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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1 09:32
2021-07-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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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님 성직자성 장관 임명 감사 미사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님 성직자성 장관 임명 감사 미사
(2021.7.20.화. 오전 11시, 솔뫼 성지)

부족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찬미 예수님!
사랑하고 존경하는 염수정 추기경님, 이용훈 주교회의 의장 주교님, 선후배 주교님들과 사제 수도자님들, 사랑하는 대전교구 형제자매님들, 저를 위해 항상 기도해 주시는 분들, 어려운 코로나19 상황과 무더운 날씨에 먼 길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을 기뻐하고 기도해 주시는 모든 가톨릭교회 형제자매님들과 많은 성원을 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중국 주교님들의 축하와 아시아 많은 나라에서 주교단 이름으로 보내온 축하 인사와 더불어 세계의 많은 이들로부터 기도하고 있고, 축하한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좋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성 김대건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 자랑스러운 우리의 선조 순교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저에게 “성직자성 장관으로 주교님을 생각하였으니 사제들을 위하여 기쁘게 살아 주십시오.”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제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저에게 교황님께서는 “성령께, 성모 마리아께, 성 김대건 신부님과 한국의 순교자들에게 기도하고, 숙고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교회 안에서 사제와 주교로 살아오면서 “어떤 직책이나 자리를 찾은 적이 없고, 교회가 나에게 새로운 임무를 줄 때 거부한 적도 없었음”을 기억하였지만 이번에는 어떤 명분을 찾아서라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이제 은퇴에 가까운 제 나이를 생각할 때 가톨릭 교회의 심장이라고 말하는 로마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매우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님의 뜻을 거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제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별히 이런 일이 “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에 일어나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성찰할수록 저의 부족함과 부끄러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도 하느님의 사랑은 훨씬 더 크니 “예”라고 대답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세라는 마음속 깊은 데서 나오는 음성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후손으로 취할 자세는 교황님께 기쁜 마음으로 “예”라는 대답을 드려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님들,
저는 이미 “교구 하느님 백성들에게 보내는 서한”과 “교구 신부님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저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해드렸습니다. 대전교구는 제가 태어나고, 성장하였으며, 신앙을 받고, 사제와 주교로 살도록 이끌어 준, 잊을 수 없는 은혜로운 고향이며, 수많은 순교자의 믿음과 사랑의 삶으로 흠뻑 젖어있는 은혜로운 땅입니다. 교황님께 “예”라는 대답을 드린 후에 많은 생각들이 제 머리와 마음을 스쳐 갔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부족한 사제, 부족한 주교임에도 불구하고 사제, 남녀 수도자, 신자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려 깊지 못한 처세, 우유부단함, 급한 성격과 독선적인 모습 등 생각할수록 제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용서를 청합니다. 착한 목자로 교구 하느님 백성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14년 교황님께서 우리 교구를 사목 방문 하시며, 말씀과 모범으로 남겨주신 가르침을 우리의 삶으로 옮기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였습니다. 땀을 흘리며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도보 성지순례를 하였고, 함께 하는 교구 공동체 건설을 위해 교구 시노드도 개최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많은 일이 우리를 함께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이 모든 일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모든 부족함과 함께 “저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떠나지만, 제가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대전교구의 하느님 백성 모두가 진정한 시노드교회의 완성을 향해 계속 나아가길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 

저는 9일 후에 로마로 떠납니다. 교황청에서 교황님을 모시고 성직자성 장관 직무를 시작합니다. 두렵고 떨리고 겁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교황님의 장관 임명에 “예”라는 대답을 드린 후부터 저 자신을 다짐하고 길들이는 피정의 연속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신학생 신분으로 로마 유학을 떠나 사제가 되고, 박사 학위까지 8년 동안 로마에서 살았습니다. 교황님이 계시고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로마에 살던 시절, 전 세계에서 모여온 다양한 이들과 친교를 나누며 재미있게 살았던 은혜로운 체험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사제와 주교로 살면서 항상 교황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저 자신의 삶과 사목 활동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제 교황님 곁에서 전 세계의 사제들이 기쁘고 신명나게 복음을 선포하고, 신학생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사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소임을 수행할 것입니다. 특별히 아래의 사항에 노력하겠다는 다짐입니다.

1.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을 명확히 알고, 실행에 옮기는 장관 직무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교황님과 깊은 친교, 교황님과 일치와 대화, 협력 없는 성직자성 장관 직무 수행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저 자신을 비우고 늘 교황님과 깊은 성삼위의 친교, 성삼위의 관계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 성직자성 장관 직무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세계 모든 이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만나는 이들과 대화하며 서로의 문화와 풍속과 생각과 삶을 나눌 때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리라 확신합니다. 제가 넓은 마음, 열린 마음, 뜨거운 마음을 지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이웃의 말을 열린 마음으로 잘 들어주는, 경청하는 신앙인의 삶을 살 때 제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사제의 쇄신 없이 교회의 쇄신이 없다.”라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사제로 사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착한 목자,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닮은 목자로 살 때 모든 이에게 빛과 누룩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의 담대함과 투지,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의 어려운 이를 찾아가는 착한 목자의 모습은 모든 사제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됩니다. 

또한 사제는 대화하는 사람, 모든 이와 친교를 이루며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입니다. 사제는 독신을 통해 한 작은 가정을 포기하면서 더 큰 가정을 꾸미는 사람입니다. 
사제 독신제와 성추행 등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착한 목자로 훌륭히 사는 사제들이 매우 많습니다. 사제들이 신나고, 기쁘게 복음을 선포하고, 어렵고 가난하며 소외된 이들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4월에 가졌던 두 번째 알현에서 저는 교황님께 "교황님, 도대체 제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에 교황님께서는 즉시 "십자가"라고 대답하셨고, 제가 "교황님,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제가 십자가를 계속 사랑할 수 있도록 교황님께서 도와주십시오." 알현 끝에 저에게 당부하셨습니다. “주교님, 이제 한국인이 성직자성 장관이 되었습니다. 이번 장관 임명을 계기로 한국의 많은 사제가 세계 교회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평신도에 의해 복음이 전해진 한국 교회, 평신도들이 순교하며 키운 한국 교회입니다. 한국 교회는 역동적입니다. 이런 역동적인 모습으로 교황청에, 세계 교회를 위해 더 크게 기여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과 함께 우리 한국 교회에 주어진 새로운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제 저는 교황청에서 교황님께서 성 베드로 후계자의 사명을 충실하게 수행하시도록 곁에서 저의 작은 힘을 보태며 기쁘게 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제의 쇄신을 위해 전 세계 사제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사제의 쇄신없이 교회 쇄신도 없다.”라는 말은 항상 맞는 말입니다. “현대인은 스승의 말보다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의 말을 기꺼이 듣습니다. 스승의 말을 듣는다면 스승이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현대의 복음선교, 41항) 저 자신이 성숙한 사제, 친교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을 닮은 사제로 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장한 순교자들의 후손으로서, 베드로의 후계자이신 교황님 곁에서 보편교회를 위해 열정적으로 봉사하고, 때가 되면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킨”(2티모 4,7) 우리의 장한 순교자를 닮은 모습으로 여러분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교황님과 저를 위한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고맙습니다.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