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

133위 시복 대상자 약전

No.27 김호연 바오로
  1. 김호연 바오로 (1796∼1831)

 

김호연 바오로는 경상도 안동의 이름 있는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착하고 온순하면서도 꼼꼼하였다. 또 말수가 적은 데다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 별로 없이 명상에 잠겨 있곤 하였다. 어릴 때부터 전통 학문을 닦은 그는 20세가 되기도 전에 유가(儒家)의 모든 경서에 정통하였으며, 다른 분야의 학문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럼에도 세속의 영광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에 과거에 응시할 생각을 갖지 않았고, 하루 종일 겸손하게 앉아서 학문을 연구하기만 하였다.

어느 날 바오로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피해 순흥(順興) 북쪽에 있는 석송이라는 마을로 이주하였다. 그곳에서 산 지 거의 1년이 지났을 무렵, 그는 우연히 김춘실 토마스라는 천주교 신자를 만났고, 그로부터 새로운 학문 이론과 천주 교리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에 바오로는 참된 진리를 찾았다고 생각하여 토마스에게서 천주교 서적을 구해 읽으면서 날마다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때까지 지키던 모든 미신 행위를 끊어버렸다.

이후 바오로는 토마스에게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던 날 바오로는 하루 종일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하느님께 받은 모든 은혜에 감사드리는 방법은 순교의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또 신앙의 자유를 희원하면서 미사 참례와 성체성사의 은총을 받게 되기를 학수고대하였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와 자기 형제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부친에게도 교리책을 보여드렸다.

바오로의 부친은 천주교 서적을 읽은 뒤 천주교가 참된 종교라는 것을 시인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지켜 온 모든 미신 행위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화를 내면서 바오로에게 천주교와의 관계를 끊어버리라고 강요하였다. 그러나 바오로는 천주 신앙을 버리지 않았고, 부친의 억압과 매질로 인해 건강이 위험할 정도가 되었다. 이에 바오로는 집을 떠나 어떤 친구의 집으로 가서 4∼5개월 동안 숨어 지내야만 하였다.

그동안 바오로는 많은 극기를 하였고, 기도와 묵상생활에 열중하였다. 신자들은 이러한 그를 보면서 “바오로는 육신이 없는 사람과 같아 보인다.”고 하였다. 또 이러한 생활 속에서도 바오로가 더 건강해진 모습을 보이고, 이전보다 더 생기가 넘치는 것을 보고는 “틀림없이 하느님의 특별한 보호와 기적의 결과”라고 생각하였다.

한편 안동의 부친은 아들이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자 몇몇 신자들을 고발할 준비를 하였고, 이를 알게 된 바오로는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작정하였다. 이때 그는 신자들과 헤어지면서 “참된 고향에서 서로 만납시다.”라고 작별 인사를 하였다.

바오로가 집으로 돌아가자, 부친은 잠시 기분이 풀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며칠 뒤부터는 다시 아들에게 천주 신앙을 버리라고 다그치며 매일같이 매질을 하였다. 이와 같은 일이 한 달 이상 계속되면서 바오로는 부친의 끔찍한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병이 들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친은 칼을 들고 바오로에게 다가와 “너는 얼마 안 되어 죽을 것이다. 네가 배교하고 죽으면 내 아들로 인정하겠다. 그러나 배교하지 않는다면 이 칼로 너를 죽이고 나도 자살하겠다.”고 말하였다. 이에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부친에게 대답하였다.

누구나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하기 위하여 임금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 하느님은 만물의 전능하신 주인이시며, 모든 사람들의 아버지이시고, 선한 이에게는 상을 주시고 악한 이에게는 벌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어찌 그분께 순종하지 않겠습니까? 어찌 이런 하느님을 배반하라고 하십니까?”

 

바오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부친은 크게 화를 내면서 칼로 찌르려고 하였다. 그러나 모친과 형제들이 와서 만류하자 그렇게 하지 못하고 물러갔다.

이러한 일이 있은 다음날 새벽이었다. 바오로는 기도와 묵상 중에 몇 번이나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고 나서 정오가 되자 삼종기도를 바치고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겼다. 곁에 있던 가족들조차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바로 그때가 1831년 8월(음력)로, 그의 나이 35세였다. 바오로가 개종한 지 거의 1년 만이었다. 그가 선종한 뒤 신자들은 바오로를 진정한 순교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생각하였다.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약전
 
 
  출처: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약전
  (2018.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