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2017-02-12 [제3031호]
시복시성 운동 상황 보고 위해 로마 방문한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장 유흥식 주교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 맞는 2021년 이전에 시복될 것”
프란치스코 교황·시성성 장관 등 만나
최양업 신부 시복 절차에 협조 구해
순교정신 이으려는 한국교회 노력 강조
“한국교회의 시복시성 운동 현황을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시성성 장관 등 관계자들에게 보고 드리고 왔습니다. 특히 오는 2021년 성 김대건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는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이전에 최양업 신부의 시복이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가 지난 1월 21일부터 2월 2일까지 로마 등에 머물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 등을 비롯해 교황청 고위 관리들을 만나고 왔다. 유 주교는 지난해 10월 시복시성특위 위원장으로 선출됐으며, 이번 방문을 통해 시성성 관계자들을 처음 만났다.
유 주교는 “이번 로마 방문의 주목표는 최양업 신부의 시복절차에 관한 협조를 구하는 것”이었다면서 “시성성으로부터 최양업 신부의 시복에 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시성성은 최양업 신부 약전의 이탈리아어 번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어 약전이 완성되면, 최양업 신부의 전구로 일어난 기적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 주교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탄생 200주년인 2021년 이전에 최양업 신부님께서 시복되실 전망”이라면서, “이는 순교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노력해 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주교는 “교황청 시성성은 지역교회에서 시복 대상자들의 삶을 본받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본다”면서 “시성성 실무 책임자인 보구슬라브 투렉 몬시뇰로부터 ‘지역교회에서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으려는 노력이 있으니 잘 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주교는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에서 순교정신을 증거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를 전했다.
“교황님께서는 ‘순교자들이 과거의 기억으로만 끝나서는 안 되며, 그들의 삶을 오늘날 우리가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따라서 순교자와 증거자의 시복시성 추진은 신앙의 선조들이 자랑스럽고 모범적인 삶을 살았음을 밝히고, 세계교회와 더불어 그분들의 삶을 따르겠다는 다짐이자 노력이 돼야 합니다.”
유 주교는 “교황님을 알현하면서 가장 큰 공감을 나눈 점은 ‘순교정신의 생활화’였다”면서, “이런 면에서 저는 한국교회가 어두운 정치 현실에서 촛불집회에 동감하며 지지하는 근거 또한 ‘순교정신의 계승’에서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질주의, 성장주의, 개인주의 등으로 나만의 이익을 위해 법과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세상에서, 이에 맞서는 용기를 내고 그로 인한 손실을 온전히 감수하는 것이 바로 순교라는 것이다.
“어둡고 암울한 한국사회에서 희망과 증거의 촛불을 삶으로 불태우는 일, 이것이 바로 순교입니다.”
이어 유 주교는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우리의 장한 순교자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사랑과 용서, 정의와 평화를 실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