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

133위 시복 대상자 약전

No.91 전 야고보

관련 장소

청주, 보은, 충주

91. 전 야고보 (? ~1867)

 

청주 금봉(현 충북 청원군 미원면 월룡리)에서 삼형제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전 야고보는 어렸을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었다. 반면에 본성이 유순하고, 언제나 부모에게 순명하였다.

야고보가 처음 천주 신앙에 대해 들은 것은 13세 때였다. 당시 그에게 교리를 가르쳐 준 사람은 보은(報恩) 멍에목(현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구병리) 회장인 매부 최용운 암브로시오이다. 이때 그는 암브로시오 회장이 입으로 말하는 교리를 듣고 입교를 결심한 뒤 열심히 교리를 실천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외우고 있던 교리를 가족 열두 명에게 가르쳤고, 이후 온 가족이 함께 조선인 사제 최양업 토마스 신부에게서 세례를 받았다.

이후 야고보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동정을 지키며 열심히 수계하였다. 그러다가 1866년의 병인박해 때 부친과 형이 멍에목 신자 안 루카 등과 함께 청주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옥에 갇히자, 밥을 빌어 옥중의 부친과 형에게 갖다주었다. 그럼에도 관원들은 야고보가 맹인이라고 해서 체포하지 않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친과 형도 얼마 뒤에는 석방되었다.

야고보의 가족은 이후로도 금봉에 살면서 열심히 교리를 실천하였다. 그러나 이듬해인 1867년 10월에 다시 청주 포졸들이 금봉으로 몰려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마티아를 체포하여 수갑을 채운 뒤 청주로 압송하였다.

청주로 가던 도중에 야고보는 은밀히 아우 마티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법정 앞에서 문초와 형벌을 당한다 해도 조금도 굴복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있다. 또 맹인이라 하여 석방될지도 모르지만, 순교를 각오하고 있다. 너는 본래 마음이 약해서 형벌을 받으면 굴복할 수도 있으니, 나를 생각하지 말고 네 재주껏 도망하도록 해라.” 그러자 마티아는 형의 말이 옳다고 여겨 몰래 수갑을 벗고 도망하였다.

청주 법정에 이르렀을 때, 야고보를 본 형관은 즉시 포졸들에게 다음과 같이 분부하였다. “천주교가 무엇인지 맹인이 어찌 알겠느냐? 어서 빨리 놓아주도록 해라.” 그러자 야고보는 형관에게 다음과 같이 응대하였다.

 

제가 비록 눈으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맹인이지만, 마음으로는 한결같이 천주를 받들어 공경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야고보는 태연하고 올곧은 모습으로 천주교의 주요 기도문을 큰소리로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런 다음 끝까지 신앙을 지켜 순교의 영광을 얻었다.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약전
 
 
  출처: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약전
  (2018.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