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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11:52
2021-11-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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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세계 초연 성료

[사진]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세계 초연 성료

1112-13일 청주, 20-21일 서울, 23일 광주 공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법인인 (사)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1821-1861년)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제작한 박영희 작곡가의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이 2021년 11월 12-13일 청주 예술의전당, 20-21일 서울 예술의전당, 23일 광주 빛고을문화회관에서 세계 최초 공연(World Premier)을 가졌다.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의 마지막 장에서 최양업 신부와 교우들, 모든 등장인물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길 위의 천국>은 독일에서 활동해 온 박영희 소피아 작곡가(77세)가 2005년에 최양업 신부의 서한집을 접하면서 구상되었다. 박해와 순교로 성직자들을 잃고 탄식하는 조선 팔도의 신자들을 걸어서 찾아다니며 평생 겸손의 성덕을 실천한 최양업 신부의 서한에 박 작곡가는 선율을 붙였다. 대본은 최양업 신부 연구의 권위자인 청주교구 류한영 베드로 신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고연옥 작가가 집필했고, 예술감독 및 지휘는 독일 트리어시립극장, 울름극장의 부총음악감독 및 수석지휘자를 역임한 지휘자 지중배 로마노가, 총연출은 독일에서 활동 중인 연출가 이수은 루치아가 맡았다.

<길 위의 천국>은 고전 오페라 양식과 다르게 무용, 해설 등 연극적 요소를 적극 도입해 풍부한 상징을 전달했고, 오케스트라 반주를 절제하면서 배우들의 대사와 우리말의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했다. 최 신부가 지었다고 알려진 ‘사향가’와 신자들에게 친숙한 영성체 성가의 노랫말에 국악 선율과 판소리 창법을 도입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무대 구성은 단순명료한 형태의 계단을 활용해 시대의 균열과 새로운 시작, 천국을 향하는 신앙 여정을 형상화했으며, 계단 위아래의 공간들을 신앙 선조들의 교우촌, 박해받는 신자들의 감옥, 순교의 현장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했다. 외교인들에게 핍박받고 포도청 관리들에게 쫓기는 교우들의 절박감은 무용수들의 신체 언어에 힘입어 더욱 고조되었다. 최양업 신부가 사제품을 받고 ‘7년 동안 조국으로 돌아오는 길’과 ‘12년간 조선의 5개 도를 해마다 7천 리씩 걸었던 길’을 바오로 사도의 전도 여정에, 최 신부의 아버지인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으로 대표되는 신앙 선조들의 순교를 주님의 수난기에 비추어 보는 전개도 돋보였다.

▲최경환 프란치스코의 순교. 해설자와 무용수들이 그의 죽음을 목격하고, 교우들이 이를 증언하고 있다.
▲최양업 신부의 은신처 주변에서 포도청 관리가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의문과 놀람을 토로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로 최양업 신부 역의 테너 김효종,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역의 바리톤 김종표, 복자 이성례 마리아 역의 메조소프라노 양계화, 교우 바르바라 역의 소프라노 장혜지는 탁월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인물들의 인간적 고뇌와 영웅적 신앙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배우 이윤지 마리아는 해설자인 동시에 한국 천주교회사의 증인과 극의 배경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노이 오페라코러스는 극의 진정한 주인공인 당대의 민초들이 되었으며, 디토 오케스트라는 섬세하고 절제된 연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가창을 뒷받침했다.

▲위쪽부터 최양업 신부, 이성례 마리아, 바르바라의 아리아 장면.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 수원교구장이며 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 등 한국 천주교 주교단도 오페라를 관람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박영희 작곡가는 11월 초에 입국해 언론사 인터뷰, 리허설과 공연에 함께했다.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21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시복을 위한 기적 심사를 새롭게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담화문을 통해 최양업 신부의 전구 기도를 통해 기적 치유를 체험한 사례를 주교회의 또는 교구에 알려줄 것과 최양업 신부의 시복을 염원하는 기도를 한마음으로 바쳐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