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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0-15 17:00
2020-07-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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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1998년 추계 정기총회 결과

주교회의 1998년 추계 정기총회 결과


1998년 10월 12-15일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회관(서울 중곡동)에서 열린 주교회의 1998년 추계 정기총회에는 의장 정진석 대주교(서울), 부의장 박정일 주교(마산), 총무 경갑룡 주교(대전), 회원 윤공희 대주교(광주), 이문희 대주교(대구), 나길모 주교(인천), 이갑수 주교(부산), 김창렬 주교(제주), 정명조 주교(군종), 이병호 주교(전주), 박석희 주교(안동), 김지석 주교(원주), 장익 주교(춘천), 최덕기 주교(수원), 김옥균 주교(서울), 강우일 주교(서울), 최창무 주교(서울), 이동호 아바스(함흥, 덕원), 김원택 신부(청주교구장 직무 대행), 사무처에서는 김종수 신부(사무총장), 정병조 신부(사무차장)가 참석하였고, 다음 사항을 결정하였다.

1. 신앙과 도덕에 관한 저작물의 출판 승인 규정(첨부 1)

교회 관할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신앙과 도덕에 관한 저작물을 무분별하게 출판함으로써 신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주교회의는 교회법 규정을 준수하도록 출판 관계자와 신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차원에서 관련 교회법들을 모아 발표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새로운 규정을 제정한 것이 아니라 관련 교회법들을 모으고 몇 가지 구체적인 절차들을 보완한 것이다. 이는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에도 싣기로 하였다.
* 2011년 개정판 = https://cbck.or.kr/Board/K7120/13007051

2. 한국 주교회의 정관 수정

교황 성하의 1998년 5월 21일자 자의 교서 「주님의 사도들」(Apostolos Suos)의 지침과 현실적 이유에 따라 주교회의 정관의 일부를 수정하였다. 주요 수정 내용은, 제10조의 “총회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회원들의 4분의 3 이상이 참석하여야 하며, 회원의 위임장을 제시하는 대리인의 참석을 허용한다.”를 “총회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회원들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여야 하며, 회원은 주교회의의 참석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없다.”(Apostolos Suos, 17항)로 수정한 것과, 「주님의 사도들」에서 주교회의가 교의에 관한 일을 결정하고 선언할 때에 관한 지침이 있어 제15조 총회의 소관 사항에 “교의에 관하여 결정하는 일”을 추가하고, 제20조에 “제15조 제1-1항에 언급된 교의에 관한 일을 결정하고 선언할 때에는 의결 투표권을 가진 재적 회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하거나 만장일치가 아닌 경우에는 사도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Apostolos Suos, 22항)를 추가한 것이다.

3. 교회법 보완 규정

각 지역 교회의 사정에 따라 각국 주교회의가 보완해야 할 구체적인 교회법 규정들이 있는데, 이를 각 위원회별로 검토하도록 배분하고 구체적 규정들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이들 가운데 많은 규정은 이미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에 반영한 것들이다.

4. 「평신도의 사제 교역 협력 문제에 관한 훈령」 후속 조치

한국 천주교회는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여 세워졌고, 지금도 평신도들의 적극적 활동은 교회 안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평신도들이 ‘직무 사제직’과 ‘보편 사제직’의 의미를 분명히 구분하면서도 사제를 도와, 사제와 함께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평신도의 사제 교역 협력 문제에 관한 훈령」을 요약하는 형태로 해설 자료를 내기로 하였다(첨부 2).

5.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 총회 후속 조치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 총회에서는 아시아 지역 교회들의 특수 상황과 대처 방안들에 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교회도 그 후속 조치로 우선 한국 사제 양성 지침서를 재작성하고, 사제 평생 교육을 위한 사제 평생 교육원의 설립에 관하여 연구하기로 하였다. 또한 외방 선교 문제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면서 그 길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6.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 방한 요청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 총회 결과를 발표하시기 위하여 아시아 지역을 방문하시게 되는데, 그 때에 교황께서 한국도 방문해 주시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하고, 이미 초청 서한을 작성하여 교황대사께 전달해 주시도록 하였다.

7. 새 「어린이 미사」의 사용 시기 문제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1998년 5월 30일 승인한 새 「어린이 미사」를 1999년 봄부터 전국에서 사용하기로 하였다.

