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산 위에 세워진 그 터전,
주님께서 야곱의 모든 거처보다
시온의 성문들을 사랑하시니
하느님의 도성아,
너를 두고 영광스러운 일들이 일컬어지는구나.
나는 라합과 바빌론도 나를 아는 자들로 셈한다.
보라, 필리스티아와 티로도 에티오피아와 함께
“이자는 거기에서 태어났다.” 일컬어진다.
시온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는구나.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이곳에서 태어났으며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몸소 이를 굳게 세우셨다.”
주님께서 백성들을 기록하며 헤아리신다.
“이자는 거기에서 태어났노라.”
노래하는 이들도 춤추는 이들도 말하는구나.
“나의 모든 샘이 네 안에 있네.” – 시편 87

개별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전체 교회의 입장에서도 성찬례는 생명의 샘입니다. 성찬례 거행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마르지 않는 샘이 되시려면 교회의 중재 활동이 꼭 필요합니다.
이번 세계성체대회의 주제가 담긴 시편 87[86]편은 이른바 “시온의 노래”에 속하며, 예루살렘의 뽑힘과 특권적 지위가 그 중심 내용입니다. 적대하던 두 민족이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거룩한 도성의 완전한 시민권을 얻게 됩니다. 이어 나열되는 다섯 민족은 거룩한 도성인 예루살렘으로 모이는 온 세상을 나타냅니다. 이전의 적대 민족들은 하느님을 알게 된 덕분에 이 거룩한 도성에서 다시 일치와 평화를 이루게 됩니다. 시편의 끝머리에서 바로 이 모든 민족은 전례 거행의 맥락에서 다시 모여 선포합니다. “나의 모든 샘이 네 안에 있네.”
종말의 때에 예루살렘과 그 성전이 생수의 샘이 된다는 개념은 예언서들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그날에 다윗 집안과 예루살렘 주민들의 죄와 부정을 씻어 줄 샘이 터질 것이다”(즈카 13,1). 에제키엘서에도 성전의 동쪽에서 흘러나와 배가 다닐 수 있는 큰 강이 되는 샘에 대한 예언이 있습니다(에제 47,1-12). 시편 87[86]편처럼, 이 본문들은 풍요와 다산과 평화를 특징으로 하는 천상 낙원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리스도교 전승에서는, 참 시온인 “천상 예루살렘”이 교회와 동일하다는 확신 안에서 시편 87[86]편을 교회와 관련하여 읽습니다(갈라 4,26; 히브 12,22-24 참조). 교회는 구원된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이들은 “모든 종족과 언어와 백성과 민족”(묵시 5,9)에서 나왔으며,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 4,24)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고, 일치를 되찾아 한 몸을 이룹니다.
성찬례 거행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와 실제적인 친교를 이루고, 그분의 몸인 교회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성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한 몸, 한 공동체가 됩니다. 신자들이 물을 퍼 올리는 그 샘은 그들 사이의 일치에 대한 참다운 보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