여 아일랜드 월쉬 주교의 보고와 질의응답이 있었다.

1월 21일에는 분반별로 신학적 성찰을 하였으며 오후에는 이를 전체회의에서 보고하였다. 저녁에는 미국 주교단의 경제문제에 대한 사목교서 준비 상황을 미국 스탈링 주교가 보고하였으며, 질의응답이 있었다.

1월 22일에는 분반별로 사목 순환과정의 네 번째 단계인 사목 계획의 원칙을 성안하였는데, 한국 소속 분반은 우선 각국별로 개별적 구체안을 성안한 후 지역 계획을 토론하였다. 오후에는 분반 활동 보고와 함께 전체 토의가 있었는데, 비아시아 주교단을 대표하여 뉴질랜드의 윌리암스 추기경이 특별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또한 참가자들이 아시아의 모든 주교님들에게 보내는 서한과 연수회 보고서를 채택하였다.

1월 23일에는 타일랜드 주재 교황대사 주례로 폐막 미사를 봉헌한 후 연수회를 마쳤다.

 

3. 연수회 주요 내용 요약

이 연수회는 지난 여섯 번의 연수회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가 천명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구현을 기본 목표로 삼으면서 아시아인들이 간직하여 온 문화적 종교적 유산을 인간 발전 활동(사회사목)과 연결시켜 보려는 의도로 개최되었다.

이번 제7차 연수회는 가난한 이들 속에, 가난한 이들에 의하여 진행되고 있는 사회 활동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해방의 영성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것이 주요 관점이었다. 이를 위하여 아시아의 종교 문화적 유산과 인간발전을 연결시키고자 이같은 주제를 채택하였다. 아시아는 비록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대륙이나 찬란한 문화와 심원한 종교성을 지녀온 대륙이기에 이 문화와 종교를 통하여 표현되는 하느님의 현존과 역사하심을 가난한 이들 속에서 발견하고 확인하며 식별하는 일은 가난한 이들의 인간 발전을 위한 교회의 헌신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도자인 주교는 다양한 인간 발전을 조직화하고 조정하는 역할 이외에도 하느님의 영으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 혼을 불어넣고 생기를 돋게 하며 진정한 영적 삶이 충만하게 하는 역할까지도 담당한다. 가난한 이들 속에서 발견되고, 주교에 의하여 확인되고 보완되는 이같은 해방의 영성은 교구의 제반 사회적 활동을 복음화의 차원으로 들어 높이게 될 것이며 제반 사목의 쇄신과 함께 하느님 체험으로까지 확산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관점에서 제7차 연수회는 사목 순환 과정의 네 단계에 따라 진행되었다.

제1단계는 가난의 현실을 이해하는 헌장체험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삶을 체험으로 체득하는 생활체험 단계로서, 가난한 이들과의 삶의 대화를 통하여 육화의 원리를 적용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이미 각국 주교단이 자국에서 시행하였던 이 체험을 통하여 얻은 바를 다 함께 나누고 심화시키는 단계를 밟았다.

제2단계는 현실의 사회, 경제, 정치적 구조를 분석 평가하는 사회분석의 단계로서, 단순한 구조 분석에 그치지 않고 시대의 징표와 역사적 사건 및 민중의 요구와 염원을 통하여 드러나는 하느님의 계획을 식별하는 것까지 포함하였다. 그러나 종교 문화 현실을 포함한 분석을 함으로써 흔히 현실분석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측면뿐 아니라 긍정적이고도 예언자적 측면을 발견하여, 진정으로 살아있는 영성을 모색할 수 있었다.

제3단계는 신학적 성찰의 단계로서 인간 발전의 명상적 차원을 포함한다. 즉 명상은 사회 현실 속에서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는 차원에까지 이를 수 있다. 명상적 영성은 복음적 가치인 간단한 생활양식, 진정한 개방성, 자비로운 나눔, 공동체 의식 등이 자연스럽게 우러나게 하며, 더 나아가서 하느님 나라에 대한 복음이 현실 속에서 우리들의 삶을 통하여 자리잡게 하며, 해방자이신 예수님의 영이 우리와 함께하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4단계는 이와 같이 확인된 세 단계를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으로 구현시킬 수 있는 사목 계획 수립의 단계이다. 이 계획은 실천되면서 재삼 검토되어야 하는데 이는 끊임없이 순환되는 사목 과정의 원리를 따라서 계속 검토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 이 사목 순환의 기본 중심은 항구한 기도이며 이 내적 기도 속에서 우리는 가난한 이들 안에 계신 하느님을 체험하고 인간화에 헌신하라는 하느님의 요구를 깨닫게 된다.

 

과거 연수회에서 주교들은 기초공동체 형성에 대하여 깊은 희망을 표명하였으며 이에 대한 헌신과 지원을 확인하였다. 또한 타 종교와의 협력 관계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지적하였다. 이번 연수회를 위해 각국 주교단이 자국에서 실시한 현장 생활체험은 새로운 사회사목의 장을 열 것이다. 특별히 주교들의 깊은 공동체의 의식은 다른 대륙의 주교들에게까지 확산되었으며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방법과 구조의 필요성이 인식되었다. 아시아 교회는 이제 더욱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이룩하기 위하여 전세계 교회에 공헌할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