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체대회
1985-01-14 00:00
516
제43차 국제성체대회 교황 담화문

국제 성체 대회 교황 담화문

참다운 현실 세계를 위한 성체성사와 그리스도인 가정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5년 8월 11-18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되는 국제 성체 대회에 즈음하여 성체 대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오필리오 로씨 추기경에게 다음의 서한을 보내셨다.

 

1985년 8월 11-18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되는 국제 성체 대회는 교회를 위해 극히 중대한 하나의 사건입니다. 성체성사에 대한 신심이 그곳에서 크계 현양될 터이고, 바라거니와 세계 도처에서 특히 본인에게 매우 소중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그곳에 모여들 신자들이 영신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와 그리스도인 가정”은 주최국과 아프리카 대륙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매우 깊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간원하는 바 이 기회에 성령께서 풍성하게 내려주실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기도와 묵상으로써 중대한 성체 대회를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본인은 이 메시지를 통하여, 개인과 공동체들이 유익하게 숙고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묵상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그러한 준비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1. 성찬은 빠스카 식사

성체의 신비를 숙고할 때 맨 먼저 발견하는 것은 교회의 바로 그 기원에서부터 성체 신비는 공동체의 차원에서 생활화되었다는 것이며, 집안, 가정, 만찬과 같은 말로 가리키는 실재들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시 그 “집”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게 됩니다. 제자들은 그 집에 있는 “큰 빵” 하나를 준비하여 천상 스승이 그들과 함께 빠스카 만찬을 드실 수 있게 차렸었습니다(루가 22,7-22). 그리고 우리는 사도행전이 전해주고 있는 초대교회 공동체에 관한 증언을 상기하게 됩니다. 믿는 사람들은 “한마음이 되어 날마다 성 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가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었다”(사도 2,46). 특히 “주간 첫날에” 그들은 “한 자리에 모여” “빵을 떼어 나누어 먹고”, 사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사도 20,7-11 참조). 그렇게 하여, 그들은 최후의 만찬 때 주님께서 행하신 바를 되풀이하며, 주님의 분부(루가 22.19 참조)를 이행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은 가정에서 즉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신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 신앙을 통하여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하느님 가족의 일원”(에패 2, 11 참조)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찬의 거행은 이렇듯 바로 그 시조부터 형제애의 성사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성체성사 안에 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살파 피로써 영혼과 신성으로서 참으로 성체적으로 현존하시어, 당신을 믿고 합당하게 받아 모시는 사람들과 보다 친밀하게 당신 자신을 일치시키고자 하십니다. 이는 멀리서부터 나와 저 멀리까지 뻗쳐있는 현존입니다. 영원한 아버지의 품안에서부터 궁극의 목적에 이르기까지, 강생의 육화로부터 역사가 나아가는 종말의 완성에까지 이르는 현존입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우리를 이렇게 일깨우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십시오”(1고린 11,26). 성찬에서, 나그네인 우리들은 믿음이 빛을 비추고 희망이 커가는 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종말의 잔치에서 누린 그 기쁨을 미리 맛보게 됩니다. 최후의 만찬 때, 그리스도께서 친히 그러한 잔치를 암시하셨습니다(루가 22,15-16 참조).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종말의 잔치에 그 시선을 모아야 합니다. 굶주림을 없이하는 천상 양식으로 자신을 살찌우고, 자신의 주님과 더욱 완전하게 일치하겠다는 언약을 되살려 “이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편이 훨씬 낫다”(필립 1,23 참조)고 믿는 경지에 이르러야 합니다. 성찬의 모임은 이렇게 아버지의 집에서 이루어질 궁극적인 만남의 지복 체험을 미리 알려주고 또 그 지복을 앞당겨 누리는 것입니다.

