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 예비 심사에 즈음하여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950년을 전후로 신앙을 증오하는 공산주의의 조직적 박해로 순교한 성직자, 수도자와 평신도들의 삶과 죽음이 관련 교구들 안에서 증언으로 수집되거나 서적으로 꾸준히 출판되었습니다. 1998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처는 “교황청 2000년 대희년위원회 새순교자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현대 순교자 자료를 취합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천주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의 시복 시성 염원이 증폭되었습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주교회의 2007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 차원에서 한국 교회의 근현대 수난사와 순교자들에 관한 자료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주교회의 2008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한국 교회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에 대한 조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사 표명이 있었습니다.
주교회의 2009년 추계 정기총회는 “한국 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도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에서 맡아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이 안건들의 관할권은 다른 교구장들의 위임을 받아 서울대교구장이 갖도록 합의하였습니다. 주교회의 2010년 춘계 정기총회는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안건을 통합 추진하기 위하여, 교황청 시성성의 지침에 따라, 한국 주교회의가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을 통합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확인하고 승인하였습니다.
교황청 시성성이 2013년 4월 26일 “홍용호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의 안건을 승인하는 교령(Prot. N. 6625/10)을 내림으로써 본격적인 시복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주교회의 2014년 추계 정기총회는 이 안건의 청원인으로 김정환 신부를 임명하는 데 동의하였고, 주교회의로부터 합법적으로 임명된 청원인 김정환 신부는 2015년 7월 25일에 이 안건의 청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2년 전부터 역사 및 고문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왔으며, 앞으로 신학적 검증은 물론 관련 자료 및 유물에 대한 수집과 감정을 거쳐, 시복 대상자들의 삶과 성덕, 순교 사실에 대한 진실들을 조사하는 ‘예비 심사’(요한 바오로 2세의 1983년 1월 25일부 교황령, 「완덕의 천상 스승」 제1장 참조)를 진행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자 여러분께서 여기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 주시기를 바라며, 아울러 순교자들의 삶이나 순교 사실들과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은 그 사실을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에 제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기회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 주의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예비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하느님의 종’(시복 시성 대상자)들에 대하여 어떤 종류의 공식적인 장엄 행사나 찬양 기도도 성당 안팎에서 모두 금지된다는 사실입니다(시성성 시행령 1983년 2월 7일, 「주교들이 행할 예비 심사에서 지킬 규칙」 제36조 참조). 둘째, 순교자들의 초상이나 순교 장면들을 그릴 때 성인 성녀임을 나타내는 후광 같은 것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인적 차원에서 기도하면서 성지순례를 하고 그분들을 현양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시복 시성의 참뜻은 하느님 사랑의 정점에 이르신 순교자들을 온 세상에 높이 드러내고, 순교자들의 전구로 한국 교회의 내적 쇄신과 발전이 이루어져서 이 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널리 전파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신자들이 시복 시성 추진의 참뜻을 잘 이해하고 한국 교회가 신앙의 선조들을 본받는 공동체로 자라도록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5년 8월 19일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