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법정 개정    
          

신유박해 때에 순교한 초기 순교자들을 비롯하여 1984년 5월 103위 시성식 때 누락된 조선왕조 치하의 모든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은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지난 우리들의 한결같은 염원이었습니다. 이에 200주년을 지난 각 교구는 개별적으로 시복 시성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주교회의 차원에서 시복시성을 통합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데 뜻을 모으고 통합 추진을 결의한 것이 1997년 추계 주교 정기총회에서였습니다. 그리고 2001년 춘계 주교총회에서는 담당 주교 선임을 결의하여 본인이 마산교구장으로서 그 책임을 맡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시복 시성 통합 추진을 위하여 ‘한국 순교자 시복 시성 통합 추진 위원회’가 설립되었고 주교회의 안에 ‘시복 시성 주교 특별위원회’가 결성되어 그 일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해 오던 중 지난 3년 동안은 통합 추진 위원회 산하의 ‘하느님의 종 선정 위원회’가 수차례에 걸친 선정 작업을 통하여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하느님의 종’을 선정하였고, 선정된 ‘하느님의 종’ 124분에 대한 ‘신학위원’들과 ‘역사 전문가 위원’들의 검증을 거쳤습니다. 그리하여 시복을 위해 시성성이 요구하는 ‘하느님의 종’에 대한 자료(The biographical data)들을 작성하여 시성성에 제출하였으며, 시성성은 2003년 10월 6일자 공문 (Prot. N. 1664-1/89)으로 한국교회가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 재판을 개정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음(Nihil obstat)을 통보하여 왔습니다.

   이리하여 드디어 오늘, 자랑스러운 한국교회의 첫 사제요 순교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을 가리어, 우리 순교자들의 시복 조사를 위한 교회 법정을 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물론 오늘 우리가 개정하는 이 교회 법정은, 한국교회가 하는 시복 절차의 마지막 단계이지만, ‘하느님의 종’들에 대한 시복 결정은 교황님께서 하실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위한 자료를 성실히 준비하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과정 동안 선조들의 순교 정신과 사실에 대하여 한 치의 그릇됨이 없는 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성심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 교황님의 최종 시복 판정이 내리기 까지 ‘하느님의 종’들은 아직 교회의 공적 공경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공적 찬양과 경배는 엄격히 금지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본인은 오늘 이 역사적인 시점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안배하심에 감사드리고, 전국 신자 여러분의 끊임없는 기도에 감사드리며, 특히 ‘시복 시성 주교 특별위원회’ 주교님들을 비롯하여 통합 추진에 관여한 모든 분들의 그 간의 노고와 협력에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셔서 저희가 하는 일에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대주교님과 장봉훈 주교님, 참석하신 다른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이 법정을 이끌고 나아가실 직책자들께서는 우리가 하는 이 일의 중요성을 십분 인식하시고 각자 맡은 직무에 성실히 임함으로써 ‘하느님의 종’들의 순교 사실과 그 명성의 지속성 여부를 공정하게 규명하도록 힘써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그리하여 빠른 시일 안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124위 순교 선열들께서 제대상의 영광을 받고 하느님의 영광이 널리 들어나기를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 7. 5.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박 정 일  미카엘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