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 문헌
1986-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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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와 가정의 해

한국 주교단은 금년을 성체와 가정의 해로 정했습니다. 성체는 우리 가운데 항상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이십니다. 성체는 구원의 영원한 기념, 구원의 신비의 영속적 실현, 구원을 위한 희생제사의 매일매일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성체는 교회 신비의 중심이며 성체성사 없이는 가톨릭 교회가 존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체성사의 힘으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가 존재하며 교회는 성체성사로 양육되고 자라게 됩니다. 성체는 신비체의 머리로서 모든 지체에게 생명과 힘과 일치를 줍니다.

가정은 성교회의 활력있는 세포이며 구성요소입니다. 가정 없이는 교회가 있을 수 없고 가정이 잘되고 못됨에 따라 교회도 역시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성체는 각 개인뿐 아니라 가정 안에도 역사하게 됩니다. 가정은 성체로부터 그 의미를 배울 뿐 아니라 더욱 성체로부터 배운 것을 실천할 은총과 힘을 얻어야 합니다. 가징이 그리스도의 성령으로 충만할 때에만 성교회가 성령의 입김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사랑의 교훈

의심없이 성체로부터 가정이 배워야 할 첫째 교훈은 사랑입니다. 즉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랑, 영속적이고도 성실한 사랑,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 열매 풍성하고 생명을 주는 사랑, 상호 존경하며 대화하는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이 가정의 생명입니다. 또 이런 사랑이 예수께서 성체성사 안에 명백하게 보여 주시는 바로 그 사랑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생명을 바치시는 데 만족하지 않으시고 당신 자신을 성체성사로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과 함께 충만한 구원과 차고 넘치는 당신의 친교를 우리에게 주시고, 우리 영신상 필요에 따라 당신의 풍성한 은총을 베풀어 주십니다. 우리는 이 사랑을 성체성사 안에서 배워야 하며 우리 가정에서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가정이 따사롭고 너그러운 사랑과 인내롭고 성실한 사랑으로 서로 상대방을 위해 희생적이며, 상호 존경하며 대화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희생의 교훈

가정이 성체로부터 배워야 할 둘째 교훈은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입니다. 성체 안에 그리스도의 사랑은 무엇보다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수난의 영원한 기념 즉 미사와 성체성사로 우리와 함께 항상 계십니다.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무죄한 영혼은 능욕과 모욕을 당하셨으며 당신은 인간 고통과 슬픔에 친숙한 자가 되셨습니다. 당신의 상처로 우리가 치유되었고 성혈을 흘리심으로 우리가 구원받았습니다. 가정생활도 자기 희생이 뒤따릅니다. 가정 구성원은 상대방의 각기 다른 성격을 참아 받아들여야 하며 서로간 오해와 약점, 가정불화, 자녀들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걱정,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걱정 등을 참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많은 어려움과 고통들 그 외 많은 가정문제는 가정생활에 따라오는 크고 작은 십자가들입니다.

― 십자가에 죽으신 주님께서는 성체 안에서 이런 십자가들을 잘 참아 견딜 수 있는 힘과 사랑을 주시며, 예수께서 당신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신 사랑을 본받도록 우리를 도와주소서.

 

신앙과 희망의 교훈

우리 모든 가정은 성체 안에 계신 우리 주님으로부터 믿음과 희망의 교훈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죽음과 지옥을 쳐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는 한 번 죽임을 당하셨으나 이제는 살아 계시고 죽음이 더 이상 그분을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 신앙의 확실한 보증이시며 우리 희망의 견고한 기반이십니다. 또한 그분은 우리 죄를 정복함으로써 영광스런 부활로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으며 우리에게 천당문을 열어주셨습니다.

― 오, 주여 우리 마음에서 온갖 의혹을 몰아내어 주시고 살아 있는 믿음을 주소서. 우리에게 견고한 희망을 주시고 역경 중 실망하지 않으며 순경 중 망상에서 구원하소서. 세례를 통해 당신 몸의 지체가 된 우리들은 항상 주님과 일치한 생활을 하며 우리 가족 모두가 당신 생명과 다가올 영광에 참여하게 하소서.

 

친교의 교훈

성체성사에서 우리 가족들이 더 배워야 할 교훈은 서로 친숙하며 대화하는 일치와 평화의 가르침입니다. 수많은 밀알이 부서지고 반죽이 되었다가 한 덩이 빵이 되고, 포도송이가 알알이 으깨어져 포도주가 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상징하며 또 이 많은 원료들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축성된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우리 서로서로가 일치하는 효과를 냅니다.

우리의 유일한 희생제사와 신령한 음식은 신비체의 머리요 마음(심장)이신 그리스도의 몸에 우리를 하나로 일치하는 것입니다. 같은 식탁에 참여하여 성체를 받아모심으로 우리는 서로간에 친교와 일치를 이루며 또 요구받게 됩니다. 이와 같은 마음과 뜻의 일치는 우리 가정생활에 특별히 필요하며, 영적 양식을 서로 함께 나눔은 가정생활의 본질이며 의미라 할 수 있는 생명과 사랑의 나눔을 온전하게 합니다. 또한 성체 안에서 우리의 나눔이 가정에서도 기쁨과 슬픔, 희망과 두려움, 순경과 역경, 현세적 또는 영적인 재화를 나눔이 되길 기원합니다. 죽음 자체도 이런 가정의 일치와 화목을 깨칠 수 없도록 바랍니다.

 

기도의 교훈

거룩한 성사 안에 계신 변함없으신 우리의 친구 예수님을 찾아가 흠숭과 찬미와 사랑을 드리며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은혜와 축복에 감사드리고 죄의 용서를 빌며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사정과 원의와 걱정과 계획을 말씀드리고 새로워진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간직한 채 그분 앞을 떠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성당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도 우리가 그분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같은 그리스도께서 당신 은총으로 우리 가정 안에 계셔 가족 중 한 분처럼 우리와 함께 계시고 말씀을 나누심을 잊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또한 가정기도는 우리 주님께 매우 귀중한 것이기 때문에 함께 모여 기도하는 가정은 종신토록 서로 충실한 가정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영혼의 양식

그러나 성체 안에 계신 주님은 우리에게 깊은 신앙, 흔들리지 않는 희망, 항구하고 너그러운 사랑을 고무하시고 그분은 기도와 희생의 교훈, 일치와 친교의 교훈을 가르치실 분 아니라 또한 당신 자신을 주시면서 이러한 모든 은혜도 함께 주십니다. 모든 은혜의 근원이신 그분은 우리가 이 세상 가시밭길을 통해 장차 다가올 영광을 향하는 도정에 영적 양식이 되시고 자양분이 되십니다. 우리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이 당신밖에 없는 것을 아시고 당신 살과 피를 우리에게 양식과 음료로 주시는 것입니다. 당신 몸과 피로 우리에게 천주성 자체를 부여하시고 우리 마음 안에 성부와 성신을 함께 모시고 오십니다. 예수의 깨끗한 몸과 친밀하게 일치한 결과 우리가 불결과 이기심과 죄악을 이기고 부모와 자녀는 각자 자기의 처지와 성소에 따라 순결하고 성스러운 생활로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도

― 성체성사 안에 계신 감미로우신 주 예수여, 우리 모든 가족들과 다른 모든 가정들을 살아 있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정으로 깊은 신앙과 견고한 희망과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랑으로 채워 주소서.

― 우리로 하여금 당신을 동경하며, 당신 안에 용해되어 당신과 일치하도록 열망하게 하시며 또한 당신과 함께 우리를 성부께 제물로 바치게 하소서.

― 당신 구원을 우리 안에 싹틔워 열매 맺게 하시며 당신께서 갈바리 산상에서 보여주신 그 사랑을 닮는 헌신적 사랑을 주시어 당신과 더욱더 한 몸이 되게 하시어 가정 공동체 안에 가족이 서로 하나 되도록 일치시켜 주시며 당신 몸과 친밀하게 대함으로 부모와 자녀가 깨끗하게 하소서.

― 우리 영혼의 양식이시오니 우리가 당신을 주리며 당신으로 살게 하시며, 우리 영혼이 당신 감미로움으로 가득차게 하소서.

― 당신은 생멍의 샘이요, 지혜와 지식이시며, 영원한 빛의 근원이시고 즐거움의 홍수이시며, 하느님의 집을 차고 넘치게 하시는 분이시니 당신을 목말라하게 하소서.

― 우리 가정의 모든 가족들이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찾고 당신을 발견하게 하시며 우리가 당신을 향해 순례하며 당신께 도달하게 하시고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을 이야기하게 하시며 당신 이름의 영광을 위해 모든 일을 하게 하소서.

― 우리들이 당신만을 바라고 신뢰하게 하시며 당신 안에서만 평온과 휴식과 평화를 갖게 하시며 또한 우리 모두가 당신 보호를 받게 하소서.

― 당신의 현존은 우리를 항상 지켜 주시고 당신 희생 제사는 우리를 일으켜 주시고 당신 잔치로 우리를 양육하소서.

― 우리 모든 가족들로 하여금 당신 현존의 충만 속에 함께 옮겨가 천상 잔치에 참여케 하소서. 거기서 당신은 모든 성인들에게 참된 빛이 충만한 진미요, 기쁨이요, 위안이며 참된 행복이로소이다.

주교회의 가정사목 담당 박 토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