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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하느님의 종 시복 추진과 순교 영성














 


[평화신문] 2013. 09. 15발행 [1232호]


 


 







[순교자 현양 특강]<1> 하느님의 종 시복 추진과 순교 영성







 

주님의 길이 가시밭길이라도

 

 


 










안명옥 주교(마산교구장,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최창화 몬시뇰)와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최홍준)는 순교자성월을 맞아 5일과 12일, 26일 세 차례에 걸쳐 명동 주교좌성당에서 순교자 현양 특강을 마련하고 미사를 봉헌한다. 5일엔 안명옥 주교가 '하느님의 종 시복 추진과 순교영성'을 주제로 특강한 데 이어, 12일에는 손삼석(부산교구 총대리) 주교가 '순교와 순교정신'을 주제로, 26일에는 옥현진(광주대교구 총대리) 주교가 '1795년 을사추조적발사건과 주문모 신부'를 주제로 각각 특강을 한다. 5일 특강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1784년 이 땅에 천주교가 전래된 이후 거의 100년 이상 한국 교회는 크고 작은 박해에 시달렸습니다. 그 순교자들 가운데 103위 순교자가 1984년 시성됐고, 현재 윤지충과 동료 123위,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벽과 동료 132위를 비롯해 근ㆍ현대 순교자들 81위도 시복시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또한 자체적으로 38위 시복시성 절차를 밟고 있어 이를 다 합치면 시복을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만 377위에 이릅니다.

 지난날 역사를 되돌아보면 시복시성을 위해서는 언제나 '기도'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의 절정은 1984년 5월 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순교자의 피가 묻어 있는 이 땅에서 103위 순교자 시성 미사를 거행하시는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교회 '시복시성의 역사'는 '기도 운동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우리 역시 적극적으로 시복과 시성을 위한 '기도 운동'에 동참할 것을 다짐합시다.

 모진 박해 가운데서 순교의 삶을 선택하고 결단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순교자들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 사랑, 그리고 희망 때문에 자유롭게 선택하고 수락한 자신의 죽음으로 진리를 증거하고 하느님을 증거했습니다. 사랑은 죽음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신념으로 순교의 길을 걸어가도록 이끄는 힘, 곧 영성으로 작용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예전 순교자들처럼 물리적으로 피를 흘리며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으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믿고 증거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순교의 삶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순교의 삶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순교 영성을 새롭게 해석해 내야 할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가도록 지음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은 존재의 유일한 이유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인간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마음을 바꿔야 합니다. 순교의 삶을 가능케 하는 힘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사랑)의 힘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취미'가 아니며 '사상'도 아니며 '이념'도 아닙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는 고백이 바로 우리의 신앙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다운 행동과 말은 하느님 눈으로 이 세상과 사물, 인간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합니다. 하느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본다는 것은 이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를 거슬러 역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과 세상의 시류에 맞는 흐름을 거슬러 하느님 법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 법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일상에서 증거하고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나친 소유와 집착, 탐욕에서 벗어나면 삶의 무게와 고달픔도 가벼워질 것입니다. 삶의 무게를 줄여나가는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믿는다는 것은 증명이 아닙니다. 희망입니다. 신뢰입니다. 그리고 사랑입니다. 하느님 때문에 우리의 삶이 영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사는 우리 신앙인들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시는 하느님 말씀이 가져다주는 힘과 능력을 믿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답게 살고 그렇게 살기 때문에 당하는 온갖 불이익을 참고 견뎌내는 것이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순교의 삶일 것입니다. 순교는 죽어야 할 이유이고 동시에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할지라도 결코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가슴에 꼭 간직하고 말씀 그대로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말씀을 가슴에 안고 잠이 들어 봤으면 원이 없겠습니다. 이 역시 순교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죽어서 영원을 선택하는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순교자들이 그들의 삶을 본받으려고 부단하게 애쓰고 기도하는 후배들의 행복을 위해 하느님께 간구해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정리=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