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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25위 시복시성 순교영성 심화 기회로 삼아야













 


[평화신문] 2011.5.29발행(1119호)


 


 


 


[인터뷰] 125위 시복시성, 순교영성 심화 기회로 삼아야


 







박정일 주교(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정일 주교는 요즘 속이 후련하면서도 뭔가 숙제를 덜 끝낸 심정이다.

 무려 8년 동안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예비심사 작업에 전념한 끝에 2009년 6월 관련 문서 일체를 교황청 시성성에 접수시켰다. 125위 약전과 재판기록 복사본만도 A4 용지 6000쪽에 달한다.

 이로써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그리고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을 위한 한국교회 차원의 법적, 행정적 절차는 모두 끝난 셈이다.



 하지만 교회 저변에서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이나 현양대회 같은 움직임이 거의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 더구나 4월말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아마토 추기경을 만나고 온 뒤부터는 이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불러 일으킬까 고민 중이다.



 



 







▲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박정일 주교가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에 대한 관심과 기도운동을 요청하고 있다.


 


 


# 청원서 제출했다고 손 놓으면 안 돼




 "시복시성 추진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훌륭한 순교자가 있으니 복자와 성인으로 모실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시복시성 청원입니다. 따라서 교황청 입장에서도 한국교회의 바람과 열망을 어떤 식으로든 확인해야 결정하지, 서류만 갖고 움직일 수는 없을 겁니다."

 박 주교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영성은 순교영성"이라며 "이번 125위 시복시성 청원을 순교영성 심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손놓고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시복시성의 참뜻은 하느님 사랑의 정점에 이르신 순교자들을 온 세상에 높이 드러내고, 그분들의 거룩한 정신을 본받아 후손인 우리가 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순교자들의 전구로 내적 쇄신과 발전을 꾀하고, 복음을 더 힘차게 전하는 데 있습니다.이러한 목적을 이루려면 먼저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알아야 합니다."

 박 주교는 "교구와 본당, 소공동체, 사도직단체에 하느님의 종 125위 약전(略傳) 읽기와 성지순례를 권장한다"며 "전주교구 루갈다제처럼 문화활동을 통해 순교자를 알리고, 순교신심을 드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 주교는 이어 125위 시복시성 추진작업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1984년 103위 시성식 때 믿음의 초석이 된 초기교회 순교자들이 시성의 영예를 입지 못한 것을 내내 아쉬워했습니다. 103위는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이 땅에 진출한 이후에 일어난 기해박해(1839년)~병인박해(1866년) 순교자들입니다. 선교사들이 꼼꼼하게 기록해 놓은 그분들의 순교행적을 토대로 1925년 79위, 1968년 24위 시복식에 이어 1984년 103위 시성식을 거행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번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 추진은 대상자의 3분의 2가 신유박해(1801년) 전후 순교자들인데다, 사실상 한국 주교회의가 처음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 순교영성 넘치는 교회돼야


 



 박 주교는 "우리는 신앙 선조들의 희생 덕에 너무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며 "시복시성은 우리가 받은 신앙의 은총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있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주교는 또 "시성성에 순교자들을 포함해 1만여 건의 시복시성 청원이 접수돼 있으나 교황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순교자들의 영웅적 덕행을 먼저 조사해 시복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교회 인사들은 한국교회를 둘러보고 한결같이 '활기 넘치는 교회'라며 원더풀(wonderful)을 연발한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순교영성이 넘치는 교회'라는 얘기를 먼저 듣고 싶고, 실제 그런 평을 받을 만한 순교영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주교는 "125위 시복은 한국교회 발전에 또다른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신자들 관심을 거듭 호소했다. 박 주교는 2002년 마산교구장직에서 은퇴한 이후 시복시성 추진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최근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제2차 시복과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작업도 시작했다.

 한편, 교황청 시성성은 지난 3월 125위 시복 안건 보고관(relator)에 폴란드 출신의 즈지슬라브 키야스 신부를 임명했다. 보고관은 시복 안건을 연구하고, 재판심문 내용을 비판적으로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