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안건 예비심사 3월 25일에 종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2021년 3월 25일(목) 오후 3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안건의 예비심사 법정 종료 회기를 개최한다. 본 안건의 예비심사 법정은 2017년 2월 22일 개정한 이래 2021년 2월 26일까지 33회기가 열렸다. 종료 회기로써 실질적인 시복 소송은 일단락되며, 모든 소송 기록 문서(조서)의 사본과 영어 번역본은 교황청 시성성에 심사를 위해 제출될 예정이다.

종료 회기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시복 안건의 재판관 유흥식 주교,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 재판관 대리 박동균 신부, 검찰관 최인각 신부, 청원인 김종강 신부, 각 교구 시복 추진 담당 사제,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 문서 번역자와 감수자 등이 참석한다. 법정 직책자들이 소송 기록 문서와 종료 회기 문서를 모두 검토 확인하고, 성경에 손을 얹고 임무 수행과 비밀 엄수를 서약하고 서명한 뒤, 재판관이 공증 문서의 진정성을 선언하고 종료 증서에 서명하는 것을 끝으로 시복 안건의 국내 심사를 마무리한다.

▲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예비심사 법정 개정식에서
재판관 유흥식 주교가 법정 직책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서하고 있다. 2017.2.22.

하느님의 종 133위 소개

시복 추진 대상자인 하느님의 종 133위는 조선 왕조 시기인 1785-1879년 사이 ‘신앙에 대한 증오’ 때문에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로, 기존의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순교 사실이 새롭게 연구되고 관련 교구에서 현양되어 온 분들이다. 그 명단에는 특별히 한국 천주교회 초기 평신도 지도자들인 이벽 요한 세례자, 김범우 토마스,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권철신 암브로시오, 이승훈 베드로, 이존창 루도비코 곤자가와 <백서>의 작성자 황사영 알렉시오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신앙 고백에 대한 기록 미비와 배교 논란 등 여러 이유로 추진 대상에서 누락되었던 순교자들, 가정 박해로 인한 순교자들, 1866년 병인박해 때 ‘선참후계령’(先斬後啓令: 먼저 처형한 뒤 나중에 보고하라는 지시)으로 지방 관아에서 비밀리에 처형당하여 기록 부족으로 시복 추진이 미루어져 왔던 순교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박해 시기별 분류는 본 자료 하단 참조>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에 대한 제2차 시복 추진 과정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에 대한 제1차 시복 안건(하느님의 종 124위)과 최양업 신부 시복 안건의 예비 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던 2009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에 대한 제2차 시복 추진’을 결정하였다.

2013년 3월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제2차 시복 추진의 안건 제목을 이벽 요한 세례자를 대표 순교자로 하여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로 정하였다. 이어 주교회의는 본 안건을 추진하는 청구인(actor)이 되어, 2013년 3월 13일 교황청 시성성에 예비심사 관할권을 마산교구에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에 대한 제1차 시복 추진의 예비 심사 관할권이 마산교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2013년 4월 26일 시성성으로부터 예비 심사 관할권 허가 교령을 받은 뒤 ‘역사와 고문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복 대상 순교자들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하는 등 본격적인 시복 추진 과정에 착수하였다.

주교회의는 2014년 10월 추계 정기총회에서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안건의 청원인(postulator: 청구인을 대신하여 시복 시성 안건을 진행하는 이)으로 김종강 신부(청주교구)를 확정하였다. 2016년 10월 5일 시성성으로부터 안건 착수에 ‘장애 없음’ 통보를 받았고, 10월 14일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는 예비 심사 관할권을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에게 위임하였다.

2017년 1월 21일 본 안건의 재판관 유흥식 주교는 박동균 신부(서울대교구)를 재판관 대리로, 최인각 신부(수원교구)를 검찰관으로, 연숙진 씨를 공증관으로 임명하여 시복 소송의 재판진을 구성하였다. 2017년 2월 22일 예비심사 법정을 개정하고 2021년 2월 26일까지 총 33회기의 법정을 열어, ‘하느님의 종 133위의 생애, 순교 사실과 순교 명성’에 관하여 증인 22명(역사와 고문서 전문가, 14개 관련 교구 시복 추진 담당자 등)의 증언을 듣고, 관련 14개 교구에 대한 현장 조사를 통해 하느님의 종들에 대한 ‘공적 경배 없음’을 확인하였으며, 소송 기록 문서 검열, 청원인 보충 증거 자료 제출, 번역물 제출 등 본 안건에 대한 소송 기록물을 시성성에 보내기 위한 일련의 예비 심사 과정을 모두 마쳤다.

* 시복 추진 연대표 = http://koreanmartyrs.or.kr/sbss2_2.php

▲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예비심사 법정 직책자들과 제6회기에 출석한 증인들. 2017.11.24.

▲ 시복 예비심사를 위한 현장 조사에서 법정 직책자들이 서울대교구 광희문 성지를 찾아 현장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19.3.18.

한국 천주교회의 시복 시성 추진 경과

한국 천주교회는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들 가운데 비교적 순교 기록이 명확하게 남은 분들을 중심으로 시복 시성 절차를 밟아 왔다. 가장 먼저,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자신들이 직접 겪은 박해의 순교자들을 중심으로 시복을 추진한 결과 1925년에 기해박해(1839년)와 병오박해(1846년) 순교자 79위가 시복되었다. 이어 1968년에는 병인박해(1866년) 순교자 24위가 시복되었다. 이 103위 복자들은 1984년에 한국 교회의 첫 성인들(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 되었다.

한국 교회 초기에 일어난 신해박해(1791년)와 신유박해(1801년)의 순교자들이 시복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던 터에, 2001년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에 즈음하여 주교회의는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을 새롭게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14년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가 시복되었다. 이들 가운데는 신유박해 순교자들(53위)이 가장 많고, 103위 시복 추진에서 누락되었던 기해박해 순교자들(18위)과 병인박해 순교자들(19위)이 있다.

그리고 2009년에는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에 대한 최종적인 시복 추진의 취지로 제1차 124위 시복 추진 과정에서 미루어졌던 순교자들을 대상으로 제2차 시복 추진을 결정하였고, 오랜 준비와 재판부 구성 단계, 4년 간의 시복 재판을 거쳐 예비심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는 최근 시복 안건에서 ‘순교’와 ‘순교자’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고 ‘박해’와 ‘박해자’를 넓은 의미에서 규명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이다.

현재 한국 교회가 추진 중인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시복 안건은 이번에 예비 심사가 종료될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시복 안건과 교황청 시성성에서 기적 심사가 진행 중인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 안건이 있다.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과 관련해서는, 2022년 초에 예비 심사가 종료될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안건, 2017년에 예비 심사를 마치고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된 성 베네딕도회의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아빠스와 동료 37위” 시복 안건이 있다.

[박해 시기별 하느님의 종 133위 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