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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BC 뉴스] '홍용호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안건 예비심사 종료


[앵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09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 조사"를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가 맡아 추진하기로 결정했는데요.

그리고 13년이 흐른 어제 시복시성주교특별위는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 안건 예비심사를 종료했습니다.

기록문서 사본 등은 심사를 위해 교황청 시성부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김영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는 어제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안건의 예비심사 법정 종료 회기를 개최했습니다.

하느님의 종 81위는 한국 교회의 '근현대 신앙의 증인’입니다.

이들 가운데 78위는 한국전쟁 전후에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증오’에 따른 공산주의자들의 조직적인 박해로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입니다.

남한에서 체포돼 북송된 뒤 중강진까지 이르는 혹독한 '죽음의 행진’으로 순교한 이들은 패트릭 번 주교를 비롯해 11위입니다.

피랍돼 행방불명된 뒤 순교 정황이 확인된 하느님의 종들은 모두 27위입니다.

평양 등 북한 지역에서 피랍된 이들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를 비롯해 19위입니다.

이번에 시복 추진 중인 하느님의 종 81위는 총 8개 교구 소속입니다.

광주대교구 5위를 비롯해 대전교구 15위, 서울대교구 27위, 수원.인천.제주 교구 각각 1위, 춘천교구 7위, 그리고 평양교구 24위입니다.

한국인이 58명, 외국인은 23명입니다.

신원별로도 다양합니다.

주교는 패트릭 번 주교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 등 2명이고 신부는 백응만 신부 등 49명입니다.

수도자 7명과 평신도 23명도 포함됐습니다.

앞서 시복 안건의 예비심사 법정은 지난 2017년 2월 22일 개정됐습니다.

이후 지난 5월 13일 문서 대조 회기를 끝으로 총 25회에 이르는 일련의 시복 재판을 마무리했습니다.

종료 회기에는 시복 안건 예비심사 재판관 조환길 대주교를 비롯해 예비심사 관할권자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의정부교구장이자 법정 증인인 이기헌 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등이 참석했습니다.

또 춘천교구장이자 역사와 고문서 전문가인 김주영 주교,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 위원장 구요비 주교, 하느님의 종 소속 선교회, 수도회 증인들과 가족 증인 등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종료 회기는 소송 기록문서와 종료 회기 문서 확인을 시작으로 법정 직책자의 임무 수행과 비밀 엄수 서약, 공증 문서에 대한 재판관의 진정성 확인과 선언, 문서 봉인 지시와 종료 증서 서명 등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는 박해시대의 순교자들과는 달리 20세기에 새롭게 신앙을 증거한 분들"이라며 조속히 시복의 영광을 얻기를 소망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오늘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참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살게 하는 힘이 되시지 않는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님과 동료 80위 순교자들께서 시복의 영광을 얻을 수 있어서 우리 온 교회가 공적으로 이렇게 경배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시복 안건 예비심사의 재판관인 조환길 대주교는 "13년간의 대장정"이었다고 회고한 뒤 긴 재판 과정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들에게 특별히 감사를 전했습니다.

<조환길 대주교 / 시복 안건 예비심사 재판관>
"13년 동안 시복 재판 과정에서 기도로 동행해 주신 한국 교회의 모든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수도자들과 교우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시복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같은 마음으로 계속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하느님의 종 81위는 이념 갈등과 민족 분열로 점철된 시대에 이 땅에서 '신앙의 증인’으로 살다가 순교하신 분들"이라며 시복 추진을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이용훈 주교 / 주교회의 의장>
"우리는 여전히 남북 분단과 이념 갈등이 계속되는 분단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엄연한 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종 81위의 시복 추진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앞당기는 지름길과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의 마음을 모아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이번 종료 회기로 한국 교회 차원의 예비심사는 일단락됐습니다.

모든 소송 기록문서의 사본과 영어 번역본은 교황청 단계의 심사를 위해 교황청 시성부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CPBC 김영규입니다.