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천주실의 (天主實義)

하느님과 천주교에 대해 설명한 호교론 입장의 교리서

"하느님에 대한 진실된 토론"

 

천주실의 (天主實義)

 

 

예수회 소속 중국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중국명 利瑪竇, 1552~1610)가 한문으로 집필한 교리서.

책 이름은 저자가 직접 지은 것으로, 서양식 제목은 '하느님에 대한 진실된 토론' (De Deo Verax Disputatio)이다. 제목이 알려 주듯이 이 책은 하느님과 천주교를 논한 한역서학서이다.

 

간행시기

저술 연대는 1593~1596년이며, 이 기간에 작성된 초고본이 중국 학자의 주목을 받게 되어 사본으로 일부 사대부 사이에 유포됨으로써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판각을 권하는 중국 학자의 권유에 의해 1595년 일차적으로 호남성 남창에서 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601년 리치 신부가 북경 체류 허가를 얻어 선교 활동을 시작한 후, 그와 친교가 있었던 빙응경(馮應京)이 <천주실의> 수초본을 얻어 보고 천주교에 입교한 후 판각을 계획하였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판각이 지연됨으로써 이 기간에 일부를 보정하여 1603년 북경 판 <천주실의>가 공간(公刊) 되었다.

'천주실의'라는 책이름은 저자인 리치 신부 자신이 지은 것이나, 1615년을 전후하여 그리스도교를 '천학'으로 표기하자, 한때 '천학실의'라는 이름으로 간행된 일도 있다(현재 세계에서 이러한 간행본 4부가 발견되어 박물관 몇 곳에 보관되어 있다). 오늘날 세계에 널리 유포되어 있는 <천주실의> 사본은 1603년에 판각된 것의 사본이다.

 

구성과 내용

이책은 그리스도교 문화와 스콜라 철학의 전문적인 교양을 갖춘 서양의 학자와 유교 경전에 대한 교양과 유, 불, 도 3교를 터득하고 있는 중국인 학자가 서로 질문 대답하는 대화체 문장으로 서술되어 있다.

상, 하 2권 8편에 걸쳐, 174항목에 이르는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이 책은 천주교 서적이기는 하지만, 그리스도교 및 서양 사상과 유교 및 동양 사상이 만나는 '서학서'인 동시에, 스콜라 철학과 유교 철학이 만나는 '철학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판각 직후부터 동양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첫째 우주에는 만물의 창조자와 주재가가 존재하며 인간의 영혼은 불멸한 것으로서 인간 각자의 행실에 따라 후세에 상선벌악의 응징을 받아야 하고, 둘째로 윤회설과 같은 것은 그릇된 것이며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향과 의의

<천주실의>는 중국 사대부 지식인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많은 명사들이 천주교를 믿도록 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나아가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여러 나라로 급속하게 전파되어, 전통 사회 지식인들의 서양과 서양 문화에 관한 학문적 활동인 서학과 천주교 신앙 운동을 촉진하는 계기를 조성하였다. 한편 유럽 사회에서 동양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환기하게 된 참고서이기도 하였다.

<천주실의>는 1603년 북경 제1판이 간행된 후 10년 이내에 조선, 일본, 몽고 등 한자 문화권 내의 여러 나라로 급속하게 전파되었다.

조선에서도 일찍이 이수광(1563~1628)이 <천주실의>를 읽고 <천주실의 발문>(天主實義跋文)을 지은후 필사본이 나돌자, <천주실의>를 읽은 후 자기 저서에 그에 관한 글을 수록하는 학자들이 늘어났다. 18세기 중엽에는 호기심에서 <천주실의>를 가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탐구욕을 가지고 <천주실의>를 연구하고 이 책의 내용에 관해 깊이 있는 글을 남기는 학자들도 생겨났다(홍유한, 안정복, 신후담, 이헌경 등). <천주실의> 내용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서 조선 후기 사회에 천주교의 이질성과 위험성을 문제삼는 움직임과 천주 신앙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수용 실천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한국 천주교회의 창설은 <천주실의>가 깔아 놓은 서학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얻어진 것이다. <천주실의>는 조선 교회 창설 후에는 한문를 가까이 할 수 없는 서민층을 위해 한글로 번역되어 사본으로 유포되었다. 

 

* 자료 출처: 한국교회사연구소, <한국가톨릭대사전>,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