8. 전국 단체 승인 신청 요건 승인(첨부 3)

평신도 단체들 가운데 주교회의에 전국 단체로 인준해 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지금까지 분명한 기준이 없어 이번에 그 승인 신청 요건을 확정하게 되었다. 주요 사항은 전국 단체로 인준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3분의 2 이상의 교구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전국 단체 승인 신청 요건 = https://cbck.or.kr/Board/K7120/13007033

9. “새날 새삶” 운동 담화문(첨부 4)

교황께서는 1994년 11월 10일 「제삼천년기」라는 교서를 내시면서 2000년을 대희년으로 선포하셨다. 대희년이란, 담화문에도 나와 있듯이 “서로 용서하고 나누며, 잃은 것을 도로 찾는 기쁨의 해”이다. 이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으로 시작된 ‘은총의 해’를 ‘지금 여기에’ 선포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2000년 대희년은 새로운 천년기에 맞이하는 최초의 성년으로서 우리에게 참회와 회개를 촉구하고, 정의와 평화, 일치의 실현을 위하여 투신하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삶을 통하여 더욱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고 세상에 응답할 준비를 갖추고자 한다.” 이러한 뜻에서 “희년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새날 새삶’ 운동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이 ‘새날 새삶’ 운동은 크게 ‘나부터 새롭게’, ‘참된 가정 이루기’, ‘좋은 이웃 되어 주기’, ‘함께 가요, 우리’라는 네 가지 기본적 차원에서 펼쳐질 것이다.”
* 담화문 = https://cbck.or.kr/Notice/402597

10. 제4회 한·일 주교 교류 모임

미래 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정립하고자 시작한 한·일 주교 교류 모임을 11월 10-13일까지 한국에서 갖는다. 첫 번째 모임은 1996년 2월 16일 일본에서 있었고, 두 번째 모임이 1996년 12월 18일에 한국에서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모임을 1997년 11월 11-13일에 일본 가톨릭 회관에서 가졌다. 이번이 네 번째 모임인데, 모임을 거듭할수록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져 많은 주교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과서 문제 간담회로 시작하였지만 세 차례에 걸쳐 청년들의 교류 모임을 갖는 등 교류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번 제4회 한·일 주교 교류 모임에서는 한국측 강사의 ‘일본 청소년에게 꼭 알리고 싶은 한국 역사’와 일본측 강사의 ‘한국 젊은이에게 꼭 알리고 싶은 일본 역사’ 등의 강의가 있고, 이에 대한 양국 주교들의 토론을 비롯하여 양국 교회의 협력 방안과 사목 정보 교환을 위한 간담회도 갖게 될 것이다. 프로그램에는 일본 주교들의 경주 관광도 포함되어 있다.


<첨부 2>

평신도의 사제 교역 협력에 관한 훈령 해설

평신도들의 협력 증진


교회의 신비 안에서 모든 신자는 각자 다양한 봉사 직무와 은사에 따라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고 그 사명에 적극 참여하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신자들은 맨 처음부터 교회의 사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이러한 부름에 목숨을 바쳐 가며 헌신해 왔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모진 박해를 받으면서도 이역 만리에서 사제들을 모셔 왔으며, 그 사제들의 교역과 선교 활동에 적극 협력하였습니다. 특히 명도회 등의 교리 연구와 교육을 중심으로 한 선교 활동은 우리에게 감동적인 귀감이 되어 왔습니다.

