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곳곳 방문해 격려·후원했던 ‘위대한 선교사’
시성 이뤄지기까지 또 다른 구체적 기적 심사 필요
한국 시복시성 대상자도 결정 위해 많은 관심 절실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1-05-08 [제2745호, 14면]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Angelo Amato) 추기경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식과 관련, 본지와 가진 특별 인터뷰를 통해 “평화의 사도로 불리며 전 인류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던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은 세상 전체에 유익과 친교를 가져다주는 것과 함께 인류를 선으로 이끌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자체가 기쁜 소식이고 복음”이라고 밝혔다.
아마토 추기경은 또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 청원과 관련, “이들의 시복을 고대하는 한국교회와 신자들의 열망은 곧 한국교회가 지니고 있는 활기찬 요구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아주 중요하다”고 긍정적 답변을 남겼다.
아마토 추기경과의 인터뷰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식을 사흘 앞둔 4월 28일 오전 시성성 장관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한국의 역사를 너무나 사랑하셨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된 것이 기쁘다”고 서두를 꺼낸 아마토 추기경은 개인적으로도 “평신도들이 복음화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한국교회 초기 역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지 6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시복은 교회 역사상 가장 빠른 기간에 확정된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이 유례없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게 된 것은 사실 평범하지 않은 경우에 속한다.
시복식을 앞두고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시복에 대한 조사 과정을 5년으로 축소하는 법령을 제정하면서 시복 절차가 간소화되고 또 편해진 면이 있었고, 이 과정을 통해서 업적에 대한 행적 조사가 쉬워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복이 빠른 시일 내 진행됐다고 해서 그 과정이 피상적이었다거나 겉핥기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그분이 살아 계실 때 남기셨던 사료들을 통해서 오히려 더 깊고 심오한, 또 엄정한 행적 조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 생전에 ‘인류구원을 이끄는 평화의 사도’로 불렸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은 보편교회를 비롯, 현대 세계와 사회에 어떤 의미를 주고 있다고 보는지….
▲ 성인 혹은 복자라 할 때 그분들은 교회 구성원인 우리들에게 뿐 아니라 세상 전체에 유익을 주는 존재들이다.
성인과 복자들이 지닌 특징을 말한다면 ‘그들은 유익한 분이고 또 선을 주시는 분이며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주고 친교를 가져다주고 선으로 이끄신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한 바오로 2세 복자는 그 자체가 세상 안에 기쁜 소식이고 복음이다.
- 시복식 후 시성으로 이어지는 기간도 빠를 것으로 예상하시는지.
▲ 교황청 법 절차에 따라서 시복이 이뤄진 뒤 시성이 결정되기까지는 또 다른 기적심사가 필요하다. 시성 대상자의 전구로 신자들이 많은 은총을 받겠지만 그중에서도 기적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가 있어야 한다.
시성 대상자에 관한 청원이 시성성에 접수되면 사례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작업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기술적인 면, 두 번째는 신학적인 판별과 주교단 추기경들의 의견이며 마지막으로는 교황의 심사 과정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 시기가 언제일지 예상할 수 없지만, 이제부터 시성식을 위한 흥미로운 예비 준비가 시작될 것이다. 그런 과정들이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이뤄져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빨리 시성이 이뤄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이와 관련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시복 후 시성에 이르는 그 기간이 허무한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시기는 신자들과 교회로 하여금 존경과 따라하고 싶은 모방의 소망을 일으키는 의미 가득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 특별히 부활 제2주일 ‘하느님 자비 주일’에 시복식이 거행된 배경은 어떤 것인가.
▲ 5월 1일 시복식 일정은 폴란드교회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째는 5월 1일이 노동자의 날이라는 점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젊은 시절 노동자였던 경력에 비추어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하느님 자비 주일이 교황께서 생전에 제정하신 날이고 폴란드 성인 파우스티나 성녀와 연결됐다는 면에서 그렇다. 세 번째는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부활 시기라는 점에서다.
- 2009년 12월 2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영웅적 덕행의 삶을 살았다”고 선언했다. 생전의 영웅적 덕행과 관련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 그분은 위대한 평화의 선교사였고 사도였다. 교황으로서 세상 여러 곳을 방문하고 싶어 하셨고, 로마에서 가장 먼 곳을 방문하고 싶어 하셨다.
이는 단지 사람들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격려해 주고 후원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중국을 방문, 현지 신자들을 방문해주고 격려해 주시는 일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 한국교회의 경우 현재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 관련 시복시성 청원서와 자료를 제출한 상태고 이들에 대한 조속한 시복 결정을 고대하고 있다.
▲ 한국교회와 전체 신자들이 그렇게 관심과 열렬한 애정을 지니고 시복에 대해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은 시복대상자들이 살아있는 상이라는 것 때문이다. 또 그것은 한국교회가 지니고 있는 사목적인, 활기찬 요구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아주 중요하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시성성 입장에서 아시아교회 순교자들, 성인들에 관한 사례를 아주 특혜적으로 빨리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교황청의 이 같은 아시아교회 순교 성인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유럽 출신 성인들의 수가 많은 상황에서 ‘성덕’의 삶을 보여준 성인들이 유럽교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아시아·아프리카교회 등 유럽 바깥 교회에도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성인들의 성덕을 전 세계에 보이고 나누는 것은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 20세기 한국전쟁 중 순교한 이들에 대한 시복 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특별히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어떤 것인가.
▲ 20세기 현대 순교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복 자료를 준비하는 문제와 관련, 교회는 명백한 지시 사항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분들이 지니고 있는 순교의 삶이나 성덕의 삶을 다루는데 있어 무엇보다 정해진 규정에 따라 제대로 된 문헌을 첨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정말 중요한 한 가지는 시복에 관한 모든 서류를 제출한 다음, 사후에도 계속적인 관심을 갖고 재촉하고 지켜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성성은 일종의 법원 성격을 갖는다. 그런 면에서 이런 절차를 진행하고 집행하는 심사관들이 열의와 관심을 갖고 계속 문의를 해서 진행이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초기 한국교회 순교자들에 대한 인상을 들려주신다면.
▲ 한국교회 초기 역사를 통해 감명 받은 것은 바로 평신도들의 모습이다.
중국에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을 비롯, 평신도들이 한국의 복음 선포 주역으로 활동했는데 그들은 진정한 사도였고 선교사였다.
선교라는 것이 보통 사제?수도자에게 국한되는 사례가 많은데, 한국교회 경우는 다른 교회 안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며 전 세계 평신도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는 것이다. 그 면이 감명 깊었다.
- 시복식을 통해 보편교회 신자들에게, 특히 한국 신자들에게 나누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전에 정말 언제나 기도하는 분이었고 또 그 기도로부터 당신의 사목적 열정과 힘을 이끌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기도하자는 말을 드리고 싶다. 일상 안에서 도시를 향해 창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기도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아마토 추기경은
1938년 이탈리아 몰페타에서 태어난 아마토 추기경은 살레시오회 소속으로 1967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8년 호세 사라이바 마르틴 추기경 뒤를 이어 시성성 장관에 임명된 아마토 추기경은 신앙교리성 차관을 역임했으며 지난 2000년 발표된 문헌 「주님이신 예수님」 초안 작성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로마(이탈리아)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