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담화문]'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 시성을 기원하며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와 “최양업 토마스 사제”의


시복 시성을 기원하며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는 선교사의 손길 없이 복음을 받아들인, 세계에 유례없는 독특한 선교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백여 년에 걸친 혹독한 박해를 이겨내며 믿음을 지킨 빛나는 순교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 신자의 씨앗’이라고 한 라틴 교부 테르툴리아누스의 말대로 한국 천주교회는 오늘날까지 선조 순교자들의 피와 땀의 은덕으로 성장과 번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순교자들의 은덕을 기억하는 한국 천주교회는 매년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정하여 순교자들을 추모하며 기리는 달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는 훌륭한 믿음의 선조들을 모시고 있는 우리 후손들의 당연하고 마땅한 도리라고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공경하고 있는 103위 순교 성인은 1839년의 기해박해 이후에 순교하신 분들이고, 한국 천주교회 초창기의 순교자들과 첫 번째 큰 박해인 신유박해(1801년)의 순교자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분들이 아직 시성의 영예를 입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분들의 시복 시성 추진은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모시고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03위 순교자의 시성식을 치른 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약 20년에 걸쳐 시복 시성 청원을 위한 준비를 하였고, 2009년 6월에 125위 ‘하느님의 종’(순교자 124분과 증거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들의 시복 조사 문서를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하였습니다. 시복 시성 청원의 준비와 절차가 많고 매우 엄격한 관계로 긴 세월이 소요되었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종’ 125위의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시복 청원 절차는 끝나고 교황청 시성성의 심의 과정만 남아 있습니다. 교황청 시성성의 심의 절차는, 한국 천주교회가 제출한 예비 심사 조서에 대한 교회법적 검토, 시성성의 역사위원회와 신학위원회의 내용 심의가 있은 후, 관련 추기경과 주교들의 회의를 거쳐서 교황님의 시복 교령이 내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시성성 차원의 이 마지막 단계의 심의와 교황님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면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기도입니다. 즉, 시성성 차원의 심의가 순조로이 이루어져서 빠른 시일 안에 ‘하느님의 종’ 125위의 시복 교령이 내리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머지않아 시복 시성의 영예를 입게 될 ‘하느님의 종’들의 묘소와 유적지들을 잘 가꾸고 순례지를 조성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하느님의 종’들이 복자와 성인이 될 때에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1일 저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시복식에 참석차 로마에 간 기회에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님을 예방하였습니다. 그 때에 추기경님께서는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하시면서 “‘하느님의 종’들의 시복 시성 청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 말씀의 뜻은 “시복 시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복 시성을 간절히 바라는 신자들의 적극적인 원의의 표출이 있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순교자들의 순교 명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추기경님의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적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신자들은 우리 순교자들의 순교 사실을 굳게 믿고 있을 뿐 아니라 하루빨리 시복 시성이 이루어지기를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아래로부터의 시복 시성 운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금년 ‘순교자 성월’에는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주축이 되어 시복 시성 청원 기도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125위 '하느님 종'들의 시복 시성의 여명이 가까이 느껴집니다. 이 기도운동이야말로 추기경님이 말씀하시는 ‘아래로부터의 시복 시성 운동’입니다.


 


선교사의 도움 없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성직자 영입과 복음 전파에 힘쓴 한국 천주교회 평신도들의 놀라운 전통이 이번 125위 ‘하느님의 종’ 시복 시성 추진 과정에서도 크게 빛을 발하고 있다고 여겨져 기쁜 마음 그지없습니다. 신자 여러분께서 이 기도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125위 시복 시성이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지도록 열과 성을 모아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기도운동에 참여하시는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103위 순교 성인들의 전구로 하느님의 은총이 풍성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11년 순교자 성월에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정일 미카엘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