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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평화신문]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













[평화신문] 2014. 02. 23발행 [1253호]

 


 






스스로 복음 선포한 전통 부각… 전 교회가 한국교회 역량 인정




 






[특별 인터뷰]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

 

 







▲ "124위 시복으로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복음을 수용한 한국 천주교회의 전통이 살아 숨 쉬고 복음이 더욱 널리 전파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는 안명옥 주교. 오세택 기자

 



   "기쁘면서도 걱정이 없지 않습니다. 시복 결정은 우리가 순교자의 삶을 본받고 살아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8일 바티칸 뉴스를 통해 전해진 '124위 시복 결정'이라는 선물은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에게 '기쁨' 그 이상이었다. 시복시성주교특위 위원장직을 맡은 지 2년 남짓 하지만, '시복 결정'을 받기까지 지나온 17년 세월 동안 전임자 박정일 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과 신학자, 역사학자, 교회법학자들의 노력, 그리고 평신도들의 기도를 익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안 주교는 "124위 시복 안건은 주교회의가 주관해 진행한 것이기에 이번 시복 결정은 한국 가톨릭교회의 순수한 힘으로 이끌어낸 것이며, 동시에 전 세계 교회가 한국교회의 역량 내지 평신도들의 순교자 현양운동과 기도를 인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고 나서 "124위 시복이 이뤄지게 된 데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시복 결정을 내려주신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도 감사를 드린다"며 "시복 결정이 나기까지 저희가 기울인 노력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안 주교는 특히 "참수형으로 첫 순교자가 된 윤지충 바오로의 시복으로 그분의 신앙고백이 진리임이 증명됐으며, 선교사 없이 복음을 선포한 한국 천주교회의 전통이 더욱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시복 결정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안 주교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누군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생명이 소중한 걸 몰랐겠습니까? 순교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기만 살겠다고 애쓰는 것이 인지상정인데도, 목숨을 버려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그분들에 대한 시복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시대를 산 순교자들의 삶과 영성을 되새기고 그 영성을 우리 삶으로 구현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는 하느님을 믿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안 주교는 이번에 시복 결정이 내려진 124위 가운데 하느님의 절대성을 죽음으로 강조한 윤지충 바오로, 중국 선교를 위해 좋은 표본이 될 첫 번째 선교사 주문모 야고보 신부, 한국교회의 초석이 된 평신도 회장 최창현 요한과 여회장 강완숙 골룸바, 한국교회의 교부라고 할 수 있는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를 특별히 꼽았다. 그러고 나서 안 주교는 "한 마디로 조선 후기 엘리트 유학자들이 참된 진리를 찾아 연구하고 신앙을 고백한 삶이 보편교회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특히 조선교회에 첫 사제이자 첫 선교사로서 순교하신 주문모 신부님의 시복은 중국, 나아가 아시아 복음화가 요청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시복 결정이 내려진 시점에서 시복식 준비는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했다.

 안 주교는 "시성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 일단 시복식이라는 전례 행위를 통해 복자로 선포하고 나서 124위께서 시성될 때까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다만 10월로 예정됐던 시복식이 교황님의 방한과 맞물리고 있어 우리 주교단은 교황 성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교황님 방한이 결정되면 교황 성하께서 시복식을 주례하는 건 분명하니까 추후 일시나 장소, 방한 일정 등을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 주교는 시복식이 '외적 행사'로 끝나는 것을 경계했다. 안 주교는 그래서 "그분들의 삶을 본받고 우리의 신앙을 쇄신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기도와 신앙 쇄신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시아청년대회와 시복식 준비를 위한 2차 헌금이 계획돼 있는 만큼 신자들의 많은 기도와 정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주교는 이어 "124위 시복 추진에 이어 2차로 통합 추진되는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건은 올 하반기에 '장애없음'을 교황청에 신청, 2015년 상반기에 시복법정 개정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는 준비가 더 빨라 올 상반기에 '장애없음'을 신청하고 하반기에 법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주교는 "조선왕조의 대역죄인으로서 처형됐던 순교자들이 시복 결정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은 100여 년 전 증오와 반목에서 이제는 소통과 화해로 나아가는 길을 터준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주교는 "124위 시복으로 한국 교회의 순교신심 전통이 더 살아 숨 쉬고 복음이 널리 전파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교회 안팎에서 교황님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해 주시고, 또 교황님께서 방한 일정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청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