성령께서는 수많은 평신도의 참여와 성덕을 향한 새로운 열망을 불러일으켜 주십니다. 사제들, 수도자들, 평신도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적극적인 협력은 새로운 방식으로, 곧 전례, 하느님 말씀의 선포, 교리교육, 작은 신앙 공동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나 협회, 운동에 대한 활기찬 참여와 다양한 봉사 활동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세상에 복음 정신을 불어넣어야 할 현세 질서에서 평신도 사도직과 사목 교역(敎役)은 서로 보완하는 관계입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 수행하여야 할 첫째 임무입니다. 평신도들은 가정 생활과 사회 생활에서 일관된 신앙 증언을 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모든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설명하고 옹호하며 현대 세계의 문제에 그 가르침을 올바르게 적용하여야 합니다. 새 천년기를 맞이하는 이 특별한 역사적 시기에 문화, 예술, 연극, 과학 탐구, 노동, 대중 매체, 정치, 경제, 환경 등의 분야에서 평신도들이 신앙인으로서 하여야 할 일은 수없이 많고도 방대합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성품성사를 받지 않은 평신도들과 수도자들이 성직자들의 사목 교역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왔으며, 그러한 협력은 매우 긍정적인 형태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특별히 수많은 수도자들의 헌신과 교리 교사들의 열성, 성체 분배자를 비롯한 수많은 봉사자들의 희생은 크나큰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신비와 사제 교역의 본질을 바로 깨닫지 못하고 성품을 받지 않은 신자들의 교회법 규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진정한 협력을 그르치게 되는 어려움이 일어나기도 하여, 사도좌의 여러 부서(성직자성, 평신도 평의회, 신앙교리성, 경신성사성, 주교성, 인류복음화성, 수도회성, 교회법해석평의회)는 1997년 8월 15일에 공동으로 ‘평신도의 사제 교역 협력 문제에 관한 훈령’을 발표하였습니다. 우리 주교회의는 이미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1995년 6월 4일 발효)를 펴냈고 ‘성체 분배자 규정’(1998년 3월 19일) 등을 마련하였으나, 사도좌의 훈령 발표를 계기로, 성품을 받지 않은 신자들의 사제 교역 협력에 관한 문제들을 이 훈령의 구조에 따라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 훈령의 목적은 평신도들의 협력에 대한 어떤 규제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명하고도 헌신적인 협력을 증진하고 적극 권장하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기 전에, 교회 신비체의 구조 안에서 성품의 중요성에 관한 신학적 원칙을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의 친교와 진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이의 의무와 권리의 증진은 바로 영혼들의 구원을 위한 것입니다. 영혼들의 구원은 언제나 교회의 최상 법입니다.

신학적 원칙

1.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

영원한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유일한 사제직을 당신 교회에 물려주셨습니다. 이 교회는 새로운 계약의 백성으로서, 세례와 성령의 도유로 다시 태어나 축성되어 거룩한 사제직을 형성합니다.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은 정도의 차이뿐만 아니라 본질적 차이로 구별되지만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각기 특수한 모양으로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사실 직무 사제직 자체가 평신도의 보편 사제직보다 성덕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성령 안에서 직무 사제직을 통하여 사제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시기 때문에, 사제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보편 사제직을 충실하고도 완전하게 수행하도록 도와 줍니다.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은 세례의 은총과 믿음, 희망, 사랑의 삶, 성령을 따르는 삶에서 실현되는 반면, 직무 사제직은 보편 사제직을 위하여 봉사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의 세례 은총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직무 사제직은 신자들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받은 거룩한 권한 때문에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직무 사제직은 사도 계승에 근거를 두며 거룩한 힘이 부여됩니다. 이 힘이란 머리이시며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권한과 책임입니다. 직무 사제직은 또한 교역자들이 하느님 말씀의 권위 있는 선포와 성사의 거행, 사목 지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교회를 섬기는 종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성품 교역은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주신 사명을 지속시키는 것이므로, 그 토대는 교회를 세우는 기초인 사도들에게 있습니다. 교회의 교역은 그 본질이 성사적이므로 봉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명과 권위를 주시는 그리스도께 완전히 속해 있는 교역자들은 우리를 위하여 자유로이 “종의 신분”(필립 2,7)을 취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르는 참된 “그리스도의 종”(로마 1,1)입니다. 교역자들이 봉사하고 있는 말씀과 은총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맡기신 것이므로, 그들은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2. 교역 직무의 단일성과 다양성

성품 교역자의 직무는 전체적으로 볼 때 그리스도 안에 동일한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유일한 불가분의 단일성을 이룹니다. 구원 활동은 오로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유일하고 독특합니다. 구원 활동은 신자들을 가르치고 성화하며 다스리는 교역자의 직무를 통하여 드러나고 실현됩니다. 이러한 단일성은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역할을 언제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행하는 교역자의 임무 수행을 본질적으로 보여 줍니다. 성품 교역자의 교도 임무, 성화 임무, 통치 임무의 수행은 사목 교역의 본질을 이루기 때문에, 교역자들에게 속한 다양한 직무는 불가분의 일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한 직무들은 상호 조화와 보완의 견지에서 보아야 합니다. 다른 비수품(非受品) 신자들은 교회 권위자가 규정에 따라 그러한 활동을 하도록 위임할 때에만 그 일부 직무에서만 제한된 정도로 사목자들과 협력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몸인 교회 안에 여러 봉사 직무를 위한 은혜를 항상 마련해 주시므로 우리는 그 은혜를 받아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구원을 위하여 서로 봉사합니다. 비수품 신자들의 그러한 임무 수행은 사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말 그대로 사목자를 도와 주는 것입니다. 오로지 성품성사만이 교역자에게, 머리이시며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임무와 영원한 사제직에 특별히 참여하도록 해 줍니다.