 

2. 성체는 가정의 성사

성체의 본질적인 공동체 차원은 가정 공동체의 영역 안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교의 기원에서부터 그리고 초세기 동안 성찬례가 부득이한 이유로 하여 흔히 개인의 집안에서 거행되었음에도, 또한 그 후에도 성체 신비와 사랑의 지성소 사이의 연관성은 결코 약화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마도 그러한 연관성이 보다 용이하게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며, 창조주이시며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가정 공동체는 마땅히 사랑의 지성소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발전과 더불어 그 다음 세기들에서는, 그리스도의 보다 적절한 모상이며 “하느님 가족”의 모습인 교회 공동체 전체를 위해, 성찬례는 당연히 교회 안에서 봉헌하게 되었고 또 그렇게 정해졌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바로 성찬례와 관련하여 교회 공동체의 기본 세포인 가정에 부여하는 신성한 의미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 모든 복음적인 신선함 가운데서 가정의 이 “거룩한” 실재를 보다 명확하게 비추어주고 있습니다. 교회헌장은 가정에서 하나의 “집안 교회”(11항)를 지적하고 있으며, 평신도 교령은 가정을 “교회의 가정적 지성소”(11항)라고 말합니다.

성찬례가 오늘날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방대한 가족들이 모이는 교회 안에서 적절하게 거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주님의 살과 피의 성사 그리고 “사회의 필수적인 기본 세포”(평신도 교령 11항)인 가정 사이에 있는, 극히 심오한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성체는 그리스도께서 신자들에게 생명을 주는 성사이며(요한 6,53 이하 참조), 가정 또한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자리”입니다. “가정에서 인간 사회의 새 시민들이 탄생하며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을 세세에 영속시키기 위하여 세례를 받음으로써 성신의 온총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교회헌장 11항). 성체성사는 사실 “십자가 위에서 그분의 피로 직인찍힌, 교회와 그리스도의 사랑의 계약을 대표합니다”(가정공동체 57항). 그리스도인 가정이 그 기원과 토대를 가지는, 세례받은 사람들의 결혼은 그러한 사랑의 계약을 독특하고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상징입니다. 일반적으로 혼인성사가 집전되는 성찬례 안에서, “그리스도인 부부는 자신들의 결혼 계약이 흘러 나오고 그 계약을 내적으로 조직하고 계속해서 새롭게 하는 근원을 만나는 것입니다”(가정공동체 57항).

 

3. 성체성사는 가정사도직의 원천

이렇듯 신앙생활의 드높은 이유로 인하여, 그리스도인 가정은 현대 세계 안에서 복음의 증거자가 되어야 하는 특별한 소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로부터 그리스도인 가정은 그러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주어진’ 그리스도의 몸과 ‘흘려진’ 그분의 피를 나눈다는 것은 그리스도인 가정에게는 선교적이고 사도적인 원동력의 끝없는 원천이 됩니다”(가정공동체 57항). 그렇게 하여 힘을 얻은 그리스도인 가정은 “하느님의 나라가 현재에 가지고 있는 힘뿐 아니라 행복한 미래 생명에 대한 희망까지를 소리높이 선포”(교회헌장 35항)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정은 그 자신의 독특한 역할을 지닌 채 보다 큰 교회 공동체 안에 들어있습니다. 가정의 고유한 역할이란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나 아직도 믿지 않는 가정들에게, 그리스도의 현존과 그의 사랑에 빛나는 징표”(가정공동체 54항)가 되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국제 성체 대회가 깊이 숙고하도록 제안하는 주제는 참으로 근본적인 것입니다. 이 성체 대회가 교회 생활의 절정을 이루어, 그리스도인 가정이 특히 오늘날에 필요한 도움과 빛을 거기서 얻게 되기를, 본인은 진심으로 희망하는 바입니다.

본인은 아프리카의 모든 민족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드리고, 사랑스러운 나라 케냐를 특별히 생각하며, 국제위원회와 지역교회의 노고에 대한 격려와 더불어, 성체 대회가 훌륭한 결실을 맺도록 기도하자고 전세계 가톨릭 교회에 촉구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지극히 거룩한 동정녀께서 성체 대회 조직요원들과 모든 신자들을 인도하시고 비추시어, 고대되는 이 교회적 사건에서 가정의 성화와 구원을 위한 성체성사의 근본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성체성사가 그 중심을 이루고 성체성사 안에서 미리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복음화를 위하여 없어서는 아니 될 가정의 역할을 보다 깊이 깨닫게 되기를 빕니다.

위원장 추기경님을 비롯 성체 대회를 준비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본인의 사도적 축복을 보내드리는 바입니다.

까스뗄 간돌포에서, 1984년 8월 15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