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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복시성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증거와 선포

 


[한국교회 순교자 시복 추진]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


 


 


 



“시복시성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증거와 선포”


향후 기도운동 제일 중요 신앙 쇄신 실천도 뒤따라야


1·2차 추진과정의 사료발굴 및 활발한 연구 “성과”


“20세기 순교자 시복건 한국교회 신학적 윤리적 성숙 계기 만들 것”

 

 

 

[가톨릭신문] 발행일 : 2013-07-07 [제2853호, 8면]

 

 

 

 






 ▲ 안명옥 주교는 “순교자 현양운동은 관련 단체나 교구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무엇보다 시복시성은 영적인 일이므로 기도운동이 제일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국 순교자들은 모든 교우들의 모범이고, 한국교회 전체의 순교자입니다. 따라서 모든 교구가 함께 시복을 위한 힘과 정성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는 한국 순교자 124위의 시복이 목전에 다가옴에 따라 한국교회 전체 신자들의 깊은 관심과 기도 운동을 당부했다.

교황청 시성성은 5월 23일자 공문을 통해 순교자 124위의 포지시오(Positio, 심문요항)가 교황청 시성성 역사위원회를 통과했음을 전해왔다. 이에 따라 신학위원회 심의를 거쳐, 빠르면 내년 중 124위에 대한 시복 결정이 날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청은 아울러 2차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와 20세기 순교자 시복을 위한 제2차 시복 사업의 추진을 승인하는 시성성 교령도 보내왔다.

이들 1,2차 시복시성 추진과 그 성과는 이미 103위 순교 성인을 보유한 한국교회가 더욱 성숙한 교회로 다시 태어나는데 주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적인 시점을 맞아 주교회의 시복시성특위 위원장 안명옥 주교로부터 그 의미를 전해듣고, 한국교회가 어떻게 시복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들었다.



- 하느님의 종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에 대한 1차 시복시성 건도 이제 상당부분 진척된 듯한데 2차 조선왕조치하 순교자와 20세기 순교자 시복건이 곧바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124위 순교자는 올해 10월 시성성 신학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고, 내년 초에 추기경과 주교님들의 회의를 거쳐 교황님의 시복 결정이 나게 될 것입니다. 최양업 신부의 시복 안건은 역사위원회에 제출될 포지시오(심문요항)가 마무리 단계이며, 올해 말에 역사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

또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 133위와 근현대 81위 순교자의 시복 안건은 기초 자료 수집 단계로 앞으로 십여 년에 거쳐 진행될 사안입니다. 124위 순교자와 달리 133위 순교자들 중에는 삶과 순교 사실에 대한 논란이 있는 분들이 있어 더 많은 시간과 조사 기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신학적인 측면으로 유교와 천주교의 화해, 더 폭넓은 신앙적 시야가 필요한 연구가 동반되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고 보입니다.

또한 81위 순교자들은 한국전쟁 동안 신앙의 증오로 처형된 분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분들 중에 최종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분들이 다수 있습니다. 그 죽음에 대해 합리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위의 두 안건이 진행되면서 한국 천주교회가 신학적으로 윤리적으로 더 성숙한 공동체로 새롭게 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 2차 조선왕조치하 순교자 및 20세기 순교자 시복대상자 선정 작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 우선 주교회의에서 각 교구에 대상자 유무를 조사하여 제출하도록 공문을 발송, 무척 많은 대상자 자료가 접수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선정위원회 회의가 진행됐고, 제출된 많은 대상자들 중에서 병인박해 순교자들의 경우, 박해의 특성상 자료가 부족한 부분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은 행불자들에 대한 행적과 죽음 확인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었습니다. 저희 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하여 교황청 시성성 관계자의 자문을 받아 81위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 2차 시복추진 건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지요.


▲ 2차 시복추진에서는 초기 한국 천주교회 신앙공동체 형성에 크게 영향을 끼친 주요 인물들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벽, 권철신, 권일신, 이승훈, 황사영, 김범우 등은 초기 한국 천주교회 활동에 구심점이 되었던 분들입니다. 1997년 주교회의 추계정기총회에서는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을 통합추진하기로 결정했는데, 이후 대상자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각 교구에서 제출한 명단 가운데 사료로써 순교 사실이 분명하게 증명되는 분들만을 우선 대상자로 엄선하여 하느님의 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종 124위 선정 당시에 순교 사실이 불확실하고 이에 대한 논란이 있는 분들은 역사, 신학적인 면에서 보다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일단 보류 대상자로 구분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순교자들에 대한 사료 발굴과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이들에 대한 시복을 추진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이들 초기 순교 선조들에 대하여 수원교구 등에서 여러 차례의 심포지엄, 학술 세미나 등을 거치면서 이들에 대한 사료 분석과 순교 사실 관계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점이 이번 선정 과정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 황사영 순교자의 경우 주로 <백서> 사건을 중심으로 치우쳐진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신앙인 황사영의 삶과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번에 준비하였던 “황사영의 신앙과 영성”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교회법, 영성, 신학, 사회학적인 입장과 사료 재조명 등을 통한 분석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 20세기 순교자는 행방불명이 많아 순교사실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향후 추진 전망은 어떤지요?

 

▲ 지금 현재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산하 역사전문가위원회에서 순교 사실 입증을 위한 자료 수집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말까지 진행되는 조사에서 준비가 되면 내년에는 시복 조사 법정을 개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 안에 81분의 약전을 완성하여 교황청에 송부하고 재판 개정에 필요한 ‘장애 없음’을 받아야 합니다.


 


- 시복시성은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것인데, 시복을 위한 기도운동이나 순교정신 계승, 현양운동 등은 어떻게 추진하실 계획이신지요.


▲ 현양운동은 관련 단체나 교구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시복시성은 영적인 일이므로 기도운동이 제일 중요합니다. 또한 그분들의 삶을 본받은 신앙 쇄신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실천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순교자들은 모든 교우들의 모범이고, 특정한 한 교구의 순교자일 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의 전체의 순교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든 교구가 함께 시복을 위한 힘과 정성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시복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기도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 시복대상자 선정 작업을 마무리한 소감과 앞으로 시복재판에 들어가는 각오와 다짐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124위의 시복은 마무리 단계이지만, 최양업 신부의 시복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멉니다. 포지시오가 마무리되면 역사위원회, 신학위원회 등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어 교황님이 최양업 신부의 영웅적 성덕을 선포하면 ‘가경자’가 됩니다. 그러고 나서 기적적 치유 사실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재판의 형식을 통하게 됩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기적적 치유의 재판이 끝나면 다시 시성성에 보고하고, 시성성의 심의가 끝나고 인정이 되어야 시복이 됩니다.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입니다.

조선왕조 133위 순교자와 근현대 81위 순교자에 대한 관련 교구의 요청으로 인해 시복 조사가 한국 천주교회 차원으로 시작됩니다. 이를 시성성이 각각의 단일 안건으로 승인한 것입니다.

너무 많은 순교자들의 시복 추진이 함께 이루어져 신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복시성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믿음과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여야 합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증거와 선포라고 보아야 합니다. 관련된 교구에서 지속적으로 시복시성을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먼 미래에서는 주교회의 차원이 아니라 각 교구에서 자체적으로 시복시성을 추진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습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