3. 성품 교역자의 필요성

신자 공동체가 참 교회라면 사회적 정치적 성격을 띤 어떤 임명 절차로 자기 지도자를 세울 수는 없습니다. 모든 개별 교회는 그리스도께 그 지도자를 받아야 합니다. 교회에 모든 사도직 교역을 주신 분이 바로 그리스도이시므로, 어떠한 교회 공동체든 그 자체로 지도자를 뽑거나 세울 권한을 갖지 못합니다. 가르치고 다스리는 “임무”의 수행은 실제로 교계 권위의 교회법적 결정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직무 사제직은 공동체가 “교회”로 존재하기 위하여 필요합니다. 성품 사제직이 교회 공동체보다 뒤에 있었을 것으로 여겨, 마치 교회 공동체가 이러한 사제직 없이 먼저 세워진 것처럼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실제로 사제가 없으면, 머리이시며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성사 행위와 구원 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직무 사제직은 결코 대체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 생활의 본질에 반드시 필요한 교역자들이 넉넉해지도록 사제 성소 계발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물질주의 풍조가 더욱 두드러져 가는 이 사회에서 사제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신학교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4. 비수품 신자들의 사목 교역 협력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성품을 받지 않은 신자들도 교회의 사명에 적극 참여하여야 하며, 사목자의 고유 임무에 직접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교회에 필요하거나 유익하다면, 보편 교회법의 규범에 따라, 사목자의 고유 임무와 연관되어 있지만 성품의 인호를 요구하지는 않는 어떤 역할을 평신도들에게 위임할 수 있습니다. 새 「교회법전」은 이러한 협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회법은 모든 신자의 의무와 권리를 다룬 다음, 평신도의 의무와 권리라는 장에서, 세속적 조건상 그들에게 속하는 의무와 권리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만 속하는 것이 아닌 임무나 역할도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임무는 성품과는 관계 없이 모든 신자와 관련되며, 어떤 임무는 성직자의 교역에 직접 협력하는 것입니다. 비수품 신자들은 교역 곧 성품 직무를 수행할 권리가 없지만, 법 규정에 따라 목자들에 의하여 그들이 수행할 수 있는 교회 직무와 임무에 기용될 자격이 있습니다. 또한 교역자들이 부족한 곳에서는 법 규정에 따라 그들 직무의 일부를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이 사목 교역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예외 경우의 조건을 임의로 확대 해석하지 말고, 명확한 교리 원칙과 교회법 규정을 충실하게 적용하여야 합니다.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모든 신자는 교회의 친교에 극히 중요한 역할들의 차이와 부가 임무를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여야 합니다. 친교의 증진은 진리에 충실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친교, 진리, 정의, 평화와 사랑은 모두 서로 의지하고 있는 말입니다.

이러한 원칙들에 비추어, 비수품 신자들의 사제 교역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실천 규범은 교회법과 사목 지침서의 보완 규정들을 통하여 마련되겠지만, 우선 그 전체적인 규범을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밝혀 드립니다.

실천 규범

1. 알맞은 용어의 사용

우리가 “직무”라고 옮겨 써 온 “교역(ministerium)”이라는 말의 다양한 의미를 신학적이고 교회법적인 언어로 명확히 밝히고 또 구별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직무(교역: ministerium)”라는 말을, 사목자가 성품성사에 힘입어 수행하는 직무(officium)와 임무(munus)뿐만 아니라, 비수품 신자가 세례 사제직에 힘입어 수행하는 직무와 임무의 뜻으로도 사용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세례 사제직과 성품 사제직 사이에 “정도의 차이만이 아닌 본질적인 차이”가 불분명해질 때마다, 그러한 어휘 사용이 모호해지고, 따라서 신앙의 교리를 표현하는 데에 혼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그 백성을 섬기는 종이 하는 일이라는 뜻에서, “교역(ministerium, servitium)”이라는 말은 교회 구성원이 교회와 전세계에서 그리스도의 사명과 봉사 직무를 계속해 나가는 일만을 가리킵니다. 다양한 임무나 직무와 구별하고 비교할 때에, “교역”이라는 용어는 오로지 성품에 힘입어 전통이 부여해 온 온전하고 단일한 의미로 명확히 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 말씀의 교역

