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신희 (? ∼1802)

신희(申喜)는 1801년의 순교자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의 아내로, 전라도 전주 초남이(현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에서 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녀의 세례명은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1801년의 순교자 유중철(柳重哲, 요한)과 유문석(柳文碩, 요한)은 그녀의 장남과 차남이고, 이순이(李順伊, 루갈다)는 그녀의 맏며느리였다.

신희는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설립된 직후에 남편 아우구스티노가 천주교에 입교한 뒤 자연스럽게 천주 신앙을 받아들여 실천하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남편의 교회 활동을 열심히 뒷바라지하면서 자식들을 가르쳤고, 1795년에 자신의 집을 방문한 주문모 야고보 신부에게 성사도 받았다. 또 2년 뒤에는 자신의 장남 유중철 요한과 이윤하(李閏夏, 마태오)의 딸 이순이 루갈다가 동정 부부로 혼인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1801년의 신유박해가 일어난 뒤, 초남이에서는 신희의 남편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장남 유중철 요한이 가장 먼저 체포되어 아우구스티노는 서울 포도청으로 압송되고, 요한은 전주 감영으로 압송되었다. 이어 10월 22일(음력 9월 15일)에는 신희와 차남 유문석 요한, 며느리 루갈다, 동서 이육희(李六喜) 등도 체포되어 전주 옥에 갇히게 되었다.

신희는 전주 감영에서의 문초와 형벌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신앙을 지켰다. 그러던 중 11월 14일(음력 10월 9일)에는 의금부와 형조의 명에 따라 함께 갇혀 있던 차남 요한이 끌려 나가 옥살이를 해오던 장남 유중철 요한과 함께 교수형으로 순교하였다. 그리고 신희와 며느리 루갈다, 동서 이육희는 각각 함경도 각처의 관비(官婢)로, 나머지 가족들은 섬과 벽지의 노비로 보내라는 조정의 명에 따라 11월 18일(음력 10월 13일) 유배지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신희와 가족들은 관리에게 “우리들은 천주를 공경합니다. 그러니 나라의 법률에 따라 처형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는 천주를 위하여 죽기를 원합니다.”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신희와 가족들이 유배지로 향하던 도중에 관아에서는 아이들을 제외한 어른들을 다시 전주로 회송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그들은 다시 전주로 끌려와 투옥되었다.

이후 전주 감영에서는 신희와 가족들에게 다시 문초와 형벌을 가한 뒤 사형 선고문을 작성하여 조정에 보고하였고, 이를 받은 조정에서는 전주 감영에 사형을 집행하도록 명하였다. 그 결과 신희는 1802년 1월 31일(음력 1801년 12월 28일) 가족과 함께 숲정이 형장(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으로 끌려가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는데, 당시 전주 감영에서 조정에 올린 신희의 사형 선고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 ‘예수 그리스도를 가르침으로 여기며, 형벌 아래 죽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남편이 죽었는데 의리상 어찌 혼자만 살아남겠으며, 존숭하여 받들던 도리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오직 빨리 죽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출처: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약전 (2018.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