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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속한 시복 진행 요청, 긍정적 답변 얻어

가톨릭평화신문 2017. 02. 12발행 [1401호]

 


조속한 시복 진행 요청, 긍정적 답변 얻어

 

최양업 신부 시복 관련 교황청 방문하고 온 유흥식 주교

 

▲ 유흥식 주교가 1월 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최양업 신부의 조속한 시복을 청원했다. 사진은 김종숙(요안나) 작가의 ‘묵주기도를 바치는 한국여인상’ 작품을 유 주교가 교황에게 설명하고 있다. 대전교구 홍보국 제공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유흥식(대전교구장) 주교는 4일 “증거자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인 2021년 즈음에 시복될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고 그분 신앙의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 주교는 최양업 신부 시복과 관련해 1월 21일부터 교황청을 방문하고 2월 2일 귀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국무원장과 시성성 장관 등을 만났다. 유 주교는 대전교구청에서 한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가 시복의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요청했고, 긍정적 답변과 적극적 동조를 받았다”고 밝혔다.

유 주교는 시성성으로부터 긍정적 답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교회의 순교 계승 노력에 있다”고 평가했다. “교회 구성원들이 사랑, 용서, 나눔, 섬김, 배려 등을 실천하고 사회의 어둠과 아픔이 있는 곳에서 진리와 정의를 증거하며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노력이 바로 순교의 계승”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성성 방문 전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한국 교회 시복시성운동에 교황 반응은 어떠했나.

1월 23일 오전에 20분간 독대 알현했다. 교황께서는 순교자들은 과거의 기억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을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순교 정신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했다. 순교자들을 많이 배출했다고 자랑만 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순교 정신을 계승해 자비롭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시복시성운동을 두고 교황께서 특별히 당부한 말씀이 있는지.

증거자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분의 삶을 되새기는 대대적인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한국 신자들은 순교자들을 정말 본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평신도들이 세우고 일궈왔다면서 평신도들이 더 큰 책임을 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특별히 부탁하셨다.



▶한국의 현 시국 등에 관한 말씀은 없었나.

사제들이 물질과 돈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평등한 가운데 자유롭게 대화하고 교회를 구성해 나가는 것이 바로 교회의 모습이라고 했다. 북한을 도울 길을 항상 찾으려고 노력하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탈북자들을 교회 차원에서 형제로 받아들이고 통합할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촛불 시위 상황에 대해 타인을 향한 촛불에서 머무르지 않고 촛불을 든 나 자신의 정직함과 정의로움을 비춰 보고 이웃을 귀하게 여기는 움직임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크게 동의하셨다.



▶시성성 방문 결과가 궁금하다.

매우 긍정적이다. 이번 로마 방문의 주목적은 시성성에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 절차 협조를 구하는 일이었다.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을 4년 앞둔 시점이어서 조속한 결정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과 적극적인 동조를 받았다. 한국 교회 시복시성주교특위 위원장이 직접 시성성 장관과 실무 책임자인 차관보를 만나서 우리 교회의 순교자들을 본받으려는 노력을 전한 것이 큰 효과를 본 듯하다.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와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81위에 대한 시복 예비심사가 이달에 열린다.

예비심사 개정과 함께 매월 이들 한분 한분에 대한 재판이 열릴 것이다. 무엇보다 순교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는 일을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후손인 우리가 그분들의 신앙을 본받아 믿음과 삶을 일치시키는 일이다.



▶시복시성운동에 관해 신자들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것은 뭔가.

시복시성운동은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시복시성은 성지 개발이나 성인의 수를 늘리는 일과 무관하다. 시복시성 추진은 신앙의 선조들이 전 세계 역사상 자랑스럽고 모범적인 삶을 살았음을 밝히고 세계 교회와 더불어 그분들을 우리의 삶으로 따르겠다는 다짐이며 노력이다. 대전교구가 ‘순교자 학교’ 운영을 준비하면서 순교 영성을 생활화하고 한국 사회의 복음화를 실천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과거 순교자들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면, 오늘날 순교는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순교자를 모신 교회는 은혜로운 교회이다. 오늘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에 관한 답을 순교자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신앙생활과 삶의 모습에 순교 정신을 깊이 뿌리내리는 일이 시복시성운동의 요체다. 순교는 증거다. 신앙에 위반하도록 우리를 강요하는 모든 힘이 오늘날의 박해라 할 수 있다. 물질주의, 성장주의, 개인주의 등이 우리에게 양심을 버리고 나만의 이익을 위해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도록 강제한다면 이에 맞서야 한다. 이것이 순교다. 어둡고 암울한 한국 사회에서 희망과 증거의 촛불을 삶으로 불태우는 일이 순교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