설교와 교리교육 등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일, 곧 말씀의 교역은 그 누구보다도 먼저 사제들의 임무입니다. 그러나 모든 신자는 그리스도의 예언직에 참여하고 그분의 증인이 되어, 신앙을 선포하여야 합니다. 특히 교리교육에서는 많은 수도자와 평신도가 교회 봉사에 폭넓게 헌신하고 있으며, 이는 적극 권장하고 치하할 일입니다. 교구장 주교는 필요할 때에 전임 선교사와 교리 교사를 임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당 사목구의 주임 사제는 임시로 교리 교사를 지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비정규 설교자를 항구적으로 임명하지 않지만, 사도직 활동을 위한 교육 모임 등에서는 관할 사목자의 요청에 따라 임시로 비수품 신자들도 성당이나 경당에서 강의나 설교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전통과 상황에서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공소의 전임 선교사나 교리 교사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또한 각급 학교의 교육자들도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말씀의 봉사에 적극 협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부모는 마땅히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주일학교 등의 교사를 맡아 신앙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합니다.

3. 강론

강론은 전례의 한 부분으로서, 성서에 따라 신앙의 신비와 그리스도 신자 생활의 규범들을 해설하는 가장 좋은 형태의 설교입니다. 그러므로 성찬례 거행 중에 이루어지는 강론은 교역자인 사제나 부제만이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성직자의 신학 지식이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성품성사의 인호를 받아 그들에게만 주어진 성화 임무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품을 준비하는 신학생도 강론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례 사제의 요청에 따라 정규 강론을 보완해 주는 증언이나 강의 또는 대화는 비수품 신자들에게도 권장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전교 주일, 성소 주일, 평신도 주일 등 특별한 때에 하는 평신도들의 그러한 증언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또한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관할 사목자의 요청으로 비수품 신자들도 교회법과 전례 규범에 따라 강론을 할 수 있습니다.

4. 본당 등의 사목 협력과 그 조직

비수품 신자는 본당 사목구, 의료 기관, 자선·교육 단체, 교도소, 군 부대 등에서 성직자들의 사목 교역에 직접 협력할 수 있습니다. 사제들이 부족할 때에 이루어지는 그러한 예외적인 형태의 협력은 관할 권위자의 서면 위임에 따라 사제의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사제들의 어떤 편의나 “평신도의 지위 향상”이라고 하는 모호한 이유를 내세워서는 안 됩니다. 대단히 예외적인 이러한 협력은 “사목 수행에 참여”하는 것이지, 본당 사목구나 어떤 교회 공동체를 지휘하거나 조정하거나 지도하거나 통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교회법에 따라 사제만이 가지는 권한입니다. 교역은 하나의 기능이나 전문 직업이 결코 아닙니다.

또한 교구와 본당의 사목 평의회와 재무 평의회에는 확고한 신앙과 덕망이 있는 비수품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 조직은 의결 기구가 아니므로 건의권만 가집니다. 본당 사목구 평의회들을 주재하는 사람은 본당 사목구의 주임 사제입니다. 본당 사목구 주임이 주재하지 않았거나 그의 요청을 거슬러 소집된 평의회에서 내린 결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무효입니다.

5. 전례 거행

전례 행위는 그 본질적 친교 안에서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언제나 명백히 드러내야 합니다. 이는 모든 참여자가 믿음과 헌신으로 자신의 고유한 역할을 다할 때 이루어집니다. 사제와 다양한 전례 봉사자들의 신원을 분명히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성찬례 거행에서 부제와 비수품 신자는 집전 사제만이 하는 기도, 예를 들면 특히 감사기도와 그 마침 영광송이나 다른 주요 부분을 읊거나 집전 사제 고유의 몸짓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비수품자는 전례 거행에서 사제나 부제에게 유보된 예복(영대, 제의, 부제복)을 입거나 이와 혼동될 수 있는 부적절한 예복을 입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제나 부제가 집전하는 성사 전례와 비수품 신자가 주례하는 다른 예식들 사이의 혼동을 피하도록, 비수품 신자들은 언제나 분명하게 구별되는 예식서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6. 사제가 없을 때의 주일 전례 거행

사제나 부제가 없는 곳에서는, 교구장 주교의 지침에 따라 비수품 신자가 주일 전례 거행을 인도합니다. 이러한 예식은 주교회의가 승인한 “공소 예절”에 따라 경건하고 엄숙하게 이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소 예절”이나 말씀 전례의 거행이 성찬의 희생제사를 대체할 수는 없으므로, 주일과 의무 축일의 미사 참여 의무는 거룩한 미사에 참여함으로써만 이행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먼 거리나 물리적인 조건들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면, 신자들은 주일과 의무 축일에는 반드시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서로 돕고 격려하여야 합니다.

