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도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어와 벗님들아 순교의 길로 나아가세
그러나 순교의 길로 나아가기는 어렵다네
- 복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 현양비-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이제 소식으로서 조그마한 사건 하나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우리는, 복음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불쌍한 외교인이 이상한 방법으로 보내진 이야기를 선교사들로부터 때때로 들었습니다. 오늘 하느님은 우리 선교사들에게 그러한 외교인을 한 사람 보내주셨는데, 그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올해 음력 1월에 배 한 척이 조선의 남쪽에서 떠났습니다. 거기에는 5명의 조선인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 배의 선장은 42세의 많은 가족의 가장으로서 그간 그의 재산의 손해를 보았으므로 해안의 이웃 한 섬에서 장사를 하러 가려고 했습니다.
미구에 폭풍우가 일어나 배를 바다 한복판으로 내던졌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이 작은 배는 줄곧 삼켜질 것만 같았습니다.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 모든 상품들을 바다로 던져야 했고, 조금 후에는 돛대도 잘라야 했습니다. 이렇게 60일 동안 불행한 조선인들은 생사 사이에서 헤매었는데, 그때 그들은 유럽 선박 한 척을 발견하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 이 조선인을 구한 선박은 영국 배였습니다.
그 배는 홍콩으로 가고 있었는데, 도착하자 그 난파자는 관리 사무실로 인도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일본인으로 알고 즉시 그 도시의 일본인 통역을 오도록 편지를 보냈습니다. ... 일본말을 아주 잘하는 프랑스인 신부를 오게 할 허락을 청하였습니다. 관리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온 메르메 신부는 도착하자마가 그 난파자의 모자 모양으로 그가 조선인임을 즉시 알았습니다.
우리 대표부에 페낭에서 온 조선인 학생 한 명이 있었으므로, 그 조선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 쉬웠습니다. 이 난파, 이 구조, 우리를 그와 관계를 맺게 한 이 상황,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무엇인가 하느님의 섭리 같았습니다. ...
도착한 다음날 그는, 누가 이 모든 것을 만들었느냐고 물었습니다. 학생은 그것은 천주였다고 대답하고 또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왜 이 모든 것을 만들었는가요? 그것은 사람을 위해서이다. 이에 덧붙여 학생은, 무엇 때문에 천주가 사람을 만들었는지, 그것은 천주일 수밖에 없지 않는지, 네가 그것을 알면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신부님 보시는 것처럼 이 사람은 바른길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1857년 4월 14일, 파리외방전교회 홍콩 대표부의 루세이유 신부는 파리의 신학교 알브랑 교장 신부에게 조선인, 제주섬 함덕리 출신 김기량에 대하여 적고 있다. 그는 1857년 5월 31일 홍콩의 파리외방전교회 부대표인 루세이유 신부로부터 '펠릭스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귀국하였다.
김기량은 고향인 제주로 내려가기 전에 1858년 3-4월에 페롱 신부와 최양업 토마스 신부를 만날 수 있었다. 이때 신부들는 그가 '제주의 사도'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가족과 그의 사공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데 열중하였으며, 다음 봄에는 육지로 나와 교구장인 성 베르뇌 주교를 만나 성사를 받기도 하였다.
제주의 복음화를 위한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의 노력은 1866년의 병인박해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무역을 하러 경상도 통영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천주교 신자임이 밝혀져 체포되었다. 여러 차례의 문초와 형벌을 받으면서도 굳게 신앙을 지킨 펠릭스 베드로는 교수형을 받고 51세의 나이로 순교하였다. 당시 통영 관장은 그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그는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으로 복자 반열에 올랐다.
제주시 함덕리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의 생가터(왼쪽: 2006년 당시, 오른쪽: 현재 게스트하우스로 사용)
- 생가가 있는 마을 앞 조천진 포구 -
제주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는 2012년 제주의 첫 신자이자 순교자인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자의 영정을 제작하였다.
- 황사평 순교자 묘역의 순교자 현양비-
어와 벗님들아 순교의 길로 나아가세.
그러나 순교의 길은 나아가기는 어렵다네.
나의 평생 소원은 천주와 성모를 섬기는 것이요,
밤낮으로 바라는 것은 천당뿐이로다.
펠릭스 베드로는 능히 주님 대전에 오르기를 바라옵나이다.
제주교구 성지 순례길에서 복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와 함께 걷는 길은 순교를 통해 하느님께 이르는 영광의 길이다. 복자 김기량 순교 현양비를 시작으로 생가터가 있는 함덕마을과 관곶을 거쳐 조천성당까지 제주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대못에 박히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을 신앙하였던 순교자의 삶을 돌아본다.
<복자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순교 현양비 순례 안내>
* 대중교통 이용: 제주국제공항(공항 버스 10번)-삼양에서 환승-함덕에서 하차
* 택시 이용: 함덕중학교 서측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