7. 성체 분배자

우리 신자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이미 교역자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병자들의 요구와 성체를 받아 모시고 싶어하는 신자들의 수가 특별히 많은 전례 회중의 요구에 부응하여, 비정규 성체 분배자로서 가장 위대한 은총인 성체성사의 신비와 그 구원의 힘을 더욱 충만히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한 비정규 성체 분배자는 성품 교역자가 없거나 성품 교역자가 있더라도 성찬례 거행에서 도저히 성체를 분배할 수 없을 때에 성체를 분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자 수가 특별히 많고 성체를 분배할 성품 교역자의 수가 부족해서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의 성찬례 거행에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임무는 보충적이고 비정규적인 것으로서 주교회의가 1998년 3월 19일에 발표한 ‘성체 분배자 규정’과 교구장 주교가 정하는 특별 규범에 따라 이행되어야 합니다.

8. 병자 사도직

병자들을 위로하고 돕는 일에서 비수품 신자들은 사목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협력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수도자들과 신자들은 개인적으로나 공동체 사도직을 통하여 병자들에게 끊임없이 수많은 사랑을 베풀고 있습니다. 이는 고통과 질병의 세계에서 그리스도인의 현존을 매우 힘차게 보여 주는 일입니다. 특히 평신도들은 병자들과 더불어 어렵고 힘든 순간을 함께 지내며 병자들을 도와 주고, 그들에게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받도록 격려하고 또 준비시켜 줍니다. 그러나 비수품 신자들은 준성사들을 활용할 때에 병자가 이를 결코 성사로 여기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 사제가 아닌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병자 성유나 다른 성유를 바르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성유를 바르는 교역이 사제에게만 유보되는 것은 이 성사가 죄의 용서와 관련되고 또 성체를 소중히 받아 모시는 일과 직접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9. 혼인 주례

교구장 주교는 사제나 부제가 없는 도서나 벽지 등에서 비수품 신자가 혼인을 주례하도록 위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인은 인생의 성화를 위하여 대단히 중요한 은총이 베풀어지는 자리이므로, 모든 신자는 혼인이라는 중대사를 미리 준비하여 교회 공동체와 사제 앞에서 혼인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10. 세례 집전자

극심한 박해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그리하였던 것처럼, 성품 교역자가 없을 때 그리고 특별히 긴급한 경우에,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세례성사를 주어 왔고 또 주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입니다.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도, 정규 집전자가 없거나 장애되는 경우에, 교회법 규범은 비수품 신자를 비정규 세례 집전자로 임명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예외 규정이므로 그 권한이 통상적으로 위임되지는 않습니다.

11. 장례식 인도

점점 더 세속화되어 가고 종교 관습을 저버리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임종과 장례 기간은 성품 교역자가 오랜 냉담 신자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목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제와 부제들은 장례식을 직접 주재하여,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들의 가족들과 가까워짐으로써 적절한 복음화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품 교역자가 전혀 없을 때에, 비수품 신자들은 관련 전례 규범을 준수하는 가운데 교회 장례식을 인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봉사를 하는 사람은 교리와 전례를 잘 알고 예식을 바르게 인도하여야 합니다.

맺음말

교역에 협력하는 비수품 신자들은 교리를 잘 알고 도덕적으로 모범 생활을 하는 그리스도 신자이어야 합니다. 모든 신자는 자신의 구원과 성화는 물론, 우리 사회와 민족의 복음화를 위하여 이러한 교육에 적극 참여하여 교역에 협력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어야 합니다. 무수한 순교자의 피를 토대로 삼아 세워진 우리 교회는 하느님의 크나큰 은총으로 그 동안 많은 사제가 배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사제들은 아직도 부족합니다. 북방 선교를 비롯하여 사제들을 파견하여야 할 곳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자들의 효과적인 협력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교회법 규범의 준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규범은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교회의 친교를 이루는 가운데, 자기 신원의 풍부한 가능성을 발전시키고 언제나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며 살아가려는 더욱 굳은 의지를 갖춘 수많은 평신도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1998년 